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정낸 트럼프? 문 대통령은 어떻게 대화 이끌었을까

[광화문 인사이드] 밥 우드워드의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 읽어보니

등록 2018.09.12 20:49수정 2018.09.1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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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인사이드'는 청와대,통일부,외교부,국방부,총리실 등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정보'가 있는 칼럼입니다.[편집자말]
 

밥 우드워드의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 표지. ⓒ Simon & Schuster


  
46년 전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새 책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Fear : Trump in the White House)>가 미국 서점가는 물론 정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남북한과 관련된 충격적인 내용들도 포함돼 있어 그간 백악관 막후에서 이뤄진 일들을 짐작케 한다.

수백 시간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안에서 이뤄진 중요 결정 과정을 재구성한 이 책에서 단연 충격적인 내용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국면에서 심각한 수준의 한반도 전쟁 위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책에 따르면,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시스템에 대한 해킹 공격과 지상군 투입 등이 포함된 '특별 접속 계획'(Special Access Program)을 승인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반격 가능성 때문에 실행하지는 못했다고 우드워드는 썼다.

또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가족 등 미국인 수천 명에게 한국을 떠나라는 소개령을 트위터로 내리려다 말았다는 사례도 나온다. 트위터로 북한에 선전포고를 할 뻔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그 책 내용은 픽션"이라고 반박했고, 등장하는 여러 참모들도 책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이 책은 11일 현재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출판사는 100만 부를 인쇄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파장은 계속될 조짐이다.

책 내용 가운데 한반도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부분을 소개한다.

트럼프, 문재인에 "FTA 끝내자, 사드 비용 지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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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자료사진) ⓒ 연합뉴스

 
 <공포>에 올해 1월에 있었던 일로 묘사된 한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한 장면이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한 몇 번의 보안전화 통화에서 트럼프는 한미FTA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180억 달러의 무역적자와 주한미군 주둔비용 35억달러를 그냥 봐 넘기지 않으려 했다. 후렴구처럼 반복된 그 말은 그가 싫어했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했다. 트럼프의 강박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역정은 그(문 대통령)를 다시 한번 끝까지 밀어붙였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180일 뒤에 한미FTA를 무효화하는 편지를 보내서 무역관계를 끝장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당신들은 우릴 벗겨먹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무역과 안보 이슈를 분리하길 원했다. 공짜로 돈을 주는 일을 그만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무역과 안보는 서로 얽혀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과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달래려고(conciliatory) 했다. 당신은 우리 동맹이고 파트너이다. 경제관계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트럼프는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들은 사드(THAAD)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왜 우리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그곳에 둬야 하느냐?
그는 한미FTA와 한국과 그 곳의 새 지도자를 비하(belittled)했다.

(중략)

켈리(백악관 비서실장), 맥매스터(백악관 NSC보좌관), 틸러슨(국무부장관)과 매티스(국방부장관)는 대통령이 우리의 적인 중국, 러시아, 이란, 시리아와 북한보다 한국에 더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inexplicable)고 음울한 농담을 했다."
 
이 책의 다른 챕터에서도 미국의 대통령 참모들이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고 사드가 배치돼 있는 게 미국의 이익에 매우 부합하는 점이라고 설명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한국의 사드기지에서 7초만에 포착해낼 수 있지만, 알래스카 기지에서 포착하려면 15분이 걸린다는 점도 주요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우드워드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굽히지 않았다. '왜 한국과 친구가 돼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던질 정도였다. 참다못한 매티스 국방부장관은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대꾸했다. 그는 "핵전쟁을 막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실패하면 파산에 그칠 뿐인 비즈니스 도박과는 다르다. 이건 큰 거래건(big deal)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물론 저자가 묘사한 내용이 실제 상황과 차이가 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내세워온 지론과 부합한다. 세부 내용은 다를 수 있어도, 전체적인 맥락으로는 크게 틀리지 않은 기술로 보인다.

그랬던 트럼프를 북미대화로 끌어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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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서명 마친 북-미 회담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지금 남북은 올해 들어 세 번째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 계획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자고 친서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묘사한 한반도 전쟁위기와는 반대의 길로 상황이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4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 현실화될 경우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겠다는 얘기까지 한 것이다.

이 책에 묘사된 트럼프의 발언 수준이나 좌충우돌을 보면 어떻게 지금의 상황까지 전개될 수 있었을까 싶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참모들이 지금의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얼마나 참고 또 참았을까'라는 생각도 자연스레 든다. 미국의 백악관의 막전막후를 기록한 책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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