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일 관계 낙관" 자가당착에 빠져버린 아베

[일본 어제오늘] 부끄러운 지난 날의 언급, 현실은 지독한 괴리 속에

등록 2019.09.20 08:46수정 2019.09.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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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바라보는 아베 총리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순 없을까.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상당히 적대적인 시각에서 지금의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크게 논란이 없을 듯하다. 또 최근 일본발 경제보복에 대한 한국의 반격이 이어지면서 그 속내가 한층 더 복잡해지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아베 총리의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2018년 10월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부터 이어진 경색국면이 어느새 1년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도 말이다. 물론 몇 번의 짧은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을 향한 아베 총리의 메시지가 드러나긴 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늘 '국제법', '국가 간의 약속'을 운운하며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만 거듭했을 뿐, 연설이나 담화를 통한 구체적인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과거의 자료를 통해 한국을 바라보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관점과 그 선언들을 확인할 수는 있다. 아베 총리의 정치철학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새로운 나라로*>(2013, 文藝春秋)라는 제목의 저서가 바로 그것인데, 이 책은 아베 총리의 '정권 공약'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일본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 등을 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한때 일본 국내에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당초에는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国へ)>라는 제목으로 2006년 최초 발매되었으나, 2013년 아베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완전판 형식의 <새로운 나라로>가 발매됐다.)

이 책에 담긴 아베 총리의 시각과 전망은 흥미롭다. 의외로 상당히 '희망적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이 부분을 확인하면 지금의 아베 총리가 얼마나 '위선적으로'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맺어가고 있는지를 비교 분석해볼 수 있다. 또 당초에 비해 상당히 어긋난 아베 총리의 대(對) 한국 정책 현주소도 드러난다.

아래는 그 주요 내용을 발췌, 분석한 것이다.

시각은 희망적인, 하지만 현실은 위선적인
 

아베 총리 저서 <새로운 나라로>(2013) ⓒ 文藝春秋

 
어떤 나라든 그렇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끼리는 서로 간에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법이다. 그러나 그것을 늘 컨트롤 해가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반이 될 경제관계를 단단히 하여, 협력관계를 유지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이전에 말했다.  

아베 총리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 즉 한국과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경제관계를 통해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는 어떠한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올해 한국을 강타한 일본발 경제보복이다. 지난 7월 1일을 기점으로, 일본은 '한국의 전략물자관리체계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과 함께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해오고 있다.

국제무대, WTO에서의 대립도 상존한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 한·일이 WTO 무대에서 맞부딪힌 것만도 벌써 두 차례. ▲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한국 승소) ▲ 공기압 밸브 관세 분쟁(한국 승소) 모두 아베 총리 집권 기간(두 건 모두 2015년) 발생한 무역분쟁이다. 다행히 두 경우 모두 한국이 승소함으로써 불이익 등을 방지할 근거가 생기긴 했지만 이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불편하다. 이처럼 지난날 아베 총리가 공언했던 한국과의 경제적 우호협력관계는 현재 가장 첨예한 대립이 이루어지고 있는 영역이 되어 있는 것이다.

다음은 한국과의 정치적 교류에 대한 아베 총리의 입장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서로 간의 다름은 다름으로써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들은 서로 간의 문제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수뇌가 직접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도 똑같다.

여기서도 이상과 실제의 괴리가 발생한다. "서로 다름은 다름으로써 존중", "직접 만나 대화"라는 부분이 특히 허허롭다. 알다시피 현 국면에서 한일 양국 정상의 회담은 기약이 없다. 눈 감고 귀를 틀어막은 아베 총리의 고집 덕분이다. G20 정상회의에서도 정상회담은 커녕, 문재인 대통령을 '8초 악수'만으로 응대하고 외면했다.

오히려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한국 측이다. 지난 광복절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일본과의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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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염불

민주주의와 과거사에 대한 언급도 짧게 포함돼 있다.
 
▲ 나는 일한관계에 대해서는 낙관주의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와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과 법의 지배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틀림없이 일한관계의 기반이 아닐까?

▲ 우리가 과거에 대해 겸허하고, 예의 바르게 미래지향을 마주하는 한 반드시 양국의 관계는 한층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과 법의 지배라는 가치들을 존중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가지는 정치적 동질성에 방점을 둔 언급으로 볼 수 있다. 또 반성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과거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강조했다.

이 언급들은 지켜지고 있는가? 안타깝지만 이 또한 '아베 판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만 해도 그렇다. 삼권분립에 의거해 운영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이해했다면 이렇듯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이 진정 한국의 민주주의를 존중한다면 이러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차원의 부차적 해결방안은 없을지에 대한 협의를 정중히 요청해 왔어야 할 것이다.

또 과거에 대해 겸허하고, 예의 바르게 미래지향을 마주했다면 ▲ 강제동원 희생자들을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표현하거나 ▲ '군이 관여한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2007.3.16. 일본 정부 각의 결정) ▲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 편지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2016.10.3. 중의원 발언)와 같이 역사에 무책임한 결정과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2007년, 중의원에서 위안부 강제연행과 관련해 답변하는 아베 총리. ⓒ KBS 화면 캡쳐


결론적으로 아베 총리가 저서를 통해 밝힌 한국과의 경제협력, 민주주의의 공유,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예의 바른 미래지향의 가치는 허망한 것이었다. 즉, 말해놓고 지킨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지켜졌더라면 현재와 같은 한일관계의 경색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자가당착에 빠진 아베 총리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한일관계를 보라. 스스로 적어 내려간 희망들에 빗대 보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상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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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칼럼니스트, 작가 한국 근현대사 및 일본 역사/정치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 역사 팟캐스트 채널 <역사와 사람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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