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형님예산'으로 뚫은 'MB고속도로', '지진 활성단층' 통과

포항-울산고속도로 7.5km 장대터널, 경주 활성단층 통과... 내진설계에도 ‘인재’ 우려

등록 2018.10.28 19:11수정 2018.10.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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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경주 방향 입구. 양북1터널 길이는 7.5km로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긴 장대터널이다. ⓒ 다음 제공



이명박 정부 당시 포항-울산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 지나는 경주 토함산 아래에 7.5km 장대터널을 뚫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속도로 개통 이후 경주와 포항에서 강진이 잇따라 발생한 데다, 터널 주변에선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 감지되고 있다. 또 '부실공사'까지 겹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아래 지자연)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포항울산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포항-울산 구간) 양북1터널이 지나는 경북 경주시 외동읍 일대에 울산단층에서 갈라진 다수의 활성단층이 존재했다. 

이 가운데 '말방단층'을 비롯한 2개 단층은 터널 입구 부근을 거의 수직으로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6월 30일 개통한 '양북1터널'은 경주시 외동읍과 양북면을 잇는 7.5km 장대터널로, 인제양양터널(10.9km)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길다.

활성단층이란 최근 지질 시대에 활동했고 가까운 미래에 다시 활동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으로, 흔히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지질학계에선 지난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계기지진 관측사상 역대 최대인 규모 5.8의 경주 지진 역시 양산단층대의 활성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자연은 양북1터널의 경주방향 입구와 출구 부근에서 터널 노선을 거의 수직으로 통과하는 2개의 활성단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말방단층 등 활성단층 2개, 양북1터널 수직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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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주변 활성단층 분포도(구글 위성 사진)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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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주변 활성단층 ⓒ 유승희의원실 제공


터널을 수직으로 통과하는 첫 번째 단층은 아래 지도에서 탑번디기T-1 지점에서 계곡6 지점으로 연결하고, 두 번째 단층은 '말방단층'으로, 감산사 지점에서 말방(활성리) M-3 지점을 통과해 사곡지S 지점을 지나, 말방 G4 지점까지 연결되고 여기서 남쪽으로 약 3개 가지단층으로 갈라진다.

지자연은 말방단층 동쪽으로도 외동3 지점에서 외동2 지점을 연결하는 남북방향의 단층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양북1터널을 지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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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주변 활성단층 분포도. 터널을 수직으로 통과하는 첫 번째 단층은 아래 지도에서 ‘탑번디기T-1’ 지점에서 ‘계곡6’ 지점으로 연결하고, 두 번째 단층은 ‘말방단층’으로, ‘감산사’ 지점에서 ‘말방(활성리) M-3’ 지점을 통과해 ‘사곡지S’ 지점을 지나, ‘말방 G4’ 지점까지 연결되고 여기서 남쪽으로 약 3개 가지단층으로 갈라진다.(소방방재청 용역 보고서 발췌)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고속도로와 터널 같은 국가중요시설에서 자칫 큰 지진이 발생하면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포항울산 구간에서 멀지않은 경주와 포항에서는 각각 지진이 발생한 뒤 터널 주변에서도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 관측되고 있다.

경주 지진 하루 뒤인 2016년 9월 13일 양북1터널 경주 쪽 입구에서 남동쪽으로 불과 2km 떨어진 지점에서는 규모 2.3 여진이, 같은 해 12월 25일엔 북쪽으로 5km 남짓 떨어진 지점에서는 규모 2.5 여진이 발생했다. 포항 지진 직후인 2017년 12월 19일 양북1터널 포항쪽 입구와 동경주IC 사이에서도 규모 2.1 지진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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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주변 지진 발생 상황(행정안전부 생활안전지도) ⓒ 행정안전부



MB정부, 경제성 없는데도 강행... 부실공사까지 드러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 못지않게 '인재'도 불안 요소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건설을 강행한 데다, 공사 도중 '록볼트 누락' 등 부실 공사가 드러났고 난공사로 터널 개통이 계속 지연됐기 때문이다.

