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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님 쫄지마세요" 플래카드와 '저질연탄사건'

[대한민국 검찰실록 2] '거악 척결' 특수부라지만... 자신들 이익 고려해 왜곡된 사례들

등록 2019.10.10 07:50수정 2019.11.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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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개혁 과제를 하나씩 꺼내놨다. 10월 1일 특수부 축소 방침을 약속한 데 이어 4일에는 '검찰청사 포토라인'으로 상징되는 피의자 공개 소환의 폐지를 선언했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조국 퇴진 집회' 때 미국대사관 옆 KT광화문빌딩 앞 도로에서 본 인상적인 플래카드가 있다.

"국민영웅! 윤석열 총장님! 쫄지 마세요!
국민 68%가 윤 총장님을 지지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플래카드. ⓒ 김종성

 
누가 붙인 플래카드든 윤석열 총장이 '쫄지 않고' 검찰 적폐를 잘만 청산한다면 국민 68%가 그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검찰 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구체제 부조리를 사법적으로 청산해야 할 검찰청이 적폐에 매몰돼 있다면, 개혁 전반이 아무래도 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특수부 축소 방침이 그러하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지난 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윤석열 총장의 특수부 축소 방침이 너무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에 2개의 특수부를 계속 온전히 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특수부의 규모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했고요."

보다 더 광폭의 특수부 감축안을 내놓으라는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 권력에서 특수부가 차지해온 기존의 위상을 과감히 포기하라는 것이다.

8일 조국 법무부장관도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3곳의 특수부를 남기되 이곳을 반부패수사로 개편하겠다고 밝혔지만, 특수부의 완전 폐지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특수부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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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정책을 뒷받침할 제2기 법무·검찰 위원회가 '검찰 직접수사 부서의 대폭 축소'를 첫 번째 권고안으로 내놨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1일 검찰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첫 권고안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 연합뉴스

 
특수부가 이렇게 문제시되는 것은 비난과 눈총을 받을 만한 일들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0년 '검사 스폰서 사건'을 들 수 있다. 건설업자 정용재씨가 자신이 검사 40여 명에게 촌지와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오마이뉴스> <시사인> <피디수첩>에 제보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다. 검찰과 유착했던 정용재씨가 자기 사건의 처리에 불만을 품고 검찰 비리를 폭로하면서 생긴 일이다.

정용재의 폭로로 검찰 위신이 크게 추락하자, 검찰이 보복했다고 의심받을 만한 일이 그 당시 발생했다. 정씨와 관련된 또 다른 사건을 검찰이 특수부에 배당하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해 12월 20일 자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정씨는 부동산 명의 이전 문제로 고소를 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씨가 채무를 이행하고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자, 담당 경찰서인 부산 금정경찰서는 '혐의없음' 처분을 준비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 고소취하 사건 특수부 재배당... '검사스폰서' 보복수사?)

그런데 이때 부산지검이 나서서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해 재수사하도록 했다. '이해관계인의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무방하다'는 게 검찰의 논리였다. 하지만, 고소까지 취하된 마당에 특수부가 사건을 맡는 것은 정씨의 폭로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샀다.

이와 정반대로, 특수부가 마땅히 해야 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질타를 받는 일도 많았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격돌했던 1997년 하반기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대선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던 이 시절, 훗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될 안대희 부장검사의 서울지검 특수1부가 처리한 뇌물 사건 하나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건설 설계·감리업자한테 1600만 원을 받은 구돈회 충북 부지사 등을 불구속 기소한 것이 봐주기 수사였다는 비판이었다.

특수부가 피의자들을 구속수사하지 않은 것은, 설계·감리업계가 대선을 무기로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당시 언론은 해석했다. '검찰이 기소하면 이회창 후보에 대한 업계의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압력이 있었다는 게 그 근거였다. 1997년 9월 27일자 <한겨레>는 '비틀거리는 검찰 특수부'란 제목 하에 이 사건을 검찰 특수부 비리 사례로 소개하면서 이렇게 보도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안대희 부장검사)는 25일 성수대교 복구공사 및 양화철교(당산철교) 재시공 실시 설계와 관련해 1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구돈회 충북 부지사 등 4명의 고위 공직자를 모두 불구속 기소하고 두 달 여에 걸친 설계·감리 입찰 비리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건설교통부와 설계·감리업계가 강력한 반발 조짐을 보이자, 검찰 수뇌부에서 수사의 조기 종결을 종용했으며 '고위 공직자 1~2명 구속'으로 올린 수사팀의 신병처리 의견도 일방적으로 묵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검찰 수사로 이회창 대표가 20만 표를 잃었다고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녔다'며 '대선 로비에 부정부패 수사가 설 땅을 잃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처럼 특수부는 할 필요가 없거나 하지 말아야 할 수사는 열심히 하고, 응당 꼭 해야 할 수사는 게을리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위 <한겨레> 기사 제목이 '비틀거리는 검찰 특수부'인 것도 이해할 만하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 당시에도 '비틀거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특수부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수부가 두고두고 문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특수부'라는 글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수부의 '특수'에 해당하는 한자는 '특별함'을 의미하는 特殊가 아니다. '특별한 수사'를 의미하는 特搜다. 특별수사부(特別搜査部)의 줄임말이다.

"우리나라 검찰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인지 수사"
 

특수부의 한자 표기를 보여주는 1986년 7월 11일자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 ⓒ

 
원래 의미의 검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유무죄를 밝히고 재판부에 형벌을 요청(구형)하는 법률 전문가다. 그런데 특별수사부, 즉 특수부는 그 같은 법률가 역할보다는 본래 경찰이 해야 할 수사 분야에 주력하는 부서다.

