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학년 교실을 비춰보는 광학현미경

교사가 쓰는 한 주간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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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철(akshdtoa)등록 2019.02.24 16:34
 지금까지 고 3학년이면 수업 시간에 으레 교과서는 형식적으로 신청하고 전 과목이 문제지로 수업을 진행해왔던 것이 관행이 되다시피 해 왔다. 그런 과정에서 왜 교과서는 배우지 않느냐? 배우지도 않으면서 신청은 왜 하라고 했느냐? 그래서 한 해는 교과서를 신청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교육청에서는 왜 교과서를 신청하지 않았느냐고 학교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학사로부터 지적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교과서를 신청하고, 수업 시간에 문제지를 구매하여 수업을 진행한 사실도 있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어도 그 어느 누구도 교과서를 배워야 한다는 편법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이었다. 어느 학교만 하지 않으면 모르겠으나 전국 고등학교 3학년이면 당연지사로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 관례처럼 돼버린 현실에서 학교운영위원도 말문을 열 수 없었던 것이다.
 
 세월은 답을 주었다. 수시에 일반고 학생들이 대부분 원서를 제출하여 합격을 보장받게 되니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줄어 들어 학교에서도 문제지로 수업을 할 필요성이 없어졌고. 자율학습은 자율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겠다, 교실이 시끄럽다, 통제받기 싫다 등등이 학생들의 요구가 더욱 가속화되어 학교 학생 통제에는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이런 저런 결과로 인해 전국연합학력고사에서 계속적으로 등급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시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3학년인데도 줄기차게 학원으로 이 과목 저 과목을 수강하면서 학교를 떠나 시간을 헛되게 소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성적 하향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도 굳이 문제지를 풀면서 공부할 필요성이 없어 기존의 교과서를 중심으로 내신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2학기만 되면 1,2학년과 3학년 교실에 불이 켜져 있는 수가 비슷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오히려 저학년 교실에 더 많은 불빛이 보이는 역현상도 나타나곤 한다. 정규 교과서를 배우고 그것에서 변화되어 가는 입시에 맞추어 가는 자세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허나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수시에 붙고 난 후 학생들의 교과 운영은 과연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교육청도 이에 대한 바람직한 대안이 없다. 학교도 뚜렷한 대안이 없다. 그러나 정규 시간표대로 운영해야 하는 것은 정석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책도 가져 오지 않는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수능 이후 학교에 폐휴지 수거 차량을 불러들여 책을 모조리 버리게 하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수 년 간 반복해서 진행되고 있는 고 3에 대한 수능 이후 프로그램이 언제까지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어야 하는지 아이러니한 것을 어디에서 그 해결책을 구해야 하나? 오늘도 저 높은 하늘 구름에 숨어서 은일자적하고 있는 도인에게 해법을 구하러 떠나야 할까?

 학교 수업 정상화가 수시로 인해 서서히 정상을 찾아가려고 이제 발버둥 치고 있지만 여전히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육과정에 대한 해답은 편법이 정법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교육부는 언제 정석해법을 내 놓을 지 묻고 싶다. 빈 손으로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붙잡고 학교 규칙을 적용하여 몇 해 전 광주 모 고등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수능 이후 미등교한 학생을 징계 처분한 사실이 신문에 보도된 사실을 연상이라도 해야 할까? 변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교육은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학기제를 바꾸는 방안도 필요하다.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은 바로 떠날 수도 없다. 대부분의 서구 여러 나라는 9월 학기제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 유학을 오고 싶은 외국학생도 학기제가 맞지 않아 머뭇거리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 3학년이 왜 중요한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대학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하여야 할 것인데도 우리는 고등학교에서 열공을 하고, 대학에서는 유유자적을 한다면 과연 올바른 방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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