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사랑'은 어디로 가고 있나

[조국 사태, 난 이렇게 본다] "사람에 충성 않는다"는 윤 총장의 또다른 말 "난 검찰 사랑한다"

등록 2019.09.11 21:58수정 2019.09.1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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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9월 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결정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소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조국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홀가분하다 해야 할까? 온 국민을 경기장으로 불러낸 '조국대전'이 마무리됐다. 선수로 뛸 마음은 없었지만 TV앞에서 여든의 노모와 '빨갱이' 논쟁을 해야 했고, 술자리에서 후배에게 탐욕스러운 '586'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내 나이 세대가 세상을 그렇게 잘못 살았나 자책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일갈등도, 민생경제도 뒷전으로 밀어낸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 논란. 대통령의 전격적인 임명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나 윤석열 검찰 스스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또 다른 게임이 남은 셈이다.

가짜-진짜 판단하기 힘든, 조국 관련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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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조국 전 수석이 법무부장관 하마평에 오르면서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에서는 일찌감치 낙마 1순위로 그를 언급했다.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SNS에 올린 죽창가를 두고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인민재판"이라고 성토했다. 바른미래당도 "586 운동권의 80년대식 선동정치"라는 내용의 논평을 내며 비난에 가세했다.

언론들은 그가 과거 사노맹 사건에 연루된 인물로 반성조차 제대로 한 적이 없기에 법무부장관이 될 수 없다고 야당을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국민 여론은 차분했다. 일본 인사들이 공공연히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마당에 일본에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는 호소가 무슨 문제냐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조국 전 수석 본인에게 집중되었던 비판은 그가 후보자가 된 후 점차 가족과 친인척으로 확대됐다. 전방위적 의혹제기가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사모펀드 투자 의혹, 동생 위장이혼 논란, 딸의 입학과 대학생활 특혜 의혹은 하루에 수백, 수천 건의 기사로 이어졌다. 언론사마다 주장이 달랐다. 사실 검증조차 되지 않는 기사들이 '단독' '특종'을 달고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다. 국민들은 쏟아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판단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후보자의 검증 과정에서 언론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자인한 아이러니. 웃픈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민정수석 당시 이뤄진 사모펀드 투자는 지위를 이용한 부당거래라는 의혹을 받았다. 또 딸의 입학과 대학생활 특혜 논란은 한영외고, 공주대, 단국대, 고려대, 부산대, 서울대, 동양대를 건너가며 새로운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때쯤 국민들은 '강남좌파'도 결국은 탐욕스러운 강남 세력일 뿐이라는 의심을 확신으로 굳혀 가기 시작했고, 임명 반대 여론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검찰의 예상치 못한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력한 수사는 반대 여론의 분수령이 됐다.

검찰은 지난 8월 29일 오거돈 부산 시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노환중 전 양산부산대병원장이 조국 딸에게 1200만원의 장학금을 준 것이, 올 6월 그가 부산의료원장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이때부터 조국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여당과 검찰의 대립으로 확대되었고 검찰과 조국 후보자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여론은 요동쳤다.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압수수색의 범위를 넓혀갔다. 언론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검찰발 정보를 갖고 조국 후보자를 성토하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검찰이 압수수색과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드러내자 불편해진 것은 여당이었다. 여당 지지자들이나 조국 후보자 임명을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검찰개혁을 막기 위해 조국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는 계획을 검찰이 갖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는 사실도 흘러나왔다. 불과 2달 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을 두고 '신의 한수'라고 치켜세웠던 사람들이 '검찰총장 사퇴'를 주장하는 상황은, 정부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사실 청문회를 앞둔 마당에 검찰이 끼어드는 것이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검찰권력이 국민이 뽑은 선출권력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검찰이 비난받는 이유는 또 있다. 수사 상황과 수사 내용이 일부 언론에 여과 없이 흘러나왔고, 인사청문회가 끝나기 한 시간 전에 후보자의 부인이 소환도 없이 기소됐다. '기소 만능주의'로 점철된 검찰의 '나쁜 버릇'이  반복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랑한다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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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람에게 충성하는 않는다"라는 발언으로 국민적 찬사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압수수색 등 일련의 과정은 과거 정부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이었다.

이를 두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지론을 몸소 실천한다는 찬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6년 전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은 "검찰 조직을 사랑하냐"는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단히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랑하는 조직 대한민국 검찰. 이제는 그  '검찰 사랑'이 어떤 사랑인가를 스스로 내보여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옹호하는 태도는 국민들의 찬사나 대통령의 당부에 어긋난다. 온갖 논란에도 조국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한 건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의 논란에 대해 "나는 검찰주의자가 아니라 헌법주의자"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당연하고도 적절한 발언이다. 그러나 여전히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검찰권력 지키기'로 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에게 요구되는 건 중립성과 형평성이다. 검찰의 수사상황과 수사내용이 속속 흘러나와 보수 언론이나 야당의 공격소재로 활용되는 건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고등학생으로 논문에서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비슷한 종류의 의혹이 있는 야당 원내대표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지나간 세월호 수사, 기업 관련 수사는 지금처럼 못했더라도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패스트트랙 수사는 지금처럼 강도 높게 해야 하는 게 검찰의 독립성을 지키는 일이다.

조국대전은 대통령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사실이 나오고,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성토는 점점 파고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신중했으면 한다. 선출권력과 검찰권력의 긴장 관계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검찰이 지금까지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행세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이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한 것은 국민의 보검인 검찰의 권한을 오롯이 국민을 위해 쓰라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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