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국 야구팬의 보름간의 일본야구 여행기

요미우리 자이언츠 편

검토 완료

서준우(victoryfornexen)등록 2019.06.17 10:03
기자는 2019년 6월 3일부터 18일까지 동경(요미우리, 야쿠르트)을 필두로 관동 지방인 사이타마(세이부), 요코하마(DeNA), 지바(롯데)로 야구만을 위한 여행을 합니다. 제가 보고 듣고 느낀 바를 한국 야구와 비교, 접목해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팀을 꼽자면 관동 지방에는 요미우리, 관서 지방에는 한신 타이거즈가 있다. 이 두 팀은 같은 센트럴 리그의 라이벌로서 굉장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가 역사적으로 리그의 우승을 독식한 데 반해, 한신은 최근 우승이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보다 늦은 1985년이다. 그 둘의 본질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 6월 5일 열린 요미우리 2군 경기. 평일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 주었다. ⓒ 서준우

 
요미우리의 1군 구장은 모두가 알듯이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이다. 그렇다면 2군 구장은 어디에 있을까?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2군 구장은 도쿄에서 1시간 정도 전철로 가야 나오는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위치해 있다. 중심가라고는 부를 수 없는 한적한 교외에, 전철 역 하나를 옆에 끼고 요미우리 2군 팀이 경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준급의 2군 경기 
  
필자는 처음에는 한국의 2군 경기와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다. 열성 팬 몇 명만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응원하는 외로운 리그. 지역 연계도 제대로 되지 않아 교통편도 불편하다. 인기 있는 2군이 되기까지 부족한 것들이 턱없이 많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이와 같은 거라는 추측은 완벽하게 어긋났다. 오후 1시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약 40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 아닌가. 각자 도시락 하나씩을 싸 와서 먹는 광경은 즐기는 야구의 수준을 넘어섰다.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수준적인 측면도 뛰어나기 그지없었다. 1군과 2군의 갭 차이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프로야구와는 다르게, 요미우리 자이언츠 팀에는 '왜 저정도의 선수가 2군에 있지?'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선수가 여럿 보였다. 연신 140km대 후반의 속도가 나오는 속구를 뿌려대는 투수도 있었고, 연타석 홈런을 때려 내는 타자도 있었다. 적어도 이들은 본인의 실력이 부족해서 2군에 있다기보다는, 1군이 지나치게 강해 어쩔 수 없이 때를 기다리며 2군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팜이 튼튼해야 1군도 튼튼하다는 것은 이미 두산과 키움 등의 '화수분 야구'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아쉬웠던 점은 팬들의 관심이었다. 각각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이천과 화성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부족했다.

하지만 요미우리 2군은 바로 앞에 전철역이 있어 접근성에 있어 강점이 있다. 팬들이 연신 응원을 와 주는 등, 관심을 받으며 1군에 올라갈 훈련을 하니 이래선 육성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뭐든지 지나친 관심도 문제지만, 관심이 없는 것은 고독만을 느끼게 할 뿐이다. 한국 프로야구 2군도 하루빨리 고독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자부터 곧 2군 경기장을 방문해 볼 생각이다.
 
2군 경기에도 행운권 추첨, 관중 이벤트 돋보여...
 

요미우리 2군 경기 티켓 2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점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만원 가량의 입장료를 받는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2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경품 추천 번호가 있다는 점이다. ⓒ 서준우

 
스포츠 산업적으로도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은 한국보다 훨씬 앞서나갔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놀란 점이 두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관람료로 어른 기준 1100엔을 받는다는 점과 두 번째로 행운권 추첨 번호도 함께 딸려온다는 점이었다. 2군 경기에서 행운권 추첨이라니! 비록 경품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MD 상품과 1군 티켓 등 요미우리 자이언츠 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들이지만 행운권 추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 프로야구 2군과 비교했을 때 가히 충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팬서비스는 한국보다 다소 뒤쳐지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에게 줄 선물을 들고 온 한 팬은, 선수가 선물을 받아주지 않아 울쌍이 되었다. "これ、受け取って下さい(이거, 받아 주세요)"라고 오히려 팬 쪽에서 선물을 받아달라고 연신 부탁을 해도 선수들은 무시하고 그저 묵묵히 갈 길 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선수들은 실내연습장에서 경기장으로 입장할 때 관중석을 관통해 들어가는데, 충분히 팬서비스를 해 줄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부탁을 거절했다. 시합이 임박한 것도 아니고 팬들이 몰려든 것도 아니었다.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5만여 관중석이 가득 찬 도쿄돔 빼곡히 들어선 관중들이 들어선 스타디움을 보는 것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다. ⓒ 서준우

