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0년 경력자의 경고 "요즘 추측 보도 매우 위험"

[이면N] 양향자 위원이 인터뷰 중 전화를 한 이유... "현장 목소리가 없다"

등록 2019.08.12 21:08수정 2019.08.1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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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이면을 봅니다. 그 이면엔 또 다른 뉴스가 있습니다. [이면N]입니다.[편집자말]
"내년 2월쯤 일본 기업은 공급 중단의 부메랑을 맞고 경영난에 봉착할 것"이라고 했다. "이 달 말이면 반도체 소재 3종 테스트가 끝나고 순차적으로 '탈일본'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난 6일 <중앙일보>가 전한 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의 발언이었다.

일단 속시원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선동적인 보도란 댓글도 적지 않았다. "SK네트웍스 종사자다. 내부 사정 1도 모르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악의적인 선동만 해대는지 모르겠다"거나, 역시 "관련업종 종사자"라며 "열심히 국산화하는 연구진들은 이런 기사 보면 화만 난다"고 했다. "다른 소재를 적용하려면 테스트 기간만 6개월∼3년이 걸리고 그걸 상용화하려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투입되는 돈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해당 기사] "내년 2월 반도체 3종 탈일본…일(日)기업 '아베 파산' 맞을 것"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멈췄다. 그때마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전화로 청취했다. 30년에 이르는 반도체 엔지니어 경력을 갖고 있는 그의 결론은 "학자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굉장히 위험한 보도"라는 것이었다.

"부분을 갖고 전체를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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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남소연

 
양 위원은 "학문의 영역에서 국산화라고 보는 것과 산업 현장에서 국산화라고 보는 것은 같을 수가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생산품은 소비자의 엄중한 평가를 받는다, 기업의 존폐와도 연결된다"며 "소재 국산화는 지금 제품보다 성능 저하가 없어야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꼬리만 만지고 소의 모습을 얘기한다? 이건 아니죠. 또 저쪽에서 머리만 만지고 수소다, 암소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랑 똑같은 거죠. 부분을 갖고 전체를 이야기(보도)하는 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1985년 11월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 보조원으로 일을 시작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에 올랐던 그는 "(산업)현장이 아닌 이야기가 너무 분분하다"고 했다. 그는 "산업 현장에서는 양산 체제까지 가야 끝나는 것"이라면서 "매스 프로덕트(Mass Product)까지 가려면 할 게 너무 많다, 기회 비용이나 잠재적 결함에 대한 진단까지 다 끝나야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도에서 빠진 부분은 "현장의 목소리"란 지적이었다. 그는 "직접 당사자(산업 현장)의 얘기가 없는 보도 아니냐"고 했다. 양 위원은 "현장을 모르고 나오는 언론의 다양한 추측 기사가 나올 때마다 현장을 아는 사람으로서 너무 답답하다"며 "언론 보도가 진짜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소재 개발은 과학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꾸준히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로 나온 결과가 소재"라면서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투자가 되고, 관리가 되고, 기업들과 밀접한 협업이 되어야만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소재 영역이 그렇다"는 말도 잇따랐다.

이는 일본을 얕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이어졌다. 양 위원은 "일본에서 반도체 소재 3가지를 규제한다는 걸 처음에 딱 보고 아베 정부와 관련 기업들간 엄청난 이해와 교류가 있었다고 느꼈다"며 "치밀하게 준비해서 우리를 타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아베 정부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나 EUV PR(포토 레지스트) 등의 차이를 어떻게 알겠냐"며 "현장의 기술적 뒷받침을 토대로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분석해서 나온 규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건 로드맵... 이 문제는 기술자가 풀어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사진은 최근까지 맡고 있었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당시 모습. ⓒ 양향자 트위터

 
그래서 양 위원은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로드맵이다, 몇 달 못 견디고 이런 게 문제가 아니다"면서 "결국은 시스템의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최첨단 기술의 소재를 만들려면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의 수요처와 함께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며 "대기업의 역할, 중소기업의 역할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말로 컨트롤 타워로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위원은 "현재 정부가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부품 소재 개발에 대하여 전체적인 계획과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전문가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이 문제는 기술자가 풀어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면, 국가 정책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 보도의 중요성을 재차 이렇게 강조했다.

"정치 영역은 앞서 갈 수 있다고 봐요. 정치는 인식이 중요하니까. 그러나 산업 기술 영역은 인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실이 중요해요. 언론 보도가 굉장히 치밀해야 하는 거죠. 인식이 사실을 왜곡시킬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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