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와 고노 다로의 일본발 가짜 뉴스

[김종성의 이 뉴스 진짜야?]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일본 반응

등록 2018.11.10 15:44수정 2018.11.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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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흔드는 일본측 발언이 9일에도 계속됐다. 지난 1일, 아베 신조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징용공'이란 표현 대신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란 표현을 써가며, 이 재판 원고들이 징용을 당한 게 아니라 모집에 응했다고 발언했다.

아베 총리 말의 핵심은 '국가총동원법 상의 국민징용령에 따르면 노동자 충원 방식이 모집, 관(官) 알선, 징용 3가지였다'는 점과 '모집 및 관 알선으로 충원된 노동자는 강제징용 노동자와 다르다'라는 점이다. 강제징용 피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이춘식 씨와 고 김규수·신천수·여운택 님이 자발적으로 모집에 응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동원 과정의 강제성을 희석하려는 의도다.

9일 오후에는 고노 다로 외무대신이 나섰다. 외무성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아베 총리의 논지를 이어갔다. 외무성 홈페이지에 적시된 회견문에 따르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원고는 모집에 응한 분이라는 식으로 정부는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요미우리 신문> 기자가 반론 성격의 질문을 던졌다. 이제까지 징용공(徵用工)이란 표현을 쓰다가, 이번 판결 후에 갑자기 '모집에 응했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이었다. 고노 다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으로 그렇기 때문이라는 것 이상은 없습니다."
 
뚜렷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 '현실이 그러니까 그런 거지' 하는 식의 불명확한 답으로 얼버무렸다. 이런 류의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모양이다.

징용이건 모집이건 '강제로 끌고갔다'는 본질 같아 

 

고노 다로 외무대신의 11월 9일자 기자회견문을 소개한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 일본 외무성

  
 

기자회견 중에서 강제징용 판결에 관한 부분. ⓒ 일본 외무성

 

모집 및 관 알선으로 동원된 노동자를 강제징용 피해자와 분리하는 일본 정부의 선전은 한마디로 '가짜 뉴스'다. 징용이건 모집이건 관 알선이건 간에 본질은 다 똑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이든 간에 강제성이 수반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수환 영남대 교수와 이광우 영남대 연구원의 공동 논문 '1939~1945년 경북 지역의 노동력 강제동원'은 이렇게 서술한다.
 
"일본의 강제동원은 모집, 관 알선, 징용의 법령체제 하에 진행되었지만, 현재까지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등의 기관과 연구자들이 발간·보고한 각종 구술 자료 및 보고서에 따르면, 법령과는 별개로 강압적인 방법으로 끌려간 사례가 상당수 차지한다."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가 2014년 발행한 <민족문화논총> 제58집에 수록.
 
모집에 응하든 관청의 알선을 받든 징용 명령을 받든 간에, 어느 경우든 최소한의 상황 판단력은 있어야 한다. 내가 지금 모집에 응하고 있다, 관청의 알선을 받았다, 징용 명령을 이행하고 있다 등등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그런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정든 집을 벗어나 어느 순간 '해외 노역장에서 일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적지 않은 증언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또는 '갑자기 경찰과 군인이 들이닥쳐' 등으로 자신의 강제동원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어떤 법령체제와 절차를 통해 동원된 줄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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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 연합뉴스

 
상당수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강제력이 행사됐다면, 또 수많은 사람이 그런 분위기에서 노역장에 투입됐다면, 나머지 사람들이 정중한 대우를 받으며 자발적으로 노역장에 갔을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상당수가 그랬다면 나머지도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은, 총 1197명이 강제동원된 경북 청도군 사례에서도 추론된다.
 
"청도군의 사례에 따르면, 신체적 강제와 납치의 사례를 제외하고도 대부분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제동원되었음이 나타난다. 또한 이들을 동원할 때 일본인(사업주로 추정)을 비롯하여 군 서기, 면사무소 직원, 마을 이장, 경찰 등이 동행하여 자신들을 데리고 간 것으로 증언하고 있다."
-위 논문.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청도군에서도 대부분 사람들이 강압적 분위기에서 강제노역장으로 향했다(A). 나머지 사람들은 신체적 강제를 당하거나 납치를 당했다(B). A와 B의 차이는 자기 발로 갔느냐로만 갈릴 뿐이다. 자기 의사로 뭔가 결정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는 A나 B나 다를 바 없다.

아베 신조와 고노 다로가 말한 '모집에 응한 경우'는 A를 가리킨다. 그들은 자기 발로 걸어선 간 경우는 강제징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강압과 협박과 속임수에 넘어가 자기 발로 걸어갔더라도 자발적 참여로 간주하는 것이다. A나 B나 실질적으로 다를 게 없었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찍은 강제징용 노동자상. ⓒ 김종성

 

"너, 여기서 그대로 일하되 앞으로는 징용 노동이야"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 더 있다. 처음에는 모집이나 관 알선 형식으로 출발한 사람들이 나중에는 강제징용 대상자로 전환되는 사례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징용에는 '신규징용'과 '현원징용'이 있었다. 신규징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징용이다. "너 나와!" 하는 식의 징용이다. 여기에는 기능 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징용'과 기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징용'이 있었다.

현원징용은 특정 작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기존 작업장을 강제노역장으로 전환하면서 그곳 노동자들을 강제동원하는 방식이었다. 징용 노동이 필요한 공장이 있을 때, 그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일이다. "너, 여기서 그대로 일하되, 앞으로는 징용 노동이야!"라고 통보하는 식으로 이런 전환이 이루어졌다.

바로 이 현원징용 방식이, 모집 혹은 관 알선 형식으로 작업장에 투입된 노동자를 피징용자로 전환하는 데 활용됐다. "모집과 관 알선 방식으로 해외로 송출된 조선인 노동력을 피징용자로 전환하는 과정은 바로 현원징용 방식"이었다고 정혜정 국무총리 소속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은 2008년에 <한국민족운동사연구> 제56권에 실린 '국민징용령과 조선인 인력동원의 성격'에서 말한다.

공식적으로는 모집 혹은 관 알선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강압적 분위기에서 배를 타고 해외 작업장에 배치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신분을 해외 현지에서 피징용자로 바꾸는 데에 현원징용 방식이 이용됐다는 것이다.

신분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동의를 구한 것은 아니다. 일방적인 통보가 있었을 뿐이다. "대부분은 노무 담당 직원의 통보라는 간단한 방식을 통해 가능했다"고 정혜정 논문은 말한다. 통보 이전에도 강제노동이고 통보 이후에도 강제노동이라는 점은 같지만, 이 같은 통보를 통해 노동자에 대한 형식상의 법적 구속력이 더 강해졌다.

그런 통보를 받으면, 모집 및 관 알선으로 한국을 떠난 사람과 징용으로 한국을 떠난 사람이 해외 현지에서 똑같은 신분을 갖게 됐다. 다들 똑같이 피징용자 신분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아베 신조와 고노 다로는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거짓 뉴스를 퍼트리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처음에 어떤 신분으로 한국을 떠났는지를 따지고 있다. 모집 및 관 알선으로 떠난 이들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다.

어떤 신분으로 출발했건 간에 거의 다 강압적 분위기에서 끌려갔다는 점, 세 가지 신분이 해외 현지의 강제노역장에서 징용이라는 하나의 신분으로 통일되는 일이 많았다는 점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아베와 고노의 발언은 도쿄발 가짜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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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저서: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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