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조사는 질문이 잘못됐다? 한국당 자체 조사는 질문이 어땠을까

자유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수치만 발표하고 상세 정보는 '깜깜'

등록 2019.04.25 07:43수정 2019.04.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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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선거법 공수처법 결사저지하겠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선거법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결자저지 규탄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24일 오전 발표한 <오마이뉴스>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관련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한국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와 "판이하게 다르게 나왔다"면서, 불공정한 질문 문항을 사용해 국민 여론을 호도한 조사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당은 자체 여론조사의 질문 문항을 비롯한 상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거꾸로 해당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504명(응답률 5.1%)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Q. 어제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개혁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여,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국회 본회의 표결에 자동 상정하는,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와 같은 합의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선택지 1~4번 순·역순 배열)
01번. 매우 잘했다 / 02번. 잘한 편이다 / 03번. 잘못한 편이다 / 04번. 매우 잘못했다 / 05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는 긍정평가 50.9%, 부정평가 33.6%, 모름/무응답 15.5%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다음날 오전 보도했다. (조사 방식은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 (관련기사 : 개혁입법 패스트트랙 합의, "잘했다" 51% - "잘못했다" 34%)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 4당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즉각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낮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호도하는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나경원 "호도하는 여론조사" 주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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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23일 조사해 24일 발표한 패스트트랙 관련 여론조사 결과다. ⓒ

 
나 원내대표가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 대해 비난한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질문 문항에 "개혁 법안"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그는 "(여론조사) 문안을 봤다"면서 "'개혁법안'이라고 되어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여론이 호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 한국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다는 점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 여론조사는 저희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와 판이하게 다르게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위원장 김세연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지원사격했다. <오마이뉴스>와 같은 날(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여의도연구원은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 등을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과반 이상(54.3%)이 '(국회 합의가 필요한 중요 사안으로) 제1야당과 협의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제도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서는) 제1야당이 반대하더라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은 42.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것이 "판이하게 다르게 나왔다"는 조사의 핵심이었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88명 대상. 유선 20%‧무선 80% RDD를 사용한 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46%p)

또한 여의도연구원은 ▲ 패스트트랙 추진 인지도 ▲ 여야 4당 선거제 개정안(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 ▲ 연동형 비례대표제(여야 4당 안)와 의원정수 축소(자유한국당 안) 중 선호도 ▲ 공수처 설치 시 권력남용·대통령 권한강화 등 악용 우려 공감도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면서 대부분 한국당 입장에서 유리하거나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당은 자체 여론조사에 대해 두 페이지짜리 보도자료 발표에 그칠 뿐 질문 문항과 상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없는 한국당의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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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24일 보도자료로 발표한 패스트트랙 관련 여론조사 결과 요약본. 이 내용 외에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상세 정보를 한국당은 공개하지 않았다. ⓒ 여의도연구원 보도자료 캡쳐

 
25일 오전 7시 현재까지 한국당 홈페이지는 물론 여의도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조사는 찾을 수 없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24일 한 방송에 출연해 자체 여론조사 결과 수치를 언급하며 "(조사결과가 중앙선관위에) 등록했기 때문에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해당 조사는 선관위는 물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없다. (패스트트랙 관련 조사는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자료 등록이 의무는 아니다.)

조사를 실시한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실 등에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질문 문항의 한 단어를 문제 삼으면서, 정작 자신들이 실시한 조사는 수치만 밝힐 뿐 내용은 일절 공개하지 않는 형국이다.

여의도연구원 김세연 원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여론조사 질문 등 상세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연구소 조사 결과는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관례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발표 당일 결과 발표와 함께 상세 자료가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오마이뉴스>와 함께 패스트트랙 관련 조사의 질문 문항을 작성했던 리얼미터 측은 '개혁 법안'이라는 단어가 여론을 호도했다는 한국당 지적에 대해 "시비를 가릴 수 없고 가치의 판단에 따라 다르게 지칭할 수 있는 정치 현안이나 법안에 대해선 조사 당시의 대중적 인식과 언론의 호칭 등을 기준 삼아 판단하는 게 맞다"며 "개혁 입법이라는 호칭은 그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리얼미터는 질문지에 (패스트트랙에 대한) 정보를 넣은 것이고, 여의도연구원은 선택(답변) 항목에 정보를 넣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의도연구원의) 정확한 질문이 공개되지 않은 이상 두 기관의 조사를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서 연구원은 여의도연구원의 조사에서 선택(답변) 항목을 '국회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사안으로 제1야당과 협의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과 '제도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서는 제1야당이 반대하더라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으로 구성한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의해서 해결'이라는 문장 자체가 긍정적이다, 응답자 중 상황을 잘 모르는 이들은 그 문장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리얼미터 질문이 잘못돼 조사가 왜곡됐다는 한국당 논리라면, 여의도연구원 조사는 더 왜곡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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