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진입하면 내비로 음성안내, 어떤가요?

[기획] ‘자전거도시 서울’의 미래를 밝힐 아이디어들

등록 2018.11.01 14:53수정 2018.11.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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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안전하고 기발한 자전거 정책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바이크 박스(자전거 우선 정지선)의 개념도. 신호교차로에서 차량 정지선과 횡단보도 사이에 자전거 운전자들이 차량보다 먼저 출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준다. ⓒ 미국도시교통담당관협회(NACTO) 홈페이지


  
"차도 가운데에 자전거 도로를 내면 어떨까요?"
"건물 지하주차장에 차량 5대 공간만 확보해도 자전거 50대를 주차할 공간이 생깁니다."
"재래시장 주변에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거치대를 더 확보하면, 장 보러가는 길에 따릉이 이용자들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10월 28일 막을 내린 '2018 서울 자전거축제'의 백미는 '안전하고 기발한 자전거 정책 콘테스트'였다. 옥외에서 자전거를 직접 체험하는 행사에서 벗어나 자전거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모아보는 공모전에 129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입상작 중에서 시민평가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아이디어 3건을 소개한다.

1) 우리도 유럽처럼 '바이크 박스'를!!

지난 4월 8일 개통된 서울 종로의 자전거 전용차로(2.6km 구간)는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보기 드문 시도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도심에서 자동차와 자전거의 공존을 시도한 이 도로는 적잖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도로 중간에 듬성듬성 마련된 정류장에 차를 대려는 버스를 피해야 하고, 차도와 자전거도로 사이를 곡예 운전하는 오토바이(모터사이클)의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버스를 만났을 때는 앞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뒤편에서 매연을 견디거나, 충돌을 감수하고라도 버스를 앞지르는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자전거 운전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5군데에 이르는 교차로에서 찾아온다. 자전거는 교차로에서 직진을 하는데, 왼쪽 편의 자동차가 우회전을 시도할 때 자전거와 자동차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직진 신호를 받으려고 자전거도로에 멈춰 섰는데, 우회전 차량 운전자가 "자전거 때문에 내가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일도 다반사다.

최우수상(상금 100만원)을 받은 대학생 박정민씨는 독일에서 봤던 '자전거 우선 정지선(Advanced Stop Line)'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영어권에서 '바이크 박스'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이 정지선은 신호교차로에서 차량 정지선과 횡단보도 사이에 자전거 운전자들이 차량보다 먼저 출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준다. 바이크 박스는 덴마크와 벨기에, 영국, 독일 그리고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 시행중이다.

'바이크 박스'의 또 다른 효과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교통 약자'인 자전거 운전자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들의 우선출발권을 인정해준다는 점이다. '도로는 자동차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도 도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박씨는 "자전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아예 차도 가운데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버스 전용 중앙차로도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일상화되지 않았냐"고 말했다.

심사를 맡은 김정현 교수(중앙대 광고홍보학과)는 박씨의 아이디어에 대해 "국내에서는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해외 사례를 잘 소개했다. 자전거 안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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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중심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런던 사이클 수퍼하이웨이 3구간(CS3)의 모습.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상당 구간이 차도와 분리된 형태로 설계됐다. ⓒ 런던교통공사(TFL) 홈페이지

 
도로에서 자전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의 구축이다.

장려상을 받은 유대웅씨는 대학가 주변으로 주거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 주변의 자전거 도로 활성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도보 통학을 선호하기 때문에 비싼 월세를 감수하고라도 대학가 주변에 방을 얻곤 하는데, 학교 반경 3km 이내에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면 통학시간이 20분 이내로 단축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거주지가 분산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씨는 아예 영국 런던의 '사이클 슈퍼하이웨이'를 벤치마킹해서 대학가 주변의 자전거 도로를 일반 도로와 분리된 형태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2) 자동차 운전자에게 자전거 도로를 알려주자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전거 이용자에게 안전 이슈가 크게 부각됐다.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16일 공개한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2013~2017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17870건) 중 76%가 자전거 대 자동차 사이에서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13570건, 사망 120명·부상 13955명).

자전거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휴대의 불편함과 사고의 책임을 자전거에게만 전가한다는 이용자 불만, 처벌 규정의 미비 등이 겹쳐서 법이 실행되자마자 사문화되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한우진씨는 자전거 대 자동차 사고의 해결책을 자동차에서 찾았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달릴 수 있는 자전거 도로들은 계속 생기는데, 대부분의 도로들은 자동차와 자전거를 분리하는 턱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 도로에 진입하고도 자전거와 충돌할 가능성을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한씨는 "자동차마다 장착된 내비게이션에 '자전거 도로' 안내 기능을 추가하면 어떻냐"고 제안했다.

자동차가 주정차단속 지역, 버스전용차로 지역 등에 진입하면 음성으로 안내를 해주는 것처럼 자전거도로 안내 기능을 추가하면 자동차-자전거 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씨의 아이디어는 국회 입법화를 거칠 경우 실행에 탄력을 얻을 수 있다. 2011년 운전 중 DMB 시청을 금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되자 자동차 업계에서 주행 중에는 DMB 시청을 아예 못하게 하는 기능을 후속 차종에 도입한 예도 있다.

김병희 심사위원(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자전거 관련 공모를 하면 자전거 자체에서 아이디어를 찾곤 하는데, 자동차 쪽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는 점이 독창적이고, 현실에 적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호평했다.

3) 늘어나는 자전거, '건물 주차'로 해결하자

자동차에 밀려 인기가 떨어졌던 자전거는 정부 차원에서 자전거 이용을 널리 권하면서 이용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전국의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자전거 주차장 수는 2016년 3만1851곳에서 2017년 3만7818곳으로 전년 대비 19% 가량 늘었다. 그러나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문화가 만들어질 정도로 자전거가 인기를 끌려면, 언젠가는 도심의 자전거 주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상신(우수상)씨는 자동차 1대의 주차 공간에 10대 가량의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음을 들어 건물 주차장의 공간 일부를 자전거 주차장으로 할애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자출족들을 위해 주차 공간은 물론, 샤워장과 자전거 정비숍을 함께 운영되는 사례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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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안전하고 기발한 자전거 정책 콘테스트' 우수상을 받은 박상신씨의 프리젠테이션 자료 일부. 박씨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도심의 건물들이 자출족을 위해 주차 공간은 물론, 샤워장과 자전거 정비숍을 함께 운영되는 사례를 소개했다. ⓒ 서울시 제공

그러나 건물 주차장을 활용하려면, 소유주들의 동의나 협조를 받아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박씨는 이 대목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이익을 지역공동체에 투자해 사회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기업과 지역 주민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가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박씨는 "자전거 주차장을 제공하는 건물에는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주말에는 건물 내부에 외식업 매출이 증대된다. 정부가 참여 기업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민간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서울시청이나 구청에서부터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 주차장을 마련해 달라고 제안했다.

김정현 중앙대 교수는 "일단 시의적절한 주제이고, 특히 빌딩을 가진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뤄내는 것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평했다.

서울시는 이번 공모전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모아 시의 자전거 정책 수립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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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18 서울의 안전하고 기발한 자전거 정책 콘테스트' 시상식이 열렸다.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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