포항울산고속도로 준비 과정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포항-울산 구간은 애초 동해안을 잇는 '남북7축 도로' 가운데 하나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기본설계까지 마쳤지만 총사업비가 1조 원대에서 1조 7천억 원대로 껑충 뛰자 노무현 정부에서 제동을 걸었다.

당시 기획재정부 의뢰를 받은 KDI는 지난 2006년 타당성 재검증 결과 "경제성 및 정책적 분석을 종합한 결과 현 시점에서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건설의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B/C(비용 대비 편익) 값이 1에 크게 못 미치는 0.6~0.7로 나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실상 용도 폐기된 사업에 다시 숨을 불어넣은 건 포항이 지역 기반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포항-울산 고속도로 조기 완공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한 뒤 지난 2008년 9월 이 구간을 '광역경제권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국책사업으로 만들고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시켰다.

지난 2009년 착공한 뒤 사업비가 2조 원으로 불어나며 매년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포항이 지역구인 친형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의 이른바 '형님 예산' 덕에 사업이 계속 진척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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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1월 8일 오전 국회의장단을 예방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친형인 이상득 부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말인 2013년까지 고속도로를 완공하려 했지만 공교롭게 양북1터널(공사 당시 양남터널) 공사가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한국도로공사의 사전 지표지질조사 결과와 달리 토함산터널 구간이 퇴적암, 셰일 등 약한 지반인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2015년 12월 양북1터널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 먼저 개통해야 했고, 터널 구간은 난공사 끝에 착공 7년 만인 2016년 6월 30일 완전 개통할 수 있었다.

최근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 1심 재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밝혀진 자동차부품기업 '다스'도 고속도로 개통으로 수혜를 입었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만 해도 동해안에 가깝게 지나던 노선이 다스 본사와 공장이 있는 경주시 외동읍 방향으로 틀면서, 남경주 IC에서 다스까지 거리는 불과 5km 남짓이다.

포항-울산 구간 개통으로 평소 1시간 걸리던 거리가 30분대로 단축됐다고 하지만, 양북1터널이 활성단층을 지나면서 지진에 따른 붕괴 위험에 노출되고 말았다. 공사를 진행한 한국도로공사는 과연 활성단층 존재 사실을 몰랐을까?

한국도로공사는 양북1터널 구간 사전 지표지질조사에서 단층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 설계처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2009년 실시설계에 앞서 양북1터널 구간에 대한 지표지질조사를 진행한 결과 단층대가 없음을 확인했고 실제 터널 시공 중에도 단층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적어도 활성단층 2개가 터널을 수직으로 지나간다는 지자연 조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아울러 한국도로공사는 양북1터널을 포함한 포항울산고속도로 전 구간 구조물을 내진 1등급(평균재현주기 1000년 적용)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내진설계는 시설물의 중요도에 따라 내진 특등급과 1등급, 2등급으로 구분하는데, 내진 1등급은 10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규모 6.2 정도의 큰 지진에도 '붕괴 방지 수준'의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유승희 의원은 "우리나라는 현재 일률적으로 규모 6.2 지진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내진 성능을 설계에 반영하고 있을 뿐, 활성단층대에 구조물을 설치할 때 내진설계 기준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내진설계를 반영했다고 해도 터널 공사시 지반 붕괴를 막아주는 구조물을 부실하게 시공할 경우 재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4년과 2016년 양북1터널을 포함한 포항-울산 구간 터널 공사에서 설계수량의 30%에 이르는 록볼트가 빠진 채 부실 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검찰과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록볼트는 터널 굴착 공사에서 암반을 단단하게 지탱해 지반 붕괴를 막아주는 주요 부품이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록볼트 누락에도 대한토목학회 정밀안전진단 결과 터널 안전에는 문제가 없어 별도의 보강공사나 재시공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유승희 의원은 한국도로공사의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경주시 외동읍 활성단층 일대를 지나는 터널과 교량 등 고속도로 시설물의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진설계만 하면 안전? "우리나라는 활성단층 대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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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30일 개통한 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구간 전경 ⓒ 한국도로공사 제공

 
터널이 활성단층을 지나더라도 내진설계만 제대로 한다면 문제가 없는 걸까?

