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은 왜 언론에 두드려 맞았나

[取중眞담] '초등학생 주사 사망사고'와 '한국시리즈 공짜 관람' 논란

등록 2018.11.15 10:56수정 2018.11.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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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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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인천시장이 SK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날인 11월 12일 오후 11시 51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들. 박 시장은 SK 팬들과 즐겁게 응원하는 모습과 더불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우승입니다, 우승~~"이라는 글을 남겼다. ⓒ 박남춘 페이스북

 
박남춘 인천시장, 주사 사망 사고 긴급상황 뒷전 '공짜 야구 관람' (<쿠키뉴스>)
박남춘 인천시장, 주사 사고 와중에 KS '공짜 관람' 논란 (<연합뉴스>)
주사 맞고 초등생 숨지는 긴급 상황… 야구장으로 향한 박남춘 인천시장 (<노컷뉴스>)
주사 맞고 4명 사망했는데… 야구단 응원나선 박남춘 인천시장 (<중앙일보>)
초등생 주사 맞고 숨지는 긴급 상황에… 야구장에서 환호한 인천시장 (<한국일보>)


지난 14일 포털사이트에 '박남춘'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뜨는 기사 제목들이다. 비판의 논지는 크게 두 가지다. 1) 인천의 한 초등학생이 주사를 맞고 사망한 긴급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인천시장은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관람하며 환호했다 2) 잠실야구장에서 '공짜 관람'을 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 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의 행보에 대한 질타였다.

의아했다. 평소 '시민이 인천시장입니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불필요한 의전과 격식을 탈피하려고 했던 박남춘 시장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관계와 전후상황이 궁금했다. 대부분의 비판 기사에서 인용했던 박남춘 시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사진과 보강 취재를 통해 의문의 퍼즐을 맞춰봤다. 사실 관계에 기초해 박 시장의 행보가 명확하게 '틀린' 것인지, (시각에 따라) '다른'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1] 박남춘 시장은 '초등학생 주사 사망사고'를 팽개치고 야구장에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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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오후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인천 소재 의료기관 주사제 사망사고 관련해 언론 브리핑이 진행됐다. 왼쪽은 조태현 보건복지국장, 오른쪽은 김혜경 보건정책과장. ⓒ 인천시


"인천에서 두 달 사이에 4명이 주사를 맞고 사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사를 맞은 초등학생이 사망 사실이 알려진 지난 12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를 공짜로 관람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

1. 인천 초등학생은 11일 오후 3시께 인천 연수구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혈액검사 후 장염 치료제인 수액주사(링거)를 맞고,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 10여 분 뒤 구토·발작 증상과 함께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오후 4시30분께 사망했다. 이 학생은 사망하기 이틀 전 감기와 장염 증상을 보여 한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 11일 종합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는 지난 9월 이후 지금까지 주사 사망사고가 4건 발생했다.

2. 인천 연수경찰서는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초등학생의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1차 부검 결과,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는 구두소견을 경찰측에 전달했다. 국과수에 따르면, 정밀 부검을 해야 하는 상황이며 그 결과는 2~3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도 12일 초등학생 주사 사망사고와 관련해 "역학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 인천 초등학생 주사 사망사고 다음날인 12일 박남춘 시장은 이와 관련해 간부들과 대책회의를 가진 뒤 조태현 보건복지국장에게 세부 대책 마련과 언론 브리핑을 지시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조태현 국장은 응급의료기관 20곳에 대한 의료법 위반 집중 점검과 13일 오전 인천시 소재 시·군·구 보건소를 대상으로 '의료기관 집중점검 및 관리·감독 강화 긴급회의'를 열겠다는 내용의 언론 브리핑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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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시장은 지난 11월 12일 오후 2시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노동정책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에는 간담회 참석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 박남춘 페이스북


4. 조태현 보건복지국장이 언론 브리핑을 하기 30분 전인 12일 오후 2시 박남춘 시장은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노동정책 간담회'에 참석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6시 40분께 페이스북에 간담회 참석자들과 함께 저녁식사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면서 이런 글을 남겼다. "(오늘 간담회가) 격식 없이 소상공인·노동자 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제안주신 내용은 충분히 검토하여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5. 12일 저녁식사 도중 박남춘 시장은 SK와이번스 구단 측으로부터 '오늘 우승 가능성이 있으니 시장님이 직접 경기장에 와서 관전하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SK가 두산을 3:0으로 앞서고 있던 오후 8시 안팎이었다. 박 시장은 오후 9시께 잠실야구장에 도착했다. 경기는 3:3 동점인 7회였다. 이후 8회 두산이 역전, 9회 SK가 동점, 연장 13회 SK가 재역전 하는 숨막히는 경기가 진행됐다.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박 시장은 트레이 힐만 감독과 선수들을 축하해줬다.

