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작은 마을에 가다.

Barraba, NSW

검토 완료

이지은(euntree)등록 2019.10.07 11:18
호주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수 있는건 단연 시드니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 일 것 이다. 행정상으로 시드니는 호주의 수도가 아니지만 명실상부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임에는 틀림이 없다. 처음 호주에 온 건 2016년 10월. 처음에 왔을 때는 시드니에 유명하다는 곳 찾아다니기에 바빴고, 주변 역들을 하나둘 가보기 시작했다.

시드니는 New South Wales (NSW) 에 대표적인 도시로서 나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시드니에만 머물면서 뉴캐슬이나 울릉공처럼 검색하면 보통 많이 가는 곳과 인근 카페나 비치들을 하나 둘 가보며 조금씩 NSW 주를 경험했고, 이게 전부인 줄로 생각하며 지냈었다. 그러다 7월부터 시작하게 된 간호공부 덕에 NSW에 속한 Barraba라는 곳에 갈 기회가 생겼다.

인구 1,400명 정도 만이 거주하는 NSW에서도 New England 지역에 속한 곳으로 시드니에서는 6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실습은 한 달동안 진행되어 그 기간 동안 주변을 소소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주변 경관
시내와 병원은 걸어서 10분거리. 중간에는 덩그라니 도로만 있을 뿐이다. 주유소를 지나가면 버스정류장과 박물관이 나오는데 작은 동네 박물관은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만 운영했다. 호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Woolworth나 Coles는 보이지 않았다. 유일한 이곳의 마트 IGA, 그래도 왠만한 것들은 다 구할수가 있어서 불편함은 없는데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1불 이상은 비쌌다. 은행은 시드니에서 Common Wealth를 거래했던 지라 찾고 싶었는데 National Australian Bank와 Regional Bank만 보였다. 그랬더니 지역분이 우체국에 가면 Common Wealth Bank 현금을 찾을 수 있다는 말에 방문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ATM 기계. 알고보니 단말기에 카드를 넣고 금액을 입력해주면 포스에서 돈을 출금할 수 있는 형태였다. 이런데 사람이 여행하러 오기도 할까 의문이 드는 가운데, Andy's Guest House 간판이 보였다. 이런 곳에 게스트 하우스라니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중간에 운좋게 주인 분을 만날 수가 있었다. 장난기 가득하게 생긴 얼굴로 일부로 홈페이지에 많은 정보를 게시하지 않았다는 말을 웃으며 하시며 명함을 건네주셨다. 이 지역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심각한 호주 가뭄
시드니와는 다르게 이곳은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보통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소나 양을 키우는 농장을 가지고 있는데 가뭄 때문에 다들 힘들어 하고 있다. 소들을 배부르게 하기 위해서 hay를 공급해주어야 하는데, 예전같으면 200불정도에 샀던 hay를 600-700불 정도에 사야 한단다. 퀸즐랜드 지역에서 오는 덕에 배송료와 또 가뭄으로 인해 수급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했다. 드넓은 지역이 초록색으로 생기 있는게 아니라 노란색 갈대밭처럼 되버려 바라바에 살고 있는 사람 중 대부분은 이제 집에 작은 텃밭조차 둘 수가 없어졌다고 한다.  지금 이 곳은 봄이라 점점 따뜻해지는데 그에 따라 파리의 개체수도 증가하는 요즘이다. 

시골 인심
종종  카페에 가곤 했다. 커피도 무난하다. 그러다 구글에서 어떤 사람이 밀크쉐이크를 맛있게 먹었다는 말에 목도 마르고 밀크쉐이크를 시켜보았다. 나온 밀크쉐이크는 반전이었다. 유리잔에 갈려서 나올 밀크쉐이크를 생각했는데, 스테인레스 잔에 스타벅스로 치면 벤티사이즈 보틀에 나온 이 밀크쉐이크. 가격은 5불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4,000원 정도. 음료를 좋아하는 나로서 한두번 빨면 없어지는데 정말 실컷 마셨다. 그리고 실습이 끝나는 마지막 날, 출발 전 카페에 들려 음식을 시켰는데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피시앤칩스와 치킨버거 그리고 코카콜라를 시켰다. 호주에 9년 산 남편도 정직한 피시앤칩스라며 좋아했고, 심지어 버거도 시드니에서 맛집이라고 검색하고 간 버거보다 훌륭하고 가격도 착했다. 시골의 인심이 이곳에도 있었다. 


바라바 병원 Barraba Multi-purpose service
호주의 공립병원, 우리나라로 치면 보건소 같은 역할을 하는데 보건소에 3개의 응급환자 베드와 6개의 아급성 환자 병동 그리고 널싱홈이 같이 있는 구조이다. 이곳의 유일한 의사는 남아프리카에서 온 의사. 환자들은 보통 가축을 키우다 입은 부상으로 오게 되는 환자가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의료 시스템이라 환자들은 이런 드레싱에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이곳에선 약도 무료로 주었다. 그러다보니 조금 경미하고 지나칠만한 상처에도 응급실에 오는 환자가 있었다. 일하는 직원들은 90%가 호주 사람이었는데, 인력이 모자라 오전 근무를 하고 오후 근무를 연속해서 한다던지 밤 근무를 하고 일을 더 하고 간다던지 그렇게 일하다 아프게 되고 그 다음 사람이 또 일을 더 하게 되고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게 되었냐고 물어봤더니 보통 50-60%는 고향,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많았다. 그 자리를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해가 바뀌면서 점점 심각한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강한 유대감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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