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법 수준에 맞는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이 필요

검토 완료

여경수(ccourt)등록 2019.04.12 07:36
헌법재판소는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지속되었던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서 헌법불합치결정(2017헌바127)을 내렸다. 지난 2012년 동일한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이 내려진 이후, 선례가 변경된 사안이다.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관 9명 중 헌법불합치 결정 4인, 단순 위헌 3인, 합헌 2인으로 나뉘어졌다. 2021년 12월 31일까지는 현행 법률의 효력은 유지되지만, 국회는 이른 시일내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맞도록 법률을 개정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법정견해는 "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입법자는 위 조항들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 낙태의 형사처벌에 대한 규율을 형성함에 있어서,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앞서 우리 재판소가 설시한 한계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낙태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포함한 여성의 재생산권을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여성의 재생산권은 가족계획을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지원을 얻을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할 수 있다.
국제연합 사회권위원회는 2016년에는 <성과 재생산 건강권에 관한 일반논평 22호>를 발표한다. 이 일반논평에서는, "당사국은 재생산의 건강권을 보장할 직접적인 의무가 있다.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당사국의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 낙태의 범죄화는 재생산의 건강권에 근거하는 자율성과 평등권 그리고 차별금지권을 저해한다"고 밝히고 있다. 2009년과 2017년 사회권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대하여는, "낙태를 겪은 여성을 비범죄화하여, 여성의 건강과 존엄성 보호의 권리를 보장해야하며, 성 및 재생산 건강 서비스가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고 접근 가능하도록 보장하기를 촉구한다."는 최종 권고문을 제시하였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2017년 성별 기반 여성 차별에 관한 일반권고 35호를 발표한다. 일반권고에서는 낙태를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합법적으로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정하거나 권리행사를 지연시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성별에 근거한 폭력의 형태가 될 수 있으며, 고문 및 기타 잔혹하며 비인간적인 또는 불명예스러운 대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권고 24호에서는 "가족계획과 성교육을 통하여 원치 않는 임신 예방에 우선순위를 두고 안전한 모성 서비스와 산전 지원을 통하여 산모 사망률을 감소시킬 것. 가능하다면, 낙태한 여성에게 부과되는 징벌적 조치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낙태를 범죄화한 입법을 개정"할 것을 가입 당사국에 권고하였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2017년 대한민국의 제8차 정기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는 "위원회는 안전하지 않은 인공임신중절이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 비추어, 인공임신중절을 비범죄화하여 인공임신중절을 한 여성에 대한 처벌 조치를 폐지하고, 안전하지 않은 인공임신중절로 인해 합병증을 겪는 경우 등을 포함하여 임신중절 여성에게 양질의 수술 후 돌봄 체계에 대한 접근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제인권규범은 낙태를 여성의 자유로운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안전한 임신중단 접근성 보장을 통한 여성 건강보장의 필요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제도에서는 낙태에 관한 정보나 의료 제공은 사회권규약의 건강권과 재생산권의 수준에 상당히 미흡하다. 국가는 의도하지 않은 임신과 안전하지 않은 낙태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을 법제도에서 충분히 수용하고 있지 않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국회는 국제수준에 맞는 임신중절시술제도를 법제화하여야 한다. 국제규범에 비추어 본 여성의 재생산권을 충실히 반영하는 입법개선이 이루어져야한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