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 사람들' 박철웅 감독과 함께한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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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레(dure1)등록 2019.06.04 09:59

박철웅 감독이 신명극장을 찾은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 <무한정보> 김두레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신작은 아니지만 좋은 영화를 주민과 함께 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신명극장을 열었습니다. 이 공간이 지역민이 소통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5월 28일, 5월의 '신명극장'이 성공회 예산교회(충남 예산군 소재)에서 열렸다. 둥그렇게 둘러앉은 주민 20여명은 영화 '특별시사람들'을 함께 관람했다.

이번 상영작은 서울특별시 강남 한복판, 높이 솟은 타워팰리스 바로 옆에 무허가 집들이 즐비한 판자촌이 재개발되면서 일어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박철웅 감독이 2007년 제작한 작품으로, 배우 조한선·김갑수·서민우·강산 등이 출연했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후쿠오카 아시안영화제 대상, 인도국제영화제 초청작 등 평가를 받았으나 극장 개봉은 되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박 감독과 예산 관객들의 의견을 문답형식으로 싣는다.

- 어떤 계기로 판자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삼았는지 궁금하다.
"2005년 일간지에 실린 한 사진을 보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다 무너져 가는 판자촌의 모습 뒤로 화려한 강남의 타워팰리스가 서 있었다. 처음에 봤을 땐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에 설마 이런 곳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진짜 있었다. 구룡마을이다. 수소문해 그곳을 찾았고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했다. 구룡마을 공부방에서 1년 동안 봉사하며 이야기를 완성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농촌도 소멸돼 가고 있다. 혹시 이런 문제도 다루실 의향이 있으신지.
"저예산 독립영화 '대전블루스'를 막 끝냈다. 시한부인생과 호스피스 병동에 관련된 이야기다. 주거지를 잃는다는 것, 고향을 잃는다는 것, 의식적으로 정착해야 할 곳을 잃는다는 것, 삶을 잃는다는 것, 테두리를 잃는다는 것. 이 모두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전블루스'는 소멸되는 가족과 삶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질문하신 의미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상영회에 다니면서 관객들과 만나는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영화감독 전에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작품에 대해 관객과 만나 소통할 기회가 없어 외로웠다. 사람과 소통하고, 얘기 나누고, 전하고 싶어 영화를 시작했다. 관객과 만나 영화로 소통할 때 감독으로서 가장 힐링되고 신난다"
 
배역 캐스팅 일화가 궁금하다.
"이미 배역이 정해져 있던 주인공의 음악선생님 역에 배우 '진경'이 "이 역할은 자신이 해야겠다"며 찾아와 배우가 바뀌었다. 그 당시 신인이었음에도 자신감 넘치고 카랑카랑했던 모습이 선하다"
 
다음 작품에도 사회적인 소재를 다루실 예정인지?
"소재는 크게 좌우하지 않는 것 같다. 로맨스를 통해서도 사회의 문제 다룰 수 있다. 감독마다 재능이 조금씩 다르다. 봉준호 감독 같은 경우 사회적 소재와 상업적 흥행공식을 같이 버무리는 재주가 있다. 어떤 감독은 사회적 문제를 아주 세심하게 본질적으로 다루는가 하면, 인간의 감성과 관계에 대해 섬세하게 스크린에 담아내는 감독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작품에는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인간에 대해 주목하고 싶다"

한편 신명극장은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 열린다. 6월은 커피강좌가 있어 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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