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도시장에 방탄소년단이 떴다.문재인, 김정은도 떴다

"너는 내 운명" 박건 개인전, 랩29에서 20일 6시 오프닝

검토 완료

박건(박건)등록 2018.07.19 08:45
2017 '예술은 시대의 아픔, 시대의 초상이다' 출간기념전 <소꿉> 이후 반년 만에 다시 개인전을 펼친다. 전시 제목은 '너는 내 운명'이다. 너와 내가 같은 공동 운명체다. 남북문제도 내 운명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점에서 일상 개인의 운명을 시대의 운명으로 조망하는 작업들이라 할 수 있다.

FIRE-BTS 박건개인전 전시작품 20x20x20cm, 스피커, 피규어, 박건. 2018 방탄소년단이 부른 FIRE와 이창동 감독의 버닝 영화를 보고 만든 작품이다. 자유와 평등세상을 외치는 젊음이의 몸짓을 스피커 위에 해골피규어로 담았다 ⓒ 박건


그런데, 거창한 주제를 심각하게 다루면 재미 없다. 역설과 유머가 필요하다. 표현 방식도 새로우면 좋겠다. 이게 예술인가? 반문하며 일상과 예술가의 역할을 달리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사전에 작품을 살펴 본 정정엽 미술가가 전시 소감을 보내왔다.   
<가비얍게 날아올라 해골 - 박건 개인전 '너는 내 운명'>
             
박건은 화단에서 27년 경력단절 작가다.
2017 '예술은 시대의 아픔, 시대의 초상이다' 출간기념 개인전 <소꿉> 이후 반년 만에 손바닥만 한 작품들을 007가방에 가득 담아 양손에 들고 다시 나타났다. 길 위에서, 오래 된 장터에서, 도시의 다이소를 지날 때도 예감을 그리듯 촉각을 세워 작은 기성품들을 캐스팅 한다.

박건의 미니어처 작업들은 스스로 제작한 것은 거의 없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요리 붙이고, 조리 합하고, 살짝 변형시켜 동시대적 언어를 획득한다. 버려지거나 값 싼 재료가 손바닥 안에서 예술이 된다. 대부분 10cm 안 되는 피큐어와 일상재료들을 날것으로 살려 쓰고 있다. 그 이유를 작가노트에 썼다.

너는 내 운명- 버거 박건 개인전 전시작품. 12x11x9cm, 피규어, 2018 ⓒ 박건


" 마치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는 연출은 즐겁고,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쉽고 편하다. 어떤 공산품들은 예술이 무색할 정도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함에 대한 헌사이자 그것을 만들어 내는 공장노동자들과의 협업 "이다.

일상의 호기심, 야한 상상력, 따뜻한 시민의식이 예술의 촉을 얻었다. 소꿉 하듯 삶의 이모저모를 뜯어보니 인간사 바닥이 보인다. 특히 해골 관절인형은 그에게 딱 맞춤한 소재이다. 해골인형은 나이, 인종, 계층이 불분명하다. 삶과 죽음이 한 몸에 있다. 표정은 없지만 묘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삶의 파라독스가 유머를 자극한다.

너는 내 운명-개 11x8.5x3.5cm, 종이상자,피규어, 박건, 2018 ⓒ 박건


<너는 내 운명> 11cm 검은 상자 안에 인간해골이 개의 유골을 안고 있다. 그 옆에는 뼈다귀 하나 담고 있는 2cm 도자기 개 밥그릇.

신호탄- 427. 11x10x10cm, 나무, 피규어, 칠. 박건 2018 ⓒ 박건


<신호탄> 10cm 둥근 나무판 위에 미사일, 핵 잔해, 꽃잎이 흩어져있고 해골의 두 인물이 손을 맞잡고 있다, 살짝 그려 넣은 머리털 모양으로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중계방송을 보자마자 바로 제작했단다.

평화가 터졌다-남남북녀 11x10x10cm, 안전부품 위에 피규어, 2018 남북정상이 만나고 북미정상도 만났다. 만나서 소통하니 평화가 오고 종전도 가능해 질거 같다. 그 평화로운 기쁨과 통일의 절정을 남녀간의 사랑에 빗대어 표현했다. ⓒ 박건


<평화가 터졌다-남남북녀>는 아스팔트 졸음 방지탭 위에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 사이로 연기처럼 혹은 다른 상상으로 하얀 구름 형상이 용솟음친다. 이와 관련한 작가의 말

"정치와 성은 다른 듯 닮았다. 특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말하면 좌빨,용공이니, 음란, 외설 따위로 통제하고, 억누르려 든다. 분단과 통일 문제를 섹스 문제로 결합키려는 까닭은 이념과 통념을 깨야 소통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경력단절 기간 동안 작가, 교사, 전시기획, 출판미술기획, 시민기자, 아트프린트제작, 퍼포머 등 삶을 창작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에게 미니어쳐 작업은 꼭 맞는 형식으로 재탄생한다. 일찍이 1983년 <강>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에 미니어쳐 작품의 첫 포문을 열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더 가벼워졌다. 어떤 권위, 형식, 전문성도 소꿉놀이 하듯 가비얍다.  

세상의 기원-돈 28x18x18cm, 동전, 호두, 피규어,박건, 2018호두와 동전으로 남성을 상징하고 도너츠와 함께 세상의 기원을 패러디 했다. 인간의 욕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체형상은 버섯구름으로 재앙의 모습이기도 하다. ⓒ 박건


물량폭탄 같은 현대미술에 손바닥만 한 작품으로 장난을 친다. 고급예술과 대중예술 사이에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뚝도 시장에 자리 잡은 랩29는 그의 작품세계와 아주 잘 어울리는 전시장소가 되었다. 시장통 요술 상자 같은 7평 공간에 30여점 요지경 인간사가 펼쳐진다. (글. 미술가 정정엽)     

끝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정애 랩29 큐레이트의 말이다.
" 주변과 협업하고 예술과 상품의 경계를 실험하는 선생님 작업 성격이 뚝도시장 안에 자리한 예술공간 Lab29의 성격과 잘 맞아 전시를 조직하게 되었다. 또 하반기에는 <한반도라면~> 프로젝트에 이어 <평화>를 키워드로 기획전을 이어가는데, 이번 박건의 <너는 내운명> 시리즈는 시의적절한 주제 "라고 밝혔다.
 

박건개인전 너는 내 운명 포스터 ⓒ 박건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