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운동하자, 준비하고 '카톡'으로 나와

[운동하기 좋나 봄] 미국 사는 친구와 영상통화로 홈트하기

등록 2019.04.20 20:30수정 2019.04.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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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무언가 하기 딱 좋은 계절, '이제 슬슬 운동 좀 해야 하는데' 하고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두툼한 외투를 벗어 던지고 산으로 공원으로 나가 운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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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마트폰 메신저 영상통화를 켜놓고 함께 홈트(홈트레이닝)를 한다 ⓒ unsplash


"오늘 운동 가능해? 열 시 반에 시작할까?"
"오케이, 준비하고 카톡 할게."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는 만난다. 어디에서? 메신저에서. 친구와 내가 사는 거리는 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나는 대한민국 경기도, 친구는 태평양 건너 미국에 산다. 시차는 13시간. 내가 사는 곳이 오전이면 친구가 사는 곳은 밤이다.

화상 채팅을 시작한다. 얼굴을 마주 보고 유튜브에서 '요가 홈 트레이닝'을 하나 골라 링크를 공유한다. 0초에 맞춰둔 뒤 재생 버튼을 누르며 같이 외친다. "시작!" 같은 동작을 실시간으로 따라 한다. 카메라로 지켜보면서.

"으악! 헉헉. 오늘 거 왜 이렇게 빡세냐? 다리 찢어진다. 어깨 너무 아파!"

세상 고통 혼자 짊어진 듯 구겨지는 얼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신음. 옆에 없어도 땀내가 물씬 난다. 불안정하고 우스꽝스러운 포즈, 출렁이는 살, 다 늘어난 티셔츠, 꽃무늬 잠옷 바지, 핫팬츠 따위의 부끄러움은 집어던진 지 오래다. 우린 목욕탕도 여러 번 같이 다녀본 17년 지기 벗이다.

강철체력에서 저질체력으로  

친구와 나는 스물두 살부터 알았다. 게으르면서도 다혈질인 성격이 비슷한 데다가 둘 다 취미가 여행이어서 금세 친해졌다. 우린 스물다섯 살 무렵에 같이 3박 4일간 지리산을 종주하기도 했는데, 친구는 다람쥐처럼 거침없이 산을 탔다. 그녀로 말하자면 10kg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4000m가 넘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완주한 강철체력의 소유자가 아니었던가. 

반면 나는 한참 아래에서 헉헉대며 간신히 네 발로 기어올랐다. 나 또한 며칠 밤을 새도 멀쩡항 정도로 나름 체력에 자신 있었지만 그녀에 비하자면 별 볼일 없었다. 

산과 바다를 넘나들며 일주일에도 몇 번을 붙어 지내던 우리의 진한 우정은 그녀가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내가 결혼하면서 시들해졌다. 그후 우리의 30대는 이랬다. 나는 출산과 고립 육아를 거치며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무기력증에 빠졌다. 백두대간을 다 다닐 기세로 주말마다 싸돌아다니던 나는 다섯 계단만 올라도 호흡곤란에 시달렸다. 

친구는 어땠을까. 학위 이수 성공률 30%에 불과하다는 미국 박사 과정을 5년 넘게 치르는 동안 성격이 변한 것은 물론이요, 체중은 증가하고 근육은 말랑해지고, 만성피로와 우울감에도 자주 시달리게 됐다고 한다. 나는 오랜만에 그녀의 말을 들으며 "애 키우는 거랑 똑같네"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간을 살았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그녀는 공부를 하면서 자신을 깎아내는 고행의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체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러다 지난 봄, 10년 만에 그녀와 여행을 했다. 애 키우느라 애쓴 나를 위한 보상으로 일주일 휴가를 얻어냈고, 남편과 애는 집에 두고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에서 또 다른 친구를 만나 공항에서 셋이 얼싸안고 기념사진 한장 찍은 뒤 한껏 들뜬 마음으로 여행길에 나섰다. 

