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가 나경원 "칭찬할 만하다"고 한 이유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취임 한달된 나경원, 데뷔전 평가는 '성공적'... 남은 과제는 물음표

등록 2019.01.11 17:31수정 2019.01.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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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자료사진) ⓒ 유성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11일 경선에서 김학용 후보를 누르고 '삼수' 끝에 당선됐다. 68대 35, 압도적인 표차였다. 보수당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나경원의 압도적 승리, 친박 부활 신호탄?)

나경원 원내대표는 본인의 정치력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다. 언론과 대중은 그의 외모나 특정 언행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어는 없었다" 등 그 중 상당수는 부정적인 꼬리표가 되어 무엇을 하든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걸어온 정치행보에 대해 수많은 비판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족적에 눈여겨볼 만한 게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나 원내대표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덜 받는 장애인 관련 행사에 꾸준히 참석함은 물론, 지난 평창동계패럴림픽 당시에도 몇몇 경기장 관람석을 끝까지 지켰다. 또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위한 초당적 연대를 제안하는 등 여성 문제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관련 기사 : 나경원부터 추혜선까지...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그런 나경원의 제1야당 원내대표 취임은, 나경원이라는 정치인에게 있어서 자신의 정치력을 가감없이 평가받는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친박 힘'으로 당선된 나경원, 친박과 거리를 두다

나경원은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다. 좋게 말하면 포용력이 넓고, 나쁘게 말하면 철새 성향이다. 범친이계로 분류됐던 그는 대표적 '비박' 인사로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여하며 탄핵소추안 의결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후 '탈당러시'에 함께하지 않고 당을 지켰다. '잔류파'로서 당에 남은 그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을 감옥에 가실 정도의 잘못을 하셨느냐"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와 같은 당내 정치적 스탠스 덕분에, 나경원은 삼수 끝에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원내대표에 당선된 후 나경원은 "우리 당에 친박이 68명이나 되느냐"라며 계파에 의한 편가르기를 경계했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당선에 친박의 힘이 작용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박 복당파'로서 정체성이 뚜렷했던 김학용 후보에 비해, 나경원은 비박 출신이지만 잔류파로서 친박과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여기에 비박계 중에서도 '대표 비박' 김성태 전 원내대표에 대한 반감도 크게 작용했다. '막말'과 '대여 강경 투쟁' 노선으로 선명성을 강조했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피로감과 반발이 한몫한 것이다. 나경원은 그 표심을 잘 공략했고, 그 결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표차로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신의 당선에 기여한 친박계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친박의 입'으로 불리는 홍문종 의원을 진압한 게 대표적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당선 직후 홍문종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비대위는 이제 짐 싸는 수밖에...", "비대위가 이제는 나경원 의원한테 당대표 권한자리 넘겨주고" 등의 발언을 하며 계파색을 강조하자 직접 윤리위 회부를 거론한 것이다. 이후 홍문종 의원은 잠시 반발했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복당파인 정양석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에 앉힌 것도 계파색 빼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연석회의를 자주 열면서 당내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도 대표적인 계파 통합 행보로 보인다.

이철희 "나경원 원내대표,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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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자 JTBC <썰전>에 출연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운영위원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보여준 모습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 JTBC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국회에 산적한 현안과 마주해야 했다. 당장 로텐더홀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유치원3법과 김용균법으로 불린 산업안전보건법을 두고도 여야 갈등이 격화됐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의혹 폭로도 터졌다.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수용하는 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 의원들과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너무도 상이했다. 당 차원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나 선거구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적도 없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정무적 선택은 일단 단식을 풀게끔 하고, 이후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었다.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의원정수 10% 이내 확대 여부"라는 문구는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혔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방향에 자유한국당까지 동의가 이루어졌다"라며 논의를 전진시키려고 하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검토 합의에 불과하다"라며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건 명백한 사실 호도"라고 바로 선을 그었다. (관련 기사 : 합의문 잉크도 안 말랐는데... '더불어한국당'의 딴청?)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은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지만, 이미 풀어버린 단식을 곧바로 재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한국당은 급할 게 없었다. 나 원내대표가 본래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였던 정유섭 의원이 자리를 내려놓자, '공격수' 장제원 의원을 그 자리에 투입한 것도 대표적인 '지연 전술'로 꼽힌다. 장제원 간사는 의원정수 확대 '여부'에 집중 문제를 제기하며 정개특위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당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 이익단체의 이해관계가 직결된 유치원3법을 끝내 여당과 합의해주지 않았고, 민주당은 '패스트 트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당은 합의가 무산된 원인을 민주당으로 돌리며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법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하는 패스트 트랙은 최대 330여 일 이상 소요된다.

