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당선, '황교안 축구장 유세' 때문? 아니다

[정치 잡학다식 1cm] 진짜 승부 가른 건 사전투표

등록 2019.04.04 15:33수정 2019.04.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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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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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왼쪽)가 3일 오후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이정미 대표와 환하게 웃고 있다. 2019.4.4 ⓒ 연합뉴스


말 그대로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4.3 창원성산 보궐선거는 여영국 정의당 단일후보의 당선으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단 504표 차의 신승이었습니다.

개표 중반까지만 해도 승부는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 쪽으로 기우는 듯했습니다. 개표율이 50%대였던 오후 10시 즈음 '한국당에서 2:0 메시지를 준비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당시 강 후보는 48% 가량의 득표율을 보인 반면, 여 후보는 43%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의당발 '낙선 인사' 메시지가 돌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일부 매체에선 여 후보의 패배를 확정짓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그 기사는 오보가 됐습니다. 개표율 80%가 넘어가면서 두 후보 간의 표차는 1%P대로 좁혀졌고, 결국 여 후보는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황교안 축구장 유세 선거에 영향 미쳤다?

막판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일각에선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축구장 유세가 다시 언급되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방문했던 축구장인 창원축구센터 인근에 위치한 사파동에서 여 후보가 1709표차로 강 후보를 크게 따돌렸기 때문이죠.

창원축구센터는 경남 FC의 홈구장입니다. 황 대표의 축구장 유세로 벌금 2000만 원을 물게 된 경남 FC 팬들의 '화난 민심'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인 겁니다.

이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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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보궐선거 창원성산 지역. 왼쪽 파란색 원들은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여영국 정의당 후보에 앞선 지역들이고, 오른쪽 오렌지색과 붉은색 지역은 여 후보가 강 후보에 앞선 지역들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사파동. ⓒ 네이버지도/박혜경


실제로 창원성산 동별 득표수를 비교해 보니 창원축구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사파동에서 가장 큰 표 차이(1709표)가 났고, 이 표들은 여영국 후보에게로 갔습니다. 축구센터 인근에 위치한 상남동, 가음정동에서도 각각 283표와 934표 차이로 여 후보자가 앞섭니다.

하지만 이런 분석에 대해 '가까이 산다고 다 축구팬이냐'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이 역시 합리적인 의문이죠. 표 흐름에 일부 경향성은 있지만 축구장 유세가 승부를 갈랐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사파동은 원래 여 후보의 강세지역으로 꼽혔던 곳입니다.

오히려 승부처가 된 곳은 사전투표였습니다.

여 후보는 강 후보에게 가장 큰 표차(1207표)로 진 반송동에서도 관내사전투표에서는 381표 앞섰습니다. 여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긴 사파동의 경우 전체 표차 1709표 가운데 관내사전투표에서 944표를 가져왔습니다. 934표차로 강 후보를 이긴 가음정동에서도 여 후보는 관내사전투표에서 746표 앞섰습니다. 열세 지역에선 사전투표로 표차를 만회하고, 강세 지역에선 사전투표로 표차를 더 벌린 겁니다. 이번 선거의 사전투표는 3월 29~30일 이뤄졌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유세가 논란이 되기 전이었죠.

창원성산 승부를 뒤집은 이유가 뭔지 지금으로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선거 결과를 두고 축구장 유세가 다시금 거론되는 건 선거법을 위반한 유세행위에 대해 유권자들이 다시 한번 보내는 따끔한 일침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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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K리그 경남FC와 대구FC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후보가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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