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도서 서평] 만화 에세이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검토 완료

노지현(onmikuru)등록 2018.08.06 14:38
만화 에세이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라는 책은 겉으로 멀쩡해도 안은 썩어가는 술 좋아하는 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술을 너무 좋아해서 항상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무책임한 가장이 어떻게 한 가족을 망가뜨리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술로 망가진 가정 속에서 자란 자식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긴 후유증에 시달리는지 보여주며 술에 대한 경각심을 품게 한다.

책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술 없이 못 사는 알코올 중독자 수준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일을 좋아하면서도 확실히 출근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겉으론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가정을 꾸려가는 가장이고, 친구들과 함께 '술을 즐기고 있다고 믿는' 평범한 한 명의 사회인이었다.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결단코 좋은 아버지라고 말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어린아이가 함께 있는 집에서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밤새 마작을 치며 술을 마시는 날이 잦았다.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 아이들 앞에서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은 '꼴불견'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는 동안 버티는 듯했던 어머니는 목을 매고 죽어버리고 말았다. 아버지의 술 때문에 소중한 어머니를 잃어버린 아이의 심정은 어떨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어머니를 잃은 처음 한 달은 아버지가 술을 끊고 지낸 덕분에 주인공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한 달이 채 가지 못한 상태에서 산산조각 났다. 아버지는 다시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인 주인공은 취한 아버지를 보며 '나는 가정을 지키고 싶은데, 아빠는 그런 거 전혀 생각하지 않는구나. 이게 부모가 자식에게 지을 표정이야?'라고 생각한다.

[책 표지 이미지]

상태가 심각한 아버지의 주사도 힘든데, 끼리끼리 모이는 아버지 주변 사람들이 마치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는 주인공을 더 힘들게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주인공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일당은 그날에 노느라 다 쓰는 엉망진창인 하루를 보내는 날을 보낸다. 그러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친해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엄마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 친구에게 부쩍 놀랐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가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얼마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아니! 방금 그 생각은 이상해. 자손을 남기고 싶은 건 생물이면 당연하잖아. 친구한테 무슨 생각을 한 거야?
하지만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니 나르시시스트야? 이렇게 불행한 세상에 아기를 낳다니 무책임해. 사랑받으리란 보장도 없는데. 자기중심적이야. 생각이 없어.' 


이런 생각을 무심코 주인공이 하는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모두가 웃으며 지내는 행복한 가정을, 평범히 지내는 가정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책을 읽는 나도 어릴 적에 아버지가 술과 도박에 빠져 잦은 가정폭력과 사고로 집에 불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 공감할 수 있었다. 절대 나와 같은 삶을 아이게 물러줄 수가 없었다.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왜 우리 가족은 평범히 살 수 없었을까? 혹시 나도 그런 부모가 되어 내 아이에게 그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고, 지금 여기서 도망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찾거나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찾아 전전하기도 한다.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의 주인공이 그랬다. 주인공은 방황하는 동안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하필이면 또 싫어하는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과 사귀게 된다. 주인공이 그런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이 평소 노출되었던 환경에서 만난 사람이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이었고, 오늘 하루 살아가는 일이 중요했던 주인공은 누군가를 제대로 사귀는 법을 알지 못한 탓이다.

남자친구라고 생각한 사람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주인공은 '사귄다는 건 뭘 하는 걸까? 용건도 없는데 전화를 하고 만나고 그러는 건가? 사람들과의 거리감도 좋아하는 방법도 전혀 몰랐다.'라며 자신을 돌아본다. 이 장면을 책으로 읽을 때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왜냐하면, 나 또한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사귄다는 게 뭘 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두 번째 첨부 이미지]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개선되지 않는 아버지의 상황에 점점 무기력해진다. 비록 아버지가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주폭은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괴물이 되어 무너진 모습을 보여준 아버지에 손을 놓아버린 거다. 점점 틀어지는 삶에서 주인공이 틀어진 채 있는 자신을 바로 잡고자 결심하기 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받은 상처 또한 너무나 컸다.

오늘 소개하는 만화 에세이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는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 즉, 술에 취한 아빠가 무너뜨릴 수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책의 띠지에 적힌 '술을 '즐긴다고 믿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한다.'라는 말의 무게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술과 내 삶에 대해 독자가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약주 한두 잔. 그 정도는 결코 나쁘지 않을 거다. 하지만 한두 잔 하는 술이 점차 늘어나 내 삶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게 되고, 술에 취해 잠드는 하루가 늘어나기 시작한다면 그 즉시 자신에게 '나는 즐기며 술을 마시는 게 아니야. 술이 나를 마시고 있는 거야.'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술을 즐긴다고 믿으며 잘못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그 끝에 기다리는 결말은 불 보듯 뻔하다.

술이 가족을 망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는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술을 즐긴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술에 취하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가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가 보내는 메시지는 날카로우면서도 너무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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