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사는 것도 방송용이 따로 있어?"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평전 62회] "남편이 그렇게 말 잘하고 재미있는 사람인지도 얼마 전까지 몰랐어요"

등록 2019.07.15 16:36수정 2019.07.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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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방송 시청하는 김지선 후보와 노회찬 전 의원4.24재보선에 출마한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와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이 24일 오후 당지도부 및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서울 노원구 마을역 부근 선거사무실에서 개표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권우성

 노회찬 부부는 아이를 갖고 싶어했지만 끝내 자식을 두지 못했다.

젊은 날 장기간의 수배와 투옥으로 아이 낳을 기회를 빼앗기고, 사회에 복귀했을 때는 이미 늦은 나이였다. 한때 입양을 생각했으나 그마져 호적에 '붉은 줄'이 그어져 어려웠다고 한다.

대신 부부관계는 서로 존경심을 갖고 하는 일과 사명감이 동지적이어서 전세방에 쪼들리는 살림에서도 만족스럽게 살았다. 2004년 중앙일보 문화부 정재숙 기자가 노회찬의 부인 김지선 씨를 인터뷰했다. 몇 대목을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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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후보 낙선에 위로하는 부인 김지선 씨7·30 재보궐 선거 서울 동작을 선거구에서 낙선한 노회찬 정의당 야권단일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선거사무실에서 부인 김지선 씨를 안아주고 있다. 이날 노 후보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하고 탐욕스러운 정부와 여당, 그리고 각종 기득권층에 대해서 바로잡고자 했던 국민의 당부와 부름에 제대로 응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소회를 밝혔다. ⓒ 유성호

 
노회찬 의원과 한 이불 덮고 사는 사람은 좀 별날 거라고 지레 넘겨짚었다. 의원 노회찬이 아니라 인간 노회찬을 더 잘 알 수 있는 거울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있지만 그 반대(婦唱夫隨)가 될 수 있는 경우가 노회찬ㆍ김지선 부부가 아닐까 상상해봤다.

김지선(50) 씨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떠오른 이런저런 토막 더듬이는 대강 이러했다. '인천 노동 운동의 맏언니', '강인하고 심지 굳은 노동자', '의식 있는 여성 운동가' 오죽하면 노회찬 씨가 "운동 같이 하던 동지 중에 대학 나온 여성도 많았을 테고 거기서 배우자를 고를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초등학교 학력의 여공 출신과 결혼했느냐"는 물음에 이런 뼈있는 대답으로 질문자를 머쓱하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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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방송 시청하는 김지선 후보와 노회찬 전 의원4.24재보선에 출마한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와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이 24일 오후 당지도부 및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서울 노원구 마을역 부근 선거사무실에서 개표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권우성

 
"팔불출인지는 몰라도 내 처는 그런 친구들로부터 대단히 존경받던 사람이었습니다."

중키에 수수한 얼굴, 소박한 옷차림에 모나지 않은 인상이 무심하게 흘러온 물처럼 편안하고 투명했다. 노회찬 의원의 부인이기에 그이 이야기를 들으러 왔는데도 곧 노회찬이란 이름을 잊게 만드는 평범 속의 비범이 그의 몸에서 무광택으로 빛나고 있었다.

"텔레비전의 한 프로그램에 우리 부부가 사는 모습이 나간 뒤에 민주노동당 친구들이 정말 그렇게 사느냐고 짓궂게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되물었죠. '아니, 사는 것도 방송용이 따로 있어?'"

그에게 삶은 방송용이 따로 없듯이, 노동운동가 노회찬의 부인 때나 국회의원 노회찬의 부인 때나 '나 김지선'으로 살아온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약간 불편한 점은 있다.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서 밖에 나설 때 좀 신경이 쓰이지만 그것도 머리 빗질 한 번 더 하는 정도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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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방송 시청하는 김지선 후보와 노회찬 전 의원4.24재보선에 출마한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와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이 24일 오후 당지도부 및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서울 노원구 마을역 부근 선거사무실에서 개표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권우성

 
"노회찬이란 남자를 충분히 몰라요. 죽을 때까지 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남편이 그렇게 말 잘하고 재미있는 사람인지도 얼마 전까지 몰랐어요. 서로 꼭 맞춰가는 것도 아니고, 그에게 너무 안 기대서 문제랄까요. 다만 서로 존중해주고 친구처럼 편하게 같이 사는 데 의미가 있죠. 사는 방식과 생각이 비슷하니 됐죠. 이 사람과 살면 우리 사회가 좀 달라지고 나아지겠다는 믿음은 강합니다. 우리 둘 다 사람 속에서 사람들 아끼며 살아왔기에 공동 재산은 사람이리고 말할 수 있겠네요. 늦은 결혼에 쫓기는 생활 등으로 아기 낳을 때를 놓쳤지만 자식보다 더 소중한 형제들이 많으니 크게 복 받은 셈이죠."

국회의원이 된 뒤 집에 머무는 시간이 하루 4~5시간으로 줄어들어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진 노회찬 의원에게 김씨가 짬을 내서라도 하는 한마디는 "좀 무심해져라"다. 너무 힘들어 보일 때는 "좀 쉬었다 하지" 두 마디쯤 한다. 노회찬 의원이 인생길 옆자리에 동무 삼은 사람이 할 만한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석 2)


주석
2> 앞의 책, 106~109쪽, 발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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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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