PD수첩 만나자 '줄행랑'... 양승태 대법원의 부끄러운 '민낯'

양 전 대법원장,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첫 포착... '문건 작성 총괄' 임종헌은 ‘전력질주’

등록 2018.07.11 07:57수정 2018.07.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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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방영된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 ⓒ MBC



검찰이 본격적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관련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사태의 정점으로 꼽히는 양 전 대법원장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10일 오후 방송된 MBC <PD수첩>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에서는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 8일 등산복 차림으로 자택을 나선 그는 제작진이 '재판 거래' 문건에 대해 묻자 일절 답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양 전 원장과 함께 있던 한 남성이 제작진을 거칠게 떼어내기도 했다. 그 뒤 양 전 원장이 탄 차량은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지난달 초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수사를 한답니까?"라고 자신 있게 되묻던 때와 대조된 모습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 밑에서 사법농단 문건 작성을 총괄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근황도 볼 수 있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던 그는 제작진이 다가가 소속을 밝히자마자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제작진이 따라가 "변협회장 사찰 문건이 나왔는데 입장이 어떻게 되나요?" "왜 도망가시는 거죠? 청와대와 뒷거래하는 데 재판을 활용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지만 답하지 않고 택시를 잡아탔다. 사회자인 한학수 PD는 "저렇게까지 카메라를 피해 뛰어가는 걸 보니 안타까울 뿐입니다"라고 평했다.

"저렇게까지 카메라를 피해 뛰어가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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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방영된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 ⓒ MBC


이날 방송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이 "정권 협조 사례"라고 문건에 언급한 재판 당사자들의 사연도 조명됐다. 모두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혀 좌절한 사례다. 이들은 대법원과 청와대 사이 '재판 거래'가 실제 존재했다고 의심한다.

먼저 2014년 2심까지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다. 최근에는 복직을 기다리던 또 한명의 해고노동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제작진과 만난 김선동씨는 "대법원 앞에서 2천배까지 하면서 공정한 판결을 해달라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쌍용차 해고자들의 삶, 목숨을 갖다가 박근혜 정권과 거래를 했다는 거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한 익명의 해고노동자는 떠나보낸 동료를 떠올리며 "대법원이 파기환송만 안 했어도 다들 희망을 가지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비통해했다.

KTX 해고노동자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김승하 전국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은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는 정말로 눈앞이 캄캄했다"라면서 "당연히 승소하고 (승무원으로)돌아가리라고 생각했는데 복직이 물거품이 됐을 뿐만 아니라 (하급심 승소로 받은 밀린) 임금도 다 부당이득이 돼버려 개개인마다 1억 원씩 빚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 판결 이후에 한 KTX 해고노동자는 '빚만 남기고 가서 미안하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그와 함께 복직 투쟁을 이어온 정미정씨는 "언니가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누구 탓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그들의 잘못이고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한 뒤 "그런데 사람의 목숨값을 뭘로 책임질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진도간첩단 사건의 피해자 박동운씨는 "치가 떨렸다"라고 말했다. 조작 간첩으로 17년간 옥살이를 한 그는 지난 2009년 1월, 64세의 나이로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이후 국가를 상대로 한 손배소에서 2심까지 승소해 배상금 8억 원을 가집행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대법원이 과거사 손해배상 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는 판결을 새로 내놓으면서 가집행 받은 8억 원은 물론, 그 이자까지 11억 원을 돌려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갚을 능력이 없다"는 박씨는 "며칠 동안 잠도 안 오고, 밥맛도 없고, 사람 미칠 노릇이었다"라고 토로했다.

"'당신 대단한 실수 했소' 한마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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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지난달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양 전 대법원장 손에서 탄생한 조작간첩 사건의 피해자 오재선씨도 인터뷰에 응했다. 이 판결로 그는 5년 2개월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오씨는 "(TV를 보고)대한민국에 젊고 똑똑한 재판관들이 많을 텐데 저런 사람이 대법원장이라니 좀 울컥한 마음이 났다"라면서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난다면) '당신 대단한 실수 했소' 이렇게 한마디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당시 오씨 변론을 맡았던 이명춘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은 오씨가 고문을 당해 허위로 자백했다는 사실을 직접 듣고도 징역 7년을 선고했다"라면서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는 빨갱이 사냥에 나서야 한다는 사명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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