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란한 한국 건축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만화책

[책리뷰] 우리집은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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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준(joy1979)등록 2019.06.10 13:53

나에게 맞는 집을 짓는 다는 것,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재밌는 것은 한국 건축시장 속에서 제대로 된 설계자와 시공자를 만나 집짓기란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몇가지 한국 건축시장의 풍경을 살펴보자.
 
[한국 건축시장의 풍경1] 이렇게 집짓는데 '평'당 가격은 얼마나 되요?
 
우리나라는 집을 짓는데, '평'수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재밌는 것은 집의 구조와 상관없이 재료만 같다면 평당 가격이 같다고 생각한다. 정말 '평'으로 집 가격을 논하는 게 맞는 걸까? 같은 평수라도 집의 구조에 따라 벽체의 길이도 달라지고, 난이도도 달라진다. 이렇게 대충 건축비를 계산하면, 큰 돈을 낭비할 수 있다. 
 
[한국 건축시장의 풍경2] 견적을 낮게 뽑아 주는 시공자,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제대로 집을 짓는다는 시공자를 소개 받아 견적을 뽑아보니 3억이 나왔다. 가지고 있는 예산이 2억이다 보니, 2억에 맞춰 시공해 줄 사람을 찾아 계약한다. 그렇게 싸게 지어줄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찾아보면 있다.
 
재밌는 것은 이 시공자는 공사가 진행될수록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건축주가 집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집 모양만 갖추면 집이 다 된다고 생각하고, 행정/부대비용이나 주변 조경작업같은 것은 추가비용으로 책정해 놓은 까닭이다. 결국 4억에 집을 짓고 빚더미에 앉게 되는 일도 있다.
 
[한국 건축시장의 풍경3] 1억원에 집짓기 책을 가져와 9천만원에 시공해달라고 떼쓰는 건축주
 
건축시장이 문란하다보니, 건축주가 열심히 공부를 한다. '1억으로 전원주택 짓기'라는 책을 보고 와서 시공자에게 10% 적은 가격에 집을 지어달라고 떼를 쓴다. 어차피 뒤로 남겨 먹는 것을 다 아니까 이 정도에 해달라는 것이다.
 
시공자는 도저히 지을 수 없는 가격으로 집을 지어달라고 하니, 그 책을 쓴 사람에게 알아보라고 한다. 서로 돈만 밝힌다고 성을 내며, 감정만 상하고 만다. 건축시장에 워낙 사기가 많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보니, 건축주는 시공자를 신뢰할 수 없고, 시공자들은 건축주들이 혹하는 무책임한 서적들 때문에 한바탕 곤혹을 치룬다.
 
 

우리집은 목조주택(최현기 글/그림) 최씨는 건축현장에서 규정과 법규대로 지어지지 않는 집이 너무 많다는 사실과 시공자와 건축주간에 제대로 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을 만화를 통해 재밌게 그리고 있다. 건축지식을 자연스럽게 쌓는 것은 물론이고,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할지 감리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예비 건축주들의 눈을 뜨게 해준다. ⓒ 고영준

 

한국의 건축시장이 이렇게 문란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예비 건축주들에게 설계부터 시공까지 법규와 규정에 맞게 집을 짓는 법을 소개한 만화책이 나왔다. 바로 『우리집은 목조주택』 (최현기 글/그림) 이다. 저자 최현기 씨는 목조건축만 30년 넘게 해온 베태랑이다.
 
최씨는 건축현장에서 규정과 법규대로 지어지지 않는 집이 너무 많다는 사실과 시공자와 건축주간에 제대로 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을 만화를 통해 재밌게 그리고 있다. 읽는이가 건축지식을 자연스럽게 쌓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계약/시공 등에서 어떤부분을 조심해야 할지 예비 건축주들이 눈을 뜨게 해준다.
 
건축예정지에 누군가 쓰레기를 무단 투기했다거나, 허락도 없이 농작물을 심었을 경우, 상수도와 하수도를 고려해 어디에 어떻게 집을 지어야 하는지, 콘크리트 기초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으며, 시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화조나 우수관 설치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만화로 그려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만화로 술술 읽히다 보니, 시공자가 제대로 집을 짓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안목이 예비 건축주에도 안 생길 수가 없다.
 
사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건축학과를 졸업했어도, 실무 현장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도움이 될 내용들이 많다. 한국의 건축교육에서는 이론과 실무가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현장의 시공자들에게도 법과 규정을 지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의 바람대로, 문란한 한국의 건축시장이 합리적으로 바로잡아 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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