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국민 사찰기관'? 나경원 주장은 맞을까

패스트트랙 탄 백혜련안·권은희안 따져보니... 혐의 있어야만 수사가능, 대상도 고위공직자로 한정

등록 2019.05.05 18:12수정 2019.05.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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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 높이는 나경원자유한국당은 '공수처=국민사찰'이라고 주장한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4월 25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규탄발언을 하는 모습. ⓒ 남소연

 
"지금 문재인 대통령 친위대인 '공수처'를 만들려 하고 있다. 정권의 말을 안 들으면 잡아넣는다. 대통령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구속한다. 사찰하고, 수사하고, 몽땅 집어넣으려고 하는 그런 저의가 뻔히 보이는 공수처법을 우리가 방관해도 되겠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서울시민이 심판한다' 집회 중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나 원내대표뿐만 아니다. 한국당은 "공수처가 판·검사는 물론 국민까지 사찰할 것"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 친위대"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앞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비, 국회 로텐더홀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갔을 때는 "국민사찰 공수처법"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국민 사찰'은 사실일까?

[쟁점①] 공수처는 '사찰기관'이다?

한국당 측 주장의 핵심은 '공수처=사찰기관'이라는 것이다. '사찰'의 사전적 의미는 '조사해 살핀다'는 것으로, 상대의 사상·동향을 캐는 등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한국당 또한 공수처가 설치되면 "사찰에 가까운 무리한 수사로 야당을 괴롭힐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의 내용을 살펴보자. 여야 4당은 지난 4월 30일 사법개혁특위(위원장 이상민)을 열고 공수처법에 대해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아래 백혜련안),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아래 권은희안) 등 두 안을 함께 신속안건으로 지정했다.

서로 다른 명칭의 법안이긴 하나, 두 안 모두 공수처의 수사권한을 비교적 명확히 한정하고 있다.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백혜련안 23조·25조)", "부패범죄 등을 인지한 때, 유관기관의 수사의뢰가 있는 때(권은희안 21조)"가 그것이다. 즉 명백한 부패·범죄의 법적 근거가 있거나, 감사원·국가인권위 등 기관의 별도 수사 의뢰가 있어야만 공수처의 수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어떨까. 그럴 가능성은 적다. 둘 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처장 추천위원회'를 구성,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수처장을 임명하도록 했고, 수사처 검사도 인사위원회를 거쳐 처장이 제청·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대통령 인사권이 직접적으론 미치지 못하게끔 한 셈이다. 특히 권은희안은 공수처장 선정 시 국회 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공수처가 근거없이 무리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한국당의 주장은 어떨까? 문무일 검찰총장 등 법조계 일각도 최근 "공수처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다"라고 반발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백혜련 의원은 "그런 주장은 그야말로 상상에 기초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럴 가능성이 없다, 공수처장 임명 시 야당 측 거부권(비토권)을 보장하는 등 이번엔 어느 때보다 야당 권한을 세게 만들어 놨다"라며 "공수처 인원을 봐도, 총 25명이라 당장 수사하기도 벅찰 텐데 사찰이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반박했다.

유례 없이 권력이 집중된 한국 검찰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기소권 등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한국의 이런 형사수사체제 자체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 그래서 더욱 공수처 같은 특수조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쟁점②] 공수처가 '국민'까지 사찰한다?

한국당은 "공수처는 국민 사찰기관"이라는 주장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는 앞서 서술했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다. 즉, 고위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한정하는 셈이다.  

백혜련안에 따르면 이 고위공직자는 7000명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국회의원·대법원장·국무총리·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을 비롯해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이에 해당된다. 권은희안도 수사 대상은 백혜련안과 비슷한 '고위공직자'로 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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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6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수처 등 4개 법안에 반대하는 긴급의원총회를 개최하는 모습. ⓒ 이희훈

 
권한도 제한적이다. 민주당은 애초 공수처에 기소권을 갖게 하려 했으나, 야당 반발에 부딪히면서 이를 조정해 '제한적 기소권'을 갖도록 했다. 백혜련안에 따르면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5100여 명을 대상으로 할 때만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당이 우려하는, 야당을 대상으로 한 무리한 수사나 기소권 남용 등이 진행될 가능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백 의원은 "수사 대상은 고위공직자들로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고, 수사 개시도 고소·고발·제보 등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라며 "또 7000여 명 수사 대상자 중 야당(한국당 등)이 관계된 건 '국회의원'일뿐, 나머지는 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수처 설치는 야당 탄압'이라는 한국당 주장은 객관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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