그러나 몸이 의욕만큼 안 따라줬다. 오랜만에 대학생들처럼 종일 걸어 다녔더니 삭신이 안 쑤시는 데가 없었고, 저녁마다 퉁퉁 부은 다리를 부여잡았다. 시차 적응도 힘든데 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숙소에서 밤마다 스트레칭 하겠다며 낑낑대며 다리를 찢고 몸이 노곤노곤 풀려서 지쳐 쓰러 잠들었다. 지리산을 다람쥐처럼 올라가던 그녀는 여행 막바지에 급기야 몸살이 나버렸다. 

20대 때 세계를 누빈 우리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나. 여행의 감흥과 별개로 여행 내내 체력 저하를 실감했다. 내 꿈은 백발에도 배낭여행 하는 거라고 자신하곤 했는데 이러다가는 동네 산책만 하게 생겼다. 내일모레면 마흔. 이대로 중년을 맞이할 수는 없었다. 

게으른 자들이여, 운동 메이트를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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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다는 핑계로 슬그머니 넘어가려 했다가도 매트를 편다. 팔을 뻗는다. 오늘도 우리는 메신저로 만나서 운동을 했다. ⓒ pexels

 
여행에서 돌아와 친구에게 제안했다.

"우리 같이 운동할까? 카카오톡 영상통화로."  

지난 여름이었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났다. 거창한 운동도 아닌 20분짜리 짧은 요가 홈트(홈트레이닝의 줄임말)를 띄엄띄엄 해오고 있다. 처음부터 무리하다가는 피하고 싶어진다는 걸 겪어 왔기에, 뭘 해도 한다는 데 의의를 둔다. 게다가 매일 하지도 않는다. 

"오늘은 못 하겠다. 일이 너무 많네. 각자 한 다음 인증사진 보내자." 

당찬 메시지와 달리 이런 날은 어김없이 안 한다. 실시간 카메라로 감시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게으른 자들이 우리다. 둘 중 하나가 계획적이고 치밀한 인간이었다면 우정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했을 터. 

그래도 내가 친구보다는 아주 조금 더 바지런해서 "오늘 10분짜리 버닝 요가 했다"고 말을 걸 때도 있는데, 그런 날이면 친구가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날 기세로 뜨끔해하면서 "그럼 나도 하겠다"고 답장한다.

"나는 너 없으면 못해." 

때론 아무도 운동하자고 안 하고 눈치 작전을 펼치다 어물쩡 넘어가고, '저 녀석도 필시 안 했을 터'라며 안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계속한다. 작심삼일이면 어떠하랴. 삼일마다 다시 의지 충전하고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며 응원한다. 서로에게 너무나 관대한 아름다운 우정.   

이렇게라도 근근이 이어갈 수 있는 동기는 운동이 몸에 주는 효과를 실감해서다. 찌뿌둥하고 뻐근하고 무기력에 휩싸이는 날이라도 매트 위에 서서 땀을 송글송글 흘리고 나면 가뿐하고 개운해지는 몸과 마음을 알게 돼서다. 

"살 뺄 생각은 없어. 죽지 않기 위해 하는 거지." 

우린 열심히 하지 않는다. 운동하지 않은 날이 삼일 이상 되면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상태에 빠져들고,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을 때 겨우 둘 중 한 명이 말을 건다. 거기에 반응해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여덟 달. 생존을 위한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했더니, 그 어렵던 10분, 20분 시간 내기가 점점 수월해졌다. 하지 않는 날은 뭔가 허전해졌고, 하기 싫다가도 하게 되는 날이 늘었다. 팔굽혀펴기 하나도 못 하던 나였건만 이제 열 개는 한다.  

"오늘은 뭐할까? 30분짜리 빈야사 어때?" 

일이 많다는 핑계로 슬그머니 넘어가려 했다가도 매트를 편다. 팔을 뻗는다. 오늘도 우리는 메신저로 만나서 운동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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