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목소리에 제대로 권리를 부여해 주십시오"

폭염 속 청와대를 찾은 청소년들, 학생회 법제화하겠다는 정부에 '청원서' 전달

등록 2019.07.31 17:43수정 2019.07.3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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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교육부 업무계획에는 초·중·고 학생회 법제화 내용이 포함됐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실에서 교육부에 질의한 결과, 7월 중 학생회 법제화 법안의 내용과 발의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선거연령 하향 및 학생인권법 제정 등을 주장하고 있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지난달 교육부를 방문해 학생회 법제화 시 현행 학부모, 교원, 지역위원의 참여만 보장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학생 위원의 참여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준비할 학생회 법제화 계획에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권한이 포함될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학교운영, 지역사회, 정치에서의 청소년 참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지난 29일, 청와대 앞에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라" "선거연령을 하향하고 정당활동 허용하라" 며 청와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 담당자와 청소년들의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청와대 측에서는 이 사안을 담당할 부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해와,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면담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을 청원서로 작성해 정부민원시스템을 통해 전달했다. 아래는 전달된 청원서 내용이다.

[2019년 7월 29일 청소년직접청원행동 청원서]
청소년의 목소리에 권리를 부여해 주십시오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결사,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을 시민으로 인정하고 참정권을 확대하며 발전하고 성숙해 왔습니다. 그러나 편견과 미비한 법규 때문에 일상생활과 선거 등에서 참정권을 거의 전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입니다.

1) 학생의 학교 운영 참여 보장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지내는 학교에서도, 청소년들은 민주적인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시민적 권리인 언론·표현·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처벌이나 불이익의 대상이 되고, 교사와 학교에 의한 부당한 압력에 노출되곤 합니다.

 현재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생 대표의 의견을 듣거나 학교 규칙 제·개정 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학교장 및 위원회의 재량 사항일 뿐, 학생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 의미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학교 규칙이나 학사 일정, 예산 운용 등 학교의 의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참여는 대단히 제한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껏 학교 규칙을 개정하려 하거나 교과서 선정 등에 대해 비판하려 하는 학생들은 많은 장벽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일 등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학생도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 예산 및 학교 규칙, 교재 결정, 학교 행사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학생회 법제화, 학생 자치 활성화,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 위원 참여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법안으로 발의되기도 했지만, 청소년의 의견과 권리를 경시하는 고정관념 속에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현재 4개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이며 조례에서 선언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구체적 참여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여 한계가 뚜렷합니다. 교육부와 국회에서 학교에서 학생의 시민적 권리와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초·중·고등학교에도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언론·표현·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학생회의 자율성과 위상을 법에 명시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 위원 참여를 비롯해 학교 운영에 대한 학생의 의견 반영과 참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교육부에서도 학생회 법제화를 위한 법 개정 등을 7월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학생회 법제화와 더불어 실질적이고도 동등한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권을 보장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입니다.  

2) 지역 사회 참여 보장

 현재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선거권이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권이 없다는 것은 단지 몇 년마다 있는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다는 의미 이상입니다.

 선거권으로 대표되는 참정권이 없기 때문에 청소년은 지역 사회에서, 정치에서 '없는 존재' 취급을 당하고 무시당해도 되는 존재로 취급을 받습니다. 예를 들면, 청소년들이 직접적인 당사자인 사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할 때조차 만 19세 이상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2018년 서울에서 교육감이 두발자유화를 추진한다고 선언한 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청소년들은 조사 대상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얼마 전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세 번째 시도가 무산되었습니다. 과거 서울시 등에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이 전개되었을 때,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서명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핀란드 등에서는 15세부터 주민발의권이 보장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같은 문제는 학생들의 의견과 요구가 가장 크게 고려되어야 마땅했음에도, 경남도의회에서는 일부 학부모나 종교단체 등의 반대 의견을 더 비중 있게 받아들여 학생인권조례를 부결·폐기시켰습니다.

 울산과 대구 등에서는 청소년의회를 만들어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들이 지자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비합리적인 반대에 부딪혀 해당 조례 제정 역시 무산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선거권이 없기에, 지역에서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거나 참여를 확대하려는 시도들이 원천 봉쇄되고 있는 것입니다.

3) 선거권 및 정당 가입, 선거운동 등 보장

 현재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선거권도 피선거권도 없습니다. 그리고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당법〉 제22조에 따라 정당의 당원 및 발기인이 될 수 없습니다. 정당은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며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중요한 경로이지만, 불가피한 이유도 없이 청소년의 참여가 가로막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정당 가입에 연령을 제한하는 법이 없으며, 청소년들의 정당 참여가 활발한 것과 비하면 불합리한 일입니다. 그동안 일부 정당들이 청소년위원회를 운영했거나 청소년에게 '예비 당원'이 되는 것을 허용했으나, 그 지위는 모호하고 위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청소년은 정치적 의사 표현을 크게 제한당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60조에 의해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금지당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18년 지방선거 당시 SNS에 청소년 선거운동 금지 법을 비판하며 특정 후보와 정당에게 투표해 달라고 주변 사람에게 말했다는 글을 올린 청소년들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삭제하라는 경고를 받거나 경찰에 소환 조사를 받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특정 후보나 정당, 정책에 대해 선거 기간 중 의견을 표명하고 지지나 반대를 말하는 것이 범죄화되는 것은, 청소년이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만 19세 미만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이는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이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을 18세로 하고 있고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는 16세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은 기준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선거권 연령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전 지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와 같은 사안은, 청소년들이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선거권 등의 참정권을 박탈당해서는 안 됨을 보여 줍니다. 기후 변화는 수십 년 후 본격적인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기에, 젋은 사람들, 청소년들이 전 세계에서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나이 많은 세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시위가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청소년기후소송단'이 꾸려져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비판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평균적으로 좀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낼 기회와 세상을 바꿀 권리가 주어져야 합니다.

 이상의 이유로, 전국 각지에서 목소리 내고 실천해 온 청소년들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함께, 청소년의 참여할 권리 보장을 위한 응답을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합니다. 이미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한국 정부에 대한 3·4차 심의에서,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것', '학교와 교육 체제, 법원, 행정 기구에서 아동의 의견을 존중할 것', '학교 안팎에서 정치 활동 참여와 결사 및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 '학교운영위원회에 의미 있는 참여를 학생들에게 허용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현재 유엔아동권리위원회 5·6차 심의가 진행 중인 바, 한국 정부가 청소년 참여권 보장을 위해 어떠한 실질적 개선 조치를 했다고 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우리는 다음의 문제들에 대해 정부가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청원합니다. 또한 정부의 입장과 추진 중인 정책, 이후 계획을 답해 주기를 바랍니다.

1.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보장을 비롯하여, 학교 안에서 학생의 시민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고, 학교 내 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합니다.
2. 조례 주민발의와 주민투표 등에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청소년의 지역 사회 참여권을 확대해야 합니다.
3. 선거권 연령을 하향하고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 등 정치 활동을 연령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여,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및 청소년직접청원행동 참여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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