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폭염대책에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이라니

전기요금 아낀다며 에어컨 없이 견뎠지만 혜택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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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철(sisa)등록 2018.08.07 17:57

선풍기 모터 위에 알루미늄캔을 매달아 열 가동으로 인한 열을 식히고 있다 ⓒ 박석철


기록적인 폭염에 일반가정의 전기사용량도 대폭 늘어나자 결국 정부가 주택용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전기요금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1~3단계(1단계 200kWh 이하, 2단계 201~400kWh, 3단계 401kWh 초과)로 구분되어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구간을 한시적으로 7월과 8월 두 달간 더 늘리기로 했다. 따라서 1단계는 200kWh에서 300kWh 이하로 상향 조정하고, 2단계도 301~500kWh로, 3단계도 401kWh에서 501kWh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정부는 "2단계 구간 이상에 속해 있는 1512만 가구가 총 2761억 원 규모의 요금 혜택을 받게돼 1가구당 평균 1만 370원의 요금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이같은 정부 지원 방안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가정에서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고 100kWh를 더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폭염을 이기려 하루에도 긴 시간 에어콘을 가동한 가정과 달리, 에어컨 없이 전기를 절약하려 한 가정의 경우 별반 혜택이 없는 것이다. 기자의 사례도 그렇다. 우리처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가정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 절약이 애국"이라고 설득해 놓은 가족이 폭염대책에 폭발하다니...

기자가 사는 울산 동구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여름이면 시내보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고 바람도 시원하다. 하지만 5~6년 전부터는 동구에도 이런 이점이 사라졌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보였다. 따라서 몇년 전부터 에어컨을 구입하자는 가족의 성화가 대단했다.

하지만 올해도 결국 에어컨을 구입하지 못했다. 매장에 들어서니 대부분 에어컨이 300만원 대를 호가하는 데다 전기요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또 들었기 때문이다. 에어컨 구입을 내년으로 미루고 결국 포기했다. 하지만 7월 중순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은 에어컨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기후가 됐다는 걸 실감케 했다.

결국 에어컨이 없는 대신 선풍기를 한 대 더 구입해 3인 가족이 선풍기 3대로 이 여름을 버티고 있다. 최근에는 지인이 알려준 대로 선풍기 모터위에 알루미늄캔을 테이프로 연결했다. 가열된 선풍기 바람을 식혀준다는 것이다. 확실한 효능은 잘 알 수가 없다.

평소 기자는 가족에게 우리집에 에어컨이 없는 이유로 "석유 한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전기를 아끼는 것이 애국자다"라는 구태한 변명을 들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모면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같은 케케묵은 변명에도 속아주던 가족들은 7일 정부의 전기료 누진제 지원방안 발표 후 가장인 기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애써 폭염을 견디며 애국한 결과가 남들 다 보는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못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0일경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돼 나온 우리집의 전기료는 부가세를 포함해 4만8천원 정도. 현행 누진제 전기요금표대로 하면 2구간인 320kWh를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추세로면 다음달 전기료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지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발표대로 1500만 가구가 본다는 혜택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우리가족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것이다.

그렇다고 폭염을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켠 가정을 두고 무어라 지적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기자와 같은 사례들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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