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지나면 등굣길이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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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ho089)등록 2018.11.16 14:53
도서관이 닫히기 전에 가려고 빠르게 걸었다.  그러다가 발이 턱에 걸렸고 나는 꽈당 꼬구라질뻔했다. 살펴보니 인도의 이음새 부분이 여름이 지나면서 부풀어 올라 턱을 만든 것이다.

이 길은 막내 아이가 매일 지나다니는 등굣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걷거나 뛰다가 걸려서 넘어지는 사고가 날 수 있다. 턱을 잘 못 밟으면 발목이 삐는 사고가 나기도 한다. 턱이 생긴 부분은 육안으로만 보아도 7cm 정도는 넘어 보였다.

수 많은 이 학교 학생들이 하루에도 최소 두번씩은 지나 다니는 길이다. 물건이라도 두고 온 날이면 더 많이 지나기도 한다. 이렇게 어린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 위험한 턱을 그냥 둘 수는 없다.

휴대전화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민원을 넣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민원이 처음은 아니다. 큰 애가 학교를 다닐 때도 이런 똑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도 민원을 넣었는데 그때는 민원 신청 게시판에 사진을 첨부하는 곳이 없어서 글로만 위치를 설명해서 올렸다. 그랬더니 며칠 뒤, 공무원에게 전화가 왔다. 그 공무원은 정확히 어느쪽 등굣길 말하는 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사실 학교를 오는 등굣길이 두 방향이 있고 두 길 모두에서 인도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있었으니, 그 공무원은 민원인이 지적한 장소가 어딘지 정확히 알고 싶었을 것이다. 벌써 5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런데 여전히 이 등굣길에선 이런 부풀어오르는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부풀어 오른 곳을 깍아 내고 다른 것으로 덮어씌우는 식으로 땜질식 처방으로 문제를 해결하니 여름이 지나면 인도면은 계속 부풀어 오른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인도에 보드블록을 깔면 문제가 해결될텐데 왜 이런 땜질식 처방을 수년간 계속하는지 모르겠다.
 
시청 홈페이지에 가서 사진까지 잘 첨부해서 민원을 올렸다. 그 사이 민원 신청에 사진을 첨부하는 게 가능해졌다. 사실 이렇게 민원을 열심히 넣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큰 애가 몇 년 전, 학원에 다녀오다가 발을 삔적이 있다. 인도에 턱이 올라온 부분을 보지 못하고 뛰다가 발목이 접질린 것이다. 물론 눈으로 그 턱을 보았다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걸을 때 바닥을 보며 걸을 수는 없다. 게다가 그 날 아이는 걷지 않고 뛰었다. 그래서 더 심하게 삐었고 상당히 긴 기간을 반 기브스를 하고 목발을 짚으며 다녔다.

아이가 아니라도 노인들도 젊은이도 그런 길에선 다칠 수 있다. 안전한 보행권은 누구에게도 필요하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그리고 시각장애인들도 안전한 보행권이 필요하다. 시민의 보행권을 지키기 위해서 시청의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민원을 넣고 이틀이 지나 잘 접수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뒤에 민원을 처리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내 민원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궁금해서 아이 등교길을 찾았다.
 
원래 내가 민원을 넣은 곳은 맨홀 뚜껑이 있었는데 맨홀 뚜껑은 사라져 버렸다. 맨홀을 아예 덮어버린 것 같다. 일단 아이들이 턱에 걸러서 넘어지는 일은 없어져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또 여름이 지나면 이 등교길 어딘가는 점점 더 부풀어 오를텐데 언제까지 이런 땜질식 처방을 계속하려는 건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 민원을 낸 곳 말고도 다른 이음새도 조금 씩 부풀어 오르면서 금이 가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 지나면 나는 내 아이가 매일 걸어 다니는 이 길을 걸으며 어디 또 부풀어 오른 곳은 없는지 살피는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걸까? 내가 굳이 아이 등교길에 관심을 안 가져도 되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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