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나무' 가득하던 섬, 이제 동백꽃만 남았네

[파도 타고 한바퀴, 통영섬] 자생 동백이 잘 보존된 섬, 납도

등록 2019.08.26 18:35수정 2019.08.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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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명운을 건 통영의 소중한 보물은 섬이다. 570여 개의 섬 중 유인도는 41개, 무인도는 529개로, 통영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부터 지정된 제1회 섬의 날(8월 8일)을 맞아 통영 섬 중 유인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납섬은 지난 3월, 5월에 방문했다. - 기자말

납도로 가는 길은 욕지도에서 시작한다. 어장이 쇠퇴하고 뱃길도 끊기면서 납도는 버려졌다. 태풍으로 배를 접안하는 시설은 부서졌지만 납도의 품으로 안기고자 떠났던 몇몇 주민들은 다시 이곳을 찾고 있다.

동백의 밀림으로 들어서는 순간, 호젓한 무인도 속의 길섶마다 동백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붉은 동백꽃 핀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천상의 새들이 입을 모아 지저귄다. 납도는 자생 동백이 잘 보존된 섬 중의 하나다. 
  

납도의 동백꽃호젓한 무인도 속의 길섶마다 동백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붉은 동백꽃 핀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천상의 새들이 입을 모아 지저귄다. ⓒ 최정선

 
납도는 1999년까지 8가구가 자가 발전기에 의존해 생활하던 유인도였지만 지금은 대문도, 문패도 없는 이름 없는 섬으로 전락했다. 그저 석양을 바라보기 좋은 곳. 봄이면 핏빛 동백꽃이 웃어주는 섬이다.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을 띤 바다는 납도를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히 감싸고 있다.

납도에 배가 안 다닌 지 꽤 되었다. 명령항로(命令航路)가 다니게 된다고 해도 겨우 하루에 한 번 정도나 운영하지 않을까 싶다. 납도 개발 때문에 유람선이 뱃길을 연다면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면 노대리에 속해 있는 납도는 140년 전 고성에서 동래 정 씨가 뗏목에 떠밀려 이곳에 정착하면서 유인도가 되었다. 납도의 유래는 생김새를 따라 지어졌는데, 섬이 납작하다고 하여 얻은 이름이다.

납도는 유인도 때부터 전기가 없어 촛불과 호롱불로 생활했다고 한다. 당시 자가발전기로 전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기름 값을 감당하지 못해 납도의 섬사람들은 옛것을 그대로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2001년 6월 21일 KBS의 <우기자의 취재수첩, 피플 세상속으로>에서 납도에 사는 마지막 주민인 김덕현과 박연옥 모녀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김덕현 님은 73세, 박연옥 님은 53세였다. 김덕현 님은 17살에 납도로 시집와, 고동과 약초를 캐면 생활을 영위해 왔다. 남편이 죽자 약초인 어성초와 고동을 판 돈에 보조금을 보태어 살아가고 있었다.

한 번은 통영 시내에서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딸 박연옥 님을 잃어버려 혼쭐이 난 후, 딸을 납도 밖으로 데려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납도를 알고자 우연히 보게 된 프로그램을 통해 생생한 삶과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납도의 폐가지금은 대문도, 문패도 없는 이름 없는 섬으로 전락했다. ⓒ 최정선

 
납도의 마지막 주민도 키웠다는 감귤나무는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권고로 1967년 납도에서 시험 재배되었다. 그 당시 우장춘 박사는 납도를 원시 자연림이 그대로 살아 있는 '천혜의 섬'이라고 극찬을 했다.

밀감이라고도 부르던 당시의 감귤은 제주에서만 나는 과일로, 납도의 기후와 맞아 이 섬에서 자라게 되었다. 납도에 성공한 감귤은 1970년대부터 본섬 욕지도에서도 재배되었고 규모가 전체 주민의 절반인 500여 농가, 120여㏊에 이를 정도로 한때 인기 높았다.

당시 납도에서는 감귤나무를 '대학나무'라 불렀다고 한다. 자식을 대학에 보낼 정도로 부를 상징하는 나무라는 뜻. 하지만 80년대 초 감귤의 과잉생산으로 주민들은 더 이상 감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납도를 떠나게 되었다. 그 후 납도의 감귤나무는 버려져 몇 그루 남지 않았다.
 

납도의 교회마을을 돌며 만난 허물어진 교회. 지붕 위의 십자가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 최정선

 
마을을 돌며 만난 허물어진 교회. 지붕 위의 십자가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그 사이로 새 지저귀는 소리, 나뭇잎 바스락 소리, 멀리 파도치는 소리가 귓전에 메아리친다. 불면증이 심한 나에게 심심의 안정을 준다. 소리를 채집해 늘 곁에 두고 싶다.

밀감을 심었던 밭은 묵정밭이 되고 나무가 우거져 구분할 수 없다. 하지만 군데군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는 쑥대밭이 옛 마을임을 가름할 표식이다. 사람은 떠났지만, 동백나무는 붉은 핏빛 꽃을 피워 섬을 끌어안고 있다.

섬은 수백 년 된 동백나무가 고목이 되고 그 고목이 동백터널을 만들어 천혜의 낙원을 만들었다. 거제 지심도, 여수의 오동도 동백아씨 정겹지만 오롯한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섬, 납도에 뚝 떨어진 동백꽃은 가슴 깊은 곳까지 물들인다.
  

납도의 선착장어장이 쇠퇴하고 뱃길도 끊기면서 납도는 버려졌다.하지만 선착장엔 납도를 알리는 입간판이 외로이 서있다. ⓒ 최정선

  
* 가는 법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 경상남도 통영시 통영해안로 234
통영 삼덕항 :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원항1길 3
통영 중화항: 경상남도 통영시 연화리 706-17

※욕지에서 납도까지 사선 탑승

* 문의
통영여객선터미널: T.1666-0960/ 대일해운 T.055-641-6181
통영 삼덕항 : 영동해운 T.055-643-8973/경남해운 T. 055-641-3560
통영 중화항: 욕지해운 T.055-649-2045~6
욕지면사무소: T.055-650-3580

* 트레킹(tip)
납도 선착장→동백터널→귤농장→교회→ 마을 둘레길→선착장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내일도 통영섬>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책에도 일부 실렸습니다.
명령항로(命令航路)는 정치상 또는 경제상 필요에 따라 정부에서 해운업자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변제해 항로를 운항할 것을 명령한 정책이다. 이는 1967년 2월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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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생각없이 경주>, <내일도 통영섬> 저자이며 여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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