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에 어른거리는 검찰의 나쁜 습관들

[조국 사태, 난 이렇게 본다] 쇼, 이언주는 되지만 윤석열은 안 된다

등록 2019.09.17 08:14수정 2019.09.17 09:06
63
68,000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9월 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결정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소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조국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a

삭발한 이언주 "문대통령 아집으로 민주주의 타살"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아집과 오만함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타살됐다"고 선언한 뒤 삭발식을 진행했다. ⓒ 남소연


정치인의 행위는 대부분이 쇼다. 주장을 전하는 방법으로 효율적인 쇼의 형식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 문제는 쇼를 본 사람들이 감동을 느꼈는지, 짜증을 내는지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평화쇼로 몰아붙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감정팔이 쇼'라고 독설을 퍼부었던 무소속 이언주 의원. 정작 그의 국회 앞 삭발식을 두고 일부 의원들이 쇼라고 하자 이 의원은 "전부 다 쓸어버렸으면 좋겠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의원에게 섭섭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국회 앞 자칭 '눈물의 삭발식'은 쇼가 맞다. 스스로가 밝혔듯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대신 표출하고 희망을 주자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삭발 쇼'인 셈이다. 그러나 일부 세력을 제외하고는 그의 진심(?)은 전해지지 못했고, 자유한국당에 대한 구애 또는 정치인의 관심끌기라는 조롱과 비난이 넘쳐났다.

남북정상의 도보다리 회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이언주 의원의 눈물의 삭발식 등 정치인들의 수많은 쇼를 국민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감동 쇼'와 '저질 쇼'로 구분한다. 이언주 의원의 삭발식에 비난과 조롱이 쏟아진 이유는, 쇼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감동을 주지 못하는 쇼였기 때문이 아닐까?

쇼를 금해야 할 곳

쇼를 금해야 할 곳도 있다. 의사가 환자를 앞에 놓고 '모두 고칠 수 있다'고 자처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경찰이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서 범인의 잔인함을 키우고 사냥감을 앞에 놓듯 피의자와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수사 과정에서 알아낸 정보를 마치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알린다면 피해는 수사대상이 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출처도 불분명한 정보가 검찰을 통해 흘러나와 언론을 통해 괴물로 둔갑한 경우를 우린 역사에서 여러 번 확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정권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검찰의 쇼가 발단이었다.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로 전 대통령을 모욕했던 검찰. 그 결과 검찰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할 수 있었지만, 국민에게 그 시간은 목줄 풀린 사냥개 앞에 선 것처럼 두려운 시간이었다. 형법에 명시된 피의사실 공표 금지 조항은 국민의 명예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수사의 원만한 수행과 공정한 재판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처벌한 사례가 없어,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논두렁 시계 사건도 그렇지만, 검찰의 표적이 된 정치인 관련 사건은 검찰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의해 여론 재판정에 먼저 서야 했던 경우가 허다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수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검찰이 아니면 알기 힘든 정보들이 아무런 통제도 없이 언론과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흘러들어갔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과 딸은 법의 심판대보다 여론 심판대에 먼저 올려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주변을 둘러싼 수사가 '검찰권력 지키기 쇼'라는 비판이 생겨난 건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부산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에게 6학기 연속 장학금을 지급한 노환중 현 부산의료원장의 집무실 압수수색이 이뤄진 날과 다음날인 8월 27일과 28일 TV조선과 <조선일보>는 노 원장의 개인컴퓨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 선정에 일역을 담당했다'고 쓴 문서가 발견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기자가 압수수색이 끝난 후 켜진 컴퓨터에서 취재한 내용이라고 검찰이 해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학생생활기록부 유출만 해도 그렇다. 학생생활기록부를 발부받거나 본 사람이 본인과 검찰, 그리고 학교 관계자뿐이다. 

검찰은 또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마감시간 한 시간여를 남겨 놓고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기소가 검찰이 가진 권한이라 하더라도 소환 조사도 없이 기소를 감행한 건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되고 난 이후에도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 의혹은 계속됐다. 그때마다 언론은 조국 법무부 장관 불가론의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기소만능주의, 수사정보 유출로 망신주기 등 과거 검찰의 나쁜 습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아래서 고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이유이다.

검찰이 의심 받는 이유
 
a

구내식당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검찰은 달라져야 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헌법의 근간을 무시하고, 유죄를 기정사실화해서 여론재판으로 몰아가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죄가 있음을 증명하는 게 검찰의 역할이지, 유죄 의심 정황을 흘려놓고 조사대상자가 무죄를 증명하라는 식의 수사태도는 유신시대부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악습이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권한 남용과 전횡도 예삿일이 아니다.

임은정 검사에 의해 고발된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의 직무유기 사건은 검찰의 비협조로 네 달 동안 피고발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사도 없이 기소한 정경심 교수와 견주어 본다면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재판정에 세울 권한과 세우지 않을 그 막대한 권한이 검찰의 유불리에 따라 결정된 사례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는 검찰 권한이 축소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혹이 있으면 조사하고 죄가 있으면 재판정에 세우는 게 검찰의 할 일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 수사도 당연히 검찰의 일이다. 그러나 이 수사가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쇼로 비쳐지는 건 불행한 일이다.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의 태도는 왜 검찰개혁이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권력에서 자유롭게 해주면 개혁은 스스로 할 것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믿음을 걷어찼던 검찰.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수장이 바뀌었다고 스스로 제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의 포스터 제1저자 문제도 똑같이 수사대상에 올리고, 패스트트랙 지정 반대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의원 모두를 법정에 세운다면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검찰 개혁 필요성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혹여 수사 정보를 흘리고 여론재판으로 몰아 장관을 낙마시키면 개혁은 물 건너갈 것이라는 게 검찰권력의 시나리오라면, 그 계획은 그만두는 게 맞다. 대통령의 지명을 등에 업고 검찰권력 지키기에 몰두한다면 국민의 찬사는 하루 아침에 분노와 성토로 바뀔 수 있다. 그게 역동하는 민심이다.

하나회 해체와 검찰 공화국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치적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하나회 해체다. 탄핵 정국 때 위수령 검토 소식을 접하며 하나회가 남아 있었다면 역사에 또 다시 피바람이 불 수도 있었겠다는 무서운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지난 역사에서 하나회가 저지른 죄와 마피아 조직이라고 불리는 검찰 권력 폐단의 무게를 저울질 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검찰을 검찰답게 세우는 것, 하나회 해체와 맞먹는 일 아닐까? 3000명도 되지 않는 대한민국 검사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공화국은 이제 끝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는 확고하다.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가 '검찰 지키기 쇼'가 아니라 '권력을 향한 공정한 수사'라면, 그렇게 해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결격 사유가 드러난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면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가 '검찰권력 지키기 쇼'라는 세간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언주 의원의 쇼는 웃어넘기면 그만이지만, 검찰의 쇼는 그렇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6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피의자와 성관계 검사'가 보여준 절대 권력의 민낯
  2. 2 조국 PC 속 인턴증명서 파일은 서울대 인권법센터발
  3. 3 김남길 "이젠 저도 건물주 됐으면 좋겠어요"
  4. 4 김세연 '동반 불출마' 사실상 거부한 나경원... 패스트트랙 때문?
  5. 5 '까불이' 정체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동백이의 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