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64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이 거론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비판을 가하고 있다. 김원봉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좌우합작에 의한 광복군 창설을 거론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 마지막 5년,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루고 광복군을 창설했습니다. 지난 3월 충칭에서 우리는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청사 복원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임시정부는 1941년 12월 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 말을 꺼낸 것은 국민통합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임시정부가 좌우합작으로 광복군을 창설해 대일 항전에 나선 역사를 통해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럴 목적으로 임시정부와 광복군을 거론한 다음, 김원봉이 언급됐다.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습니다.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에는 미국 전략정보국과 함께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습니다."
문 대통령이 칭송한 것은, 임시정부가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진영, 한국청년전지공작대와 더불어 김원봉의 조선의용대까지 통합해서 광복군을 결성했다는 점이었다. 주된 칭송의 대상은 김원봉의 조선의용대가 아니라 김구의 임시정부였던 것이다. 김원봉 같은 인물까지 통합해서 한국광복군을 결성한 사실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한국청년전지(戰地)공작대는 1938년 결성돼 류저우·충칭·시안 등에서 활약한 독립투쟁단체다. 한국청년전지공작대와 더불어 아나키스트 진영 및 조선의용대까지 함께 광복군이라는 통합 조직을 이뤄낸 사실에 문 대통령이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통합이 역사에 기여한 점을 높이 샀다.
"김구 선생은 광복군의 국내 진공작전이 이뤄지기 전에 일제가 항복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나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김원봉까지 참여시킨 좌우 통합에 기반한 광복군이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김원봉을 칭송한 게 아니라, 김원봉까지 통합한 임시정부를 칭송하는 말이었다. 결과적으로 김구를 훨씬 더 칭송하는 말이었다. 이처럼 전체 맥락을 놓고 보면 김구와 임시정부를 칭송하는 것인데도, 보수 야당들이 김원봉 부분만 떼어내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1948년 월북해 6.25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 뒤 "6.25 전사자들을 뒤에 모셔두고 눈물로 세월을 견뎌낸 가족들을 앞에 두고 북의 전쟁 공로자에 헌사를 보낸 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보수·진보를 떠나 최소한의 상식의 선 안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6.25 전사자가 가장 많이 묻혀 있는 곳에서 6.25 전쟁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한마디 못하면서, 북한의 6.25 전쟁 공훈자를 굳이 소환하여 치켜세우며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구와 임시정부의 광복군 창설을 소환해 치켜세운 것인데도 이처럼 김원봉한테 초점을 맞추었으니, 논의의 초점을 벗어난 엉뚱한 비판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원봉은 전도유망했던 독립운동 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