포항-울산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된 2009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고, 양산단층, 울산단층을 비롯해 동남권 활성단층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지질학계에서 활성단층은 제4기(약 258만 년) 이후 지금까지 최소 1회 활동한 단층을 의미하지만, 원자력 관련 시설물 부지 안정성을 평가할 때는 미국 NRC(원자력안전위원회) 기준을 적용해 지금부터 3만 5천년 이내 1회, 50만년 이내 2회 활동한 단층을 '활동성 단층'으로 구분하고 있다. 활동성 단층은 그만큼 활성단층보다 지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양북1터널이 지나는 것으로 알려진 말방단층이 활성단층이란 보고는 이미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나왔다. 지자연(당시 한국자원연구소)에서 지난 1998년 12월 발표한 '활성단층조사연구-한반도 동남부 지역' 보고서에서 말방단층은 절대연령측정 결과 50만년 이내 2번의 단층운동이 알려졌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 NRC(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규정하는 활동성 단층에 해당한다.

지자연은 지난 2012년 10월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 지도' 보고서에서도 말방단층에서 마지막 단층 운동 시기를 약 1만 년 전에 끝난 마지막 간빙기(후기뷔름빙기) 이후로 추정했고 변위(단층이 움직인 거리)도 약 25~40m에 이른다고 봤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008년 5월 제정된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라 활성단층 지역에 있는 기존 시설물 보완이나 보강을 권고하고, 새로 지을 때 활성단층이 고려된 내진 기준에 맞게 설치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도 터널・공동구 내진설계기준에 해당 시설의 건설시 입지 조건으로 활성단층을 고려토록 개정하고 있지만 해석 방법 등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태형 한국시설안전관리공단 교량·터널실 부장은 26일 "터널은 지하 구조물이어서 교량, 건물 등 지상 구조물에 비해선 내진 성능 확보가 유리하다"면서도 "터널도 활성단층처럼 지층이 불안정하거나 지질이 급변하는 곳, 표피가 낮은 곳에선 주의해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활성단층 확인 기술 수준이 명확하지 않고, 활성단층으로 확인된다고 해도 내진설계 기준을 따른다면 터널 시공은 가능하다"면서 "활성단층 연장선이 짧게는 수백m에서 수십km까지 연결돼 이를 통과하지 않고 구조물을 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행안부 권고나 내진설계 기준의 바탕이 될 활성단층지도조차 아직 완성하지 않은 상태다. 행안부(당시 소방방재청)는 지난 2009년 20억 원 예산을 들여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 지도' 제작에 착수해 지난 2012년 10월 완성했지만, 정작 전국 450개 단층 가운데 동남권 중심으로 일부만 조사해 활성단층선을 그리는 건 위험하다는 이유로 외부에는 공표하지 않았다. 결국 행안부는 2016년 9월 경주 지진이 발생한 뒤에야 뒤늦게 경주 등 동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활성단층지도 제작에 다시 착수한 상태다.

현재 행안부 활성단층지도제작팀을 이끌고 있는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26일 "우리나라의 현재 내진설계는 지진동(지진파에 따라 표면에서 발생하는 진동)에 대한 설계이지 활성단층이 변위되는 지표 변형에 대한 설계는 아니다"라면서 "(활성단층을 지나는 시설물은)지진동에 대한 설계가 아니라 지표가 갈라져서 변위가 생기는 것에 대비한 설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설계를 한 예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알래스카 가스 파이프라인 공사시 활성단층인 데날리 단층을 지나가는 가스관에 지표 변위에 대비한 설계를 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실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은 미끄럼방지 장치 설계를 한 덕에 2002년 11월 3일 규모 7.9 지진으로 단층이 7m 가량 움직였을 때 파이프라인 파열을 막을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활성단층지도가 나오면 이런 것(지표 변위에 대비한 설계)에 대한 규정이 만들어지고 고려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 이전까지 토목과 건설 전문가들이 활성단층이 지나는 구간에서 설계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내진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비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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