 
2군 경기 수준에 상당한 기대를 안고 1군 구장인 도쿄돔 경기를 관전했다.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금요일 경기로, 5만여 관중석이 팬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관현악기를 사용해 열성적으로 자신의 팀을 응원했다. 특히 지바 롯데 마린스와 같은 경우 3루 외야에 조그만하게 위치한 원정석에서 응원했음에도 요미우리에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도쿄돔을 보면서 감탄도 여럿 했지만 탄식도 나왔다. 도쿄돔이 건설된 시기는 1988년이다. 쇼와 말기에도 이런 웅장한 건물이 나올 수 있었는데, 우리는 왜 고척돔 정도밖에 짓지 못했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고라쿠엔 야구장을 철거하고 수많은 의견 수렴 후 바로 옆에 도쿄돔을 지었다. 한국도 동대문 야구장을 철거했을 때, 더 많은 의견수렴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부산 신축구장과 대전 신축구장을 돔구장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만일 돔구장으로 결정되면 고척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 좋은 야구장을 건설하길 기대해 본다.

일본의 응원 문화
 
응원이 한국보다 훨씬 간소하고 따라 하기 쉽다. 율동을 가사 못지않게 강조하는 한국 프로야구와는 다르게, 율동을 거의 배제하고 가사와 통일된 모습을 강조하는 일본 프로야구는 일본어만 할 수 있으면 바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간소하다. 어느 순간 옆 사람을 따라서 열성적인 응원을 따라하는 본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일본 프로야구는 응원석과 비응원석이 완벽하게 나뉘어져 있다. 경기장 듬성듬성 응원하는 사람과 조용히 관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섞인 한국 프로야구와 다르게, 일본 프로야구 응원석은 외야석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런 점은 굉장히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시끄러운 응원이 좋아서 야구장에 가는 사람도 있고, 조용하고 진지하게 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사실상 전 좌석이 응원석이다. 앰프로 음악을 틀어 놓으면 어느 곳에서나 일어서서 응원이 가능하다. 그 때문인지 시야가 가리고 조용히 좀 해 달라는 사람들과의 마찰도 자주 생긴다. 훌륭한 응원 문화이지만, 즐겁게 야구를 보러 왔음에도 이런 마찰이 생기면 기분이 나쁘지 않겠는가. 이처럼 미리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구역과 앉아서 응원하는 구역을 정해 놓는다면 그런 마찰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야구 박물관.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야구는 자국 야구의 심장에 박물관을 개관했다. ⓒ 서준우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야구는 진작에 야구 박물관을 개관해 운영 중이다. 물론 한국에도 야구 박물관이 있다. 사직구장에 롯데 자이언츠 박물관이 있고, 부분 철거된 대구 시민야구장에도 삼성 박물관이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는 야구명예의전당과 야구박무리관이 있다. 하지만 접근성이 불편하고 무엇보다 홍보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아닌 야구원로 이광환 씨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라 생각한다.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주도해 수도 서울과 구도 부산 등 의미 있는 지역에 야구박물관을 통합해 조속히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질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프로야구에 한해서는 옛날 기록과 역사를 참고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인터넷의 발달로 자료에 대한 접근성은 많이 나아졌지만 의미와 상징성 있는 공간이 없다.

도쿄돔에서 일본 사람들이 자국 리그를 얼마나 생각하고, 적어도 프로야구의 역사에 관해선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어떤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과연 우리는 역사를 상기시키는 활동을 우리가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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