6. 많은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박 시장의 페이스북 게시글과 사진은 12일 오후 11시 51분에 올라왔다. 박 시장은 SK 팬들과 즐겁게 응원하는 모습의 사진과 더불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우승입니다, 우승~~ 13회까지의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인천 SK와이번스가 8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7. 박 시장은 다음날인 13일 오전 11시 3분 '박남춘의 인천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시장은 SK 우승이 기뻤고, 힐만 감독이 부모님 건강 때문에 미국에 돌아가려고 한다는 사실에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적었다. 그리고 오전 현안점검회의에서 '시민의 보건복지'를 강조했다면서 잇따른 주사제 사망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몇 달 동안 인천시민 네 분이 병원에서 주사제 투입 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확인 결과 전염병 원인이나 상호 연관은 없어서 시민들에게 신속히 알려드렸지만, 그럼에도 보건당국을 통한 철저한 역학조사와 안전관리가 이뤄지도록 협조할 것을 담당 부서에 당부했다... 지하철 주변 노숙인들을 지원하는 상담요원들을 만나 요원들이 요청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수용하게 했다."

대다수 언론들이 비판했듯이 '박남춘 시장이 초등생 주사 사망사고를 뒷전으로 하고 야구장에 갔는지'는 독자 여러분들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 비판할 때 하더라도 언론 보도에서는 생략된 사실관계와 전후상황을 살피고 난 뒤에 판단하는 게 맞아 보인다.

[#2] 박남춘 시장은 '공짜 관람'을 해서 '김영란 법'을 위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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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시장은 팽팽한 연장 승부 끝에 SK가 10회 역전승을 한 11월 2일 플레이오프 5차전에도 야구장을 찾았다. 이날 SK가 넥센을 이겨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됐다. ⓒ 박남춘 페이스북

 
"박남춘 시장은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SK 대 두산 경기를 비서 2명과 함께 직접 관람했다. 박 시장이 앉은 자리는 3루 측 블루 지정석으로 입장권 가격이 1장당 6만원이다. 이를 놓고 박 시장이 5만원 이상 초대권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한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연합뉴스>)

언론 보도와 박남춘 시장측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대략적인 사실관계는 이렇다. 

1) 코리안시리즈 6차전이 열렸던 12일 저녁 SK와이번스 구단 측이 박 시장에게 잠실야구장에 와달라고 요청했다. 2) 박 시장은 오후 9시께 7회 경기가 진행될 때 비서 2명과 함께 잠실야구장에 도착해서 3루측 블루 지정석(6만원)에 앉았다. 3) 이 자리는 SK와이번스 구단측의 몫으로 배정된 구역이다. 4) 당일 박 시장측은 경기 관람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언론들이 비판하는 대목은 크게 2가지다. 1) 순식간에 매진돼 표를 못 구한 야구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박 시장은 예매도 안 하고 편하게 경기장에 입장했다. 2) 박 시장이 5만원 이상의 선물(입장권)을 무료로 받은 건 '김영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시장이 경기 종료 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그라운드에 내려가 SK 선수들을 축하해줬다'는 지적도 했다.

이에 대한 인천시와 박 시장 측의 해명은 이렇다. 1) SK와이번스 구단의 긴급 요청에 따라 잠실야구장에 갔으나 구단이 확보한 좌석 밖에는 자리가 없었다. 2) 박 시장이 동행한 비서에게 18만원(입장권 3장 가격)을 주며 푯값을 지불하라고 했다. 3) 푯값이 지불되지 않은 것을 나중에 알고 구단측에 18만원을 건넸다. 4) 박 시장 측은 결과적으로 당일에 푯값을 지불하지 못한 건은 불찰이니 비판을 달게 받겠다. 다만, 의도적으로 '공짜 관람'을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짜 관람' 논란과 관련해 박 시장이 비서에게 당일 현금으로 푯값을 줬는지, 실제 지불 의사가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를 증명해줄 사람이 박 시장의 비서이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남고, '팩트체크' 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전 비슷한 상황에서 박 시장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살펴보면 이날의 상황도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박 시장은 SK와이번스-넥센히어로즈가 맞붙은 플레이오프 때에도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두 차례 방문했다. 지난 10월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는 시구자였다. SK와이번스 구단 측의 요청에 따라 시구를 하러 갔고, 시구가 끝난 뒤 경기를 관람하지 않고 나왔다. 팽팽한 연장 승부 끝에 SK가 10회 역전승을 한 11월 2일 플레이오프 5차전에도 박 시장은 야구장을 찾았다. 이때 박 시장은 푯값을 지불했고, 야구장 안 매장에서 SK와이번스의 점퍼도 돈을 내고 샀다.
#박남춘 #인천시장 #SK와이번스 #주사사망사고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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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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