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국민 감정법'에 낙마해선 안 된다

[주장] 불법성 있다면 사퇴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마녀사냥은 안돼

등록 2019.08.29 07:55수정 2019.09.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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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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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건물로 들어서며 입장을 발표 후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이희훈


오늘 아침에도 포털 검색어의 주인공은 여전히 조국이다. 라디오를 들어도, 뉴스를 봐도 조국이 메인이다. 벌써 며칠 째인지 모른다. 마주치는 사람은 물론이요, SNS도 조국 이야기로 넘쳐난다. 그리고 모두들 한결 같이 날이 서 있다. 진영논리라고는 하지만 누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분간조차 쉽지 않다.

덕분에 지난 7월부터 시작해서 한 달 넘게 진행 중인 일본과의 무역전쟁은 어느새 뒷전이 되어버렸다. 정부가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종료시키고, 대규모 독도방어훈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조국에게만 쏠려 있다.

심지어 일본과의 관계가 파탄나면 당장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이야기했던 이들도 지금은 조국만 이야기한다. 법무부 장관 하나 뽑는 일이 한국과 일본의 건곤일척의 역사전쟁보다도 더 중요해진 것이다. 도대체 왜 조국은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되었을까?
  
조국에 대한 과잉 보도

이와 관련해서 가장 큰 책임은 언론에게 있다. 법무부장관 지명 이후 조국 후보자에 대한 보도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소위 '카더라 통신'의 최고봉이었던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와 '봉하 아방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다. 당연히 국민들의 눈과 귀가 조국 후보자에게 쏠릴 수밖에.

문제는 이와 같은 보도들 중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기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 당사자의 반론을 들어봐야 하는데도, 언론들은 대상이 국무위원 후보자라는 핑계로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아니면 말고 식 보도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기본도 되지 않는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중에 가짜 뉴스가 섞이는 것은 물론이요, 교묘한 편집을 통해 제목만 읽으면 후보자가 수상해 보이는 악의적인 기사들이 여과 없이 나가고 있다. 후보자 본인과 상관없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는 등 오로지 후보자 망신주기를 목적으로 하는 기사들이 작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청문회를 열어 후보자의 해명 혹은 변명을 들어야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청문회는 계속 미뤄져왔다.


다행히 지난 27일 가까스로 9월 초 청문회 일정이 잡혔지만 이 역시 불충분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동안 조 후보자는 계속해서 조림돌림 당할 것이며, 언론들은 여전히 추측성 기사를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젠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했으니 피의사실 공표의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야당은 그것을 근거로 후보자의 조기 사퇴를 종용할 것이다.

강남좌파의 한계

물론 언론의 과잉 보도만으로 현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아무리 언론이 비판적이고 야당이 반대하고 나선다 해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근 50%가 되는 지금, 정부여당 지지자의 강력한 지지가 있다면 후보자 임명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지점은 조국에 대한 지지자들의 배신감과 분노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그가 사회적으로 발언했던 소신과 그의 삶의 궤적이 결코 같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모든 걸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생각도 올바르다고 믿었던 그가 우리의 기대와 다름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그래서 과연 조국은 장관의 자격이 없는 것일까? 만약 그의 삶에 불법적인 행위가 없었다고 한다면, 그때에도 그에 대한 지지자들의 배신감이 장관 임명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조국이 처음 사회적으로 등장했을 때 그에게 강남좌파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애당초 서민이 아니었다. 학벌도 좋고, 돈도 많으며, 심지어 얼굴도 잘 생긴 그는 상위 1%의 계급에 속한 이였다. 우리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기에 강남좌파라는 칭호에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의 등장에 환호했다. 비록 그가 서민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계급적 이익에 반해 진보적으로 발언했고 또한 실천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기꺼이 계급적 이해를 버렸다. 더 많은 돈과 권력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비록 빛을 바래긴 했지만, 재단과 펀드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MB와 박근혜 정권을 돌아보자. 당시 기득권층은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견지하기 위해 국가를 사유화하지 않았던가.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기 위해 서민의 이름으로 제도를 고치고, 그들은 그것을 국익이라고 우겼다. 한때 MB 역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그 약속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는 자신의 계급적 이해에 충실했을 뿐이고, 우리는 모든 개인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욕망에 기대어 그런 MB를 아무 거리낌 없이 대통령으로 뽑았었다. 그것이 얼마 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그랬던 이들이 지금 조국의 이중성을 운운할 수 있을까?

조국이 낙마한다면?

물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자 가족의 펀드나 딸의 대학입시 등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그것은 그가 속한 계급이 일상적으로 누려왔던 특권인 만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점차적으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지, 후보자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법무부 장관이 되어 그와 같은 특권을 줄여나가면 된다. 그가 들고 나온 재산비례벌금제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만약 조국이 조기 낙마한다고 가정하자. 과연 그만큼 우리 사회가 좋아질까? 많은 이들이 배신감을 느꼈던, 그가 속한 계급이 누렸던 특권이 깨끗하게 사라지고 평등한 세상이 오게 될까?

혹자들은 그만 '손절'하자고 하지만 현재 사법개혁에 그만한 적임자는 없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사법 개혁을 꿈꿔왔으며, 비 사시 출신으로서 기존 법조계 카르텔로부터 자유롭고, 그러면서도 또한 그들이 절대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조국은 사법개혁을 넘어 정권의 상징이 되어버렸고, 그의 진퇴는 현 정권의 명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 역시도 아직까지는 조국 후보자의 장관 여부에 있어서 유보에 가깝다. 앞으로 청문회나 검찰조사에서 후보자 개인이 개입하거나 불법의 소지가 있다면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마녀사냥은 반대다. 그가 확실한 근거 없이 국민 감정법에 의해 낙마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그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조국, 이렇게 본다]
조국에 대한 배신감, '보통사람'들의 욕망 (http://omn.kr/1knev)
20대의 눈으로 본 '조국 사태' (http://omn.kr/1kmib)
'가슴 뛰는' 문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보았습니다 (http://omn.kr/1kmie)
'조국 블랙홀'...그래서 청문회가 더 필요하다 (http://omn.kr/1kln1)
조국에게 조국(祖國)을 묻다 (http://omn.kr/1kji9)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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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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