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로스쿨 '미졸업자'를 아시나요?

모두에게서 감추어지기를 바라는 존재 ‘미졸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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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필구(boxhero)등록 2019.04.16 08:16
최근 들어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수천명에 달하는 변시낭인 그리고 올해가 지나면 1천명에 육박할지도 모르는 오탈자들, 그리고 합격자수 통제로 인한 로스쿨 교육의 붕괴까지..... 기득권 법조인들의 탐욕에 의해 난도질당해왔던 로스쿨 제도의 참상이 속속들이 들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드러나지 않는 존재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로스쿨 '미졸업자'입니다. 이하에서는 이 '미졸업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도대체 이 미졸업자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 인가요?
 
라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입니다. 따라서 미 졸업자란 어떤 이들을 말하는 것인지부터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미졸업자'란 유급, 휴학, 졸시탈락 등으로 인하여 로스쿨을 졸업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수는 얼마나 되나요?

이 또한 이 글을 읽어주시는 이들이라면 궁금해 할 요소일 것입니다. 제7회 변호사시험까지를 기준으로 하여 로스쿨에는 총 14,538명이 입학을 하였고, 이들 중 13,097명이 졸업을 하였습니다. 로스쿨에는 그 전해에 자퇴하거나 제적된 인원을 보충하는 결원보충제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이 제도에 의해 결원이 보충된 것이라고 한다면 로스쿨에는 총 14,000명이 입학을 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최소 14,000명에서 최대 14,538명이 입학을 한 것입니다. 이에 미졸업자의 인원을 추산해 본다면 최소 903명에서 최대 1,441명이 로스쿨에 미졸업자로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수치는 로스쿨 정원의 45%에서 72%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번 변호사시험의 경우 3617명이 출원하여 3330명이 응시를 하였습니다. 결국 양자의 차이인 287명은 졸업시험에서 '사전에' 응시자격을 박탈당한 것입니다. 결국 현재 로스쿨에는 최소 1,190명에서 최대 1,728명이 미졸업자로 적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수치는 로스쿨 정원의 59.5%에서 86.4%에 달합니다.

이들은 어떠한 변화를 보이며 증가하고 있나요?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증가폭을 보여주는 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로스쿨 미졸업자 수치 전국 25개 로스쿨에 머물러 있는 미 졸업자의 수치를 파악하기 위하여 매해 졸업시험에 떨어진 이들의 수치를 조사한 도표. 법률저널의 '00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는 누가 입학했을까'를 기반으로 작성함 ⓒ 양필구

 
해당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제 6회 변호사시험때 191명으로 감소했던 미졸업자 증가수치는 제7회 때 250명, 제8회 때 287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증가폭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9기 때는 320명, 10기 때는 350명, 11기 때는 380명이 미 졸업자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수를 더하면 1,050명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수를 기존 미졸업자에 더하면 그 수치는 최소 2,240명에서 최대 2,778명에 달합니다. 이는 로스쿨 정원의 112%에서 139%입니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는 로스쿨 입시와 관련하여 설명회를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매해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설명회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쿨 12기가 입학할 때, 로스쿨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이 그들의 수보다 더 많은 지금의 이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지요. 그리고 로스쿨을 운영하는 교수님들, 운영에 책임이 있는 법무부와 교육부, 로스쿨을 졸업하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변호사들, 그들은 과연 로스쿨 12기를 후배로서 맞이할 준비가 된 것일까요.
 
그런데 왜 이들의 문제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인가요 - 모두가 몰랐으면 하는 '미졸업자'
 
미 졸업자의 수는 변시낭인의 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시낭인 그리고 오탈자 문제가 언론의 관심을 받는 정도에 비하여, 이들과 관련된 기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미졸업자 문제가 법무부 변협 그리고 로스쿨 양쪽 모두에게 감추고 싶은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법무부와 변협 입장에서는 신규변호사 배출 숫자를 줄이기 위하여, 현 로스쿨 제도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야 합니다. 이런 입장에서 변시낭인에 육박하는 미졸업자가 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될 경우 법조인 배출을 늘려야 한다는 공격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감추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로스쿨의 입장에서도 합격률이 외부로 공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졸업자 수를 줄이는 것이 '합격률이 높은 좋은 로스쿨'이라는 홍보에 유리합니다. 결국 미졸업자의 존재는 모두에게 좋지 않은 요소이기 때문에 양쪽 다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들은 졸업할 자격이 없는 것 일까요? - 로스쿨판 '사형수의 벨' 교차채점
 
사형을 집행할 당시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큰 죄책감을 가졌습니다. 그리하여 생긴 방법이 사형수의 벨입니다. 이 방법은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을 여러명으로 하고, 그들이 동시에 밸을 눌러 '누가 사형집행을 하는지 모르게'하는 방법을 통해 그들이 갖는 죄책감을 완화하였습니다.
 
이런 방법이 로스쿨에서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교차채점입니다. 교차채점이란 모의고사를 본 학생들의 답안지를 한곳으로 취합하고 그것을 각 과목별로 교수님들께 배분하여 채점을 하는 것입니다. 2000명이 입학하지만 1500명 내외가 변호사가 되는 현 로스쿨 제도 하에서 누적인원이 쌓이는 것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과거에는 졸업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이들도 엄격한 정원제에 의해 걸러야 할 필요성을 야기합니다. 만일 졸업을 했는데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에는 변시낭인 더 나아가 오탈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을 교육하는 교수님들 입장에서도 제자들을 졸시로 걸러내는 것이 마음아픈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형수의 벨 마냥 '누가 걸러내는지 알 수 없게'만드는 제도를 고안해 냈는데 그것이 교차채점인 것입니다. 실제로 제6회 때 감소했던 미 졸업자 증가수치는 교차채점이 실시된 제7회 이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매해 졸업사정을 하는 씨즌이 되면 졸업사정위원회에서는 고성이 오고갑니다. 학생들을 더 많이 졸업시켜야 한다는 교수님들과 낭인이 되면 책임질 것 이냐는 교수님들간에 싸움이 나기 때문입니다. 양쪽 모두가 일리가 있는 이야기를 하기에 그 싸움이 더 슬픈 것 같습니다.
 
미 졸업자들의 생활은 어떠한가요 - 입학 이전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미졸업자들
 
미 졸업자들에게 로스쿨 3년은 지워진 시간입니다. 그들은 석사학위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로스쿨에서 성실하게 교육을 이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석사학위취득자로서 대우를 받을 수 없습니다. 3년간 학교교육을 충실히 이수하였음에도 그들의 노력을 이력서에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이들이 로스쿨 수료상태라는 것을 이력서에 쓰면 '나중에 졸업하러 떠날 것이다'라는 인식을 기업에서 하게 되고, 이는 탈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들은 3년간 최선을 다하여 공부하였지만 정원제 현실에 의해 졸업장조차 받을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최근 언론에서 로스쿨 문제가 집중조명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도 수면위로 들어나지 못하는 '미졸업자' 문제, 이제는 조명받아야 하지 않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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