또한 김용균법을 합의해주면서 한국당 최대 요구조건이었던 운영위원회 소집을 관철시킨 것도 나경원 원내대표의 공이 컸다. 한국당은 원했던 대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을 국회로 불러올 수 있었다.

정작 그렇게 애써 불러 모은 운영위에서 한국당은 원했던 방향으로 회의를 이끌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완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국 수석과 임종석 실장에게 별다른 유효타를 날리지 못한 한국당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과 관련해 이슈 주도력을 상실했다. (관련 기사 : "한방은커녕 헛방 날리고"...국정조사·특검 요구하는 나경원)

그러나 운영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지 않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전략에 대해서는 괜찮은 평이 나왔다. 운영위원이기도 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썰전> 방영분에서 "여야 간 격돌이 심해지다 보면 나경원 원내대표가 사인을 줘서 퇴장‧정회 이렇게 파행으로 끌고갈까봐 걱정했는데 그러지는 않더라"라며 "어쨌든 그 안에서 뭔가 자꾸 풀어보려고 했던 건 칭찬할 만하다"라고 평했다.

성공적인 데뷔? 하지만 남은 과제

개별사안들을 놓고 봤을 때는 평이 엇갈릴 수 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난 한 달은 어쨌든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기간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내 협상에서 한국당이 원했던 것들을 상당부분 얻을 수 있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보다 본인의 존재감을 더 드러내며 일각에서는 "나경원이 더 당대표 같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을 맹렬히 비난하면서도 "김성태 전 원내대표 때에 비해 어휘선택이 너무 튀지 않고 차분해서 좋다"라는 평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당은 특위를 5개로 늘리면서 대여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탈원전정책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한편, 김태우 전 특감반원‧신재민 전 사무관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도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오늘밤 김제동>과 관련해 KBS를 향한 정치적 공세도 이어왔다. 11일에는 '문재인 정권의 사법 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 수호 특별위원회' 첫 회의도 열면서 이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그러나 이처럼 넓게 퍼트린 전선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당초 오는 2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딸의 kt 특혜채용 의혹과 베트남 다낭 외유 논란이 일면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특히 특혜채용 의혹의 경우, 본인이 원내대표 시절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했다가 큰 성과 없이 물러난 게 오히려 독이 됐다.

또한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당내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두고 당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당대표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10명 가까이 난립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나경원 원내대표의 존재감도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나 5‧18진상조사위 위원 추천이라는 큰 악재를 만난 상황이다. 5‧18진상조사위 한국당 추천 몫으로 지만원씨를 뽑으라는 당내외 요구가 커지고 있다. 김진태 등 친박 의원들도 지만원씨 추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반면,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이를 거부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원내대표 후보 시절 "안철수부터 조원진까지"를 외쳤던 나경원이지만, 그렇다고 한국당이 극우‧도로 친박당 이미지로 회귀한다면 본인에게도 뼈아픈 상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이순자 망언' 침묵한 한국당, 5·18 위원 추천 또 미뤘다)

하지만 이대로 추천을 미룰 경우의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기자들 앞에서 웃으며 "정말 숨넘어가겠다, 못살게 굴지 마라"한 것도 이런 부담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미 당내에서도 이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 바깥에서는 중도‧진보 성향 정당들이 지만원씨 추천 가능성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태극기 부대 등 보수 시민단체는 지만원씨를 추천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5‧18 시민단체에서는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관련 기사: 김진태 공개제안 "지만원 꼴통 아니야, 나경원이 추천해야")

이외에도 보수통합‧바른미래당과의 연대 등도 나경원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받을 수밖에 없는 난제들이다. 무엇보다 한국당만의 이익이 아니라 제1야당으로서 대한민국 전반에 이득이 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가느냐가 그의 성패를 가늠할 주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2019년 12월 11일이 되면, 보수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정치인 나경원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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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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