법률 지식 때문에 검사가 된 사람들을 수사 전문가로 바꾸는 가장 전형적인 부서가 바로 특수부다. 법률가인 검사가 경찰 수사권까지 갖게 돼 검찰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이 검찰 적폐의 최대 문제점이다. 경찰과 검찰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게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다. 그런데 검찰 특수부는 명칭부터가 수사 전문 부서다. 검찰 개혁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볼 수 있다.

특수부의 문제점을 한층 더 조장하는 게 있다.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것도 모자라, 주로 인지수사(직접수사)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수사는 고소·고발로부터 시작되는 게 원칙이지만, 특수부는 이에 관계없이 사건을 자체 인지해서 수사에 착수하는 일이 많다.

고소·고발로 시작된 사건인 경우는, 수사기관의 재량권이 아무래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 고소·고발이 취하되면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위의 검사 스폰서 사건에서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정용재씨가 피고소인인 사건을 검찰이 특수부에 재배당한 것을 언론이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은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고소 취하된 사건을 검찰 특수부가 다시 손을 댔으니 언론이 비판을 제기할 명분이 생겼던 것이다.

고소·고발에 관계없이 인지수사에 주력하는 경우에는, 검사의 수사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특수부의 힘이 강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검찰 부조리가 인지수사에도 많이 발생한다는 점은 법학계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수석부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한 비교 분석 및 대안'이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학계에서는 다른 나라(대륙법계)의 검찰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검찰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자체 수사인력을 보유하면서 직접수사(인지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대검찰청이 2019년 3월 발행한 <형사법의 신동향> 제62호 중
 
대륙법계는 프랑스·독일 등의 유럽법을 말한다. 대륙법계의 상대 개념은 영·미 법계다. 이처럼 특수부에 문제가 많은데도 많은 검사들은 특수부 배치를 희망한다. 검사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수부나 금융조사부 같은 인지수사 부서를 지망하는 검사들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소환 당시의 검찰총장인 임채진 총장(재임 2007~2009년)의 조치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모든 검사의 인지부서 근무기간을 1년 6개월로 제한했다. 특수부 배치에 대한 열망과 경쟁을 반영하는 증표라 할 수 있다.

검사들이 특수부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특수부는 원래는 정치인이나 재벌 등이 관련된 대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담당 검사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많아진다. 이곳을 거쳐간 검사들이 스타 검사가 되는 일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언론뿐 아니라 고위층의 관심도 받다 보니 개인적 출세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소신이 있으면 두려움이 없다>라는 저서에서, 자신이 검사가 된 지 4년 만에 통제불능 검사로 낙인찍힌 이야기를 소개했다. 윗선에 찍혀 서울 남부지청 특수부 배치 4개월도 안 돼 다른 부서로 쫓겨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특수부를 매우 높이 평가하는 한마디를 남겼다.
 
"그 후로 나는 통제하기 곤란한 검사로 낙인 찍혀 특수부 검사를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검사로서의 좌절과 보람을 동시에 느껴본 남부지청의 검사 생활은 그 후로도 이 년여 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거대한 악을 척결하는 특별수사 검사로서가 아니라 경찰 송치 사건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형사부 검사로서 무료하고 평범한 나날을 보냈다."

특별 수사 집착 버려야 검찰 개혁 가능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지난 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퇴진 집회 때의 모습. ⓒ 김종성

 
특수부 검사가 정치인과 재벌을 수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홍준표 전 대표는 '거대한 악을 척결하는 특별수사 검사'라는 표현을 썼다. 그에게는 특수부 검사가 거악을 척결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특수부가 거악을 척결한 사례도 적지 않지만, 고위층을 인지수사하면서 권력의 향배에 따라 기소와 불기소를 임의로 저울질해온 일도 많다. 위에서 소개한 1997년 충북 부지사 사건도 특수부가 대선을 의식해 불구속 수사로 돌린 한 사례 중 하나다.

대한민국 검찰 특수부가 이렇게 비틀거리게 된 원인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해석이 있다. 특수수사권을 행사하면서 권력이 비대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치인과 재벌 수사를 맡으면서 정치·경제 권력과 가까워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두환 정권 때의 에피소드가 결정적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법조계 문제점을 시리즈물로 다룬 1992년 7월 13일자 <동아일보> '법조계 실상과 과제 (19): 검찰 속 특공대, 특수부 검사' 편은 특수부 타락의 결정적 원인을 전두환 정권 때의 '저질 연탄 사건'과 연관시킨다.
 
"오늘날 특수부 검사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된 것은 지난 81년의 저질 연탄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는 국내 3대 연탄업체가 저질 연탄을 만들어 1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사실을 적발했다.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직접 서울지검장에게 격려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간부 직원이 구속된 동자부(동력자원부) 측이 '검찰이 실상을 모른 채 수사를 벌여 정부 공신력만 실추시켰다'며 검찰을 공격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여기에다 야당 측은 한술 더 떠 업자들의 부당이득액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 이 사건은 정치 쟁점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당시 전 대통령은 격노했다. 곧이어 검찰에 대한 질책과 함께 문책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지검장과 3차장, 특수1부장검사가 졸지에 한직으로 쫓겨났다. 검사들의 경제지식 부족으로 그런 무리한 수사 결과가 나왔다며 검사들에게 정기적인 경제교육을 시키라는 지시까지 내려졌다. 이 파문을 계기로 검찰의 특별수사는 상당기간 위축될 대로 위축돼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검찰 특수부가 비틀거리게 된 결정적 원인 중 하나를 전두환 정권 때의 저질연탄 사건과 연관시키는 기사다. 특수부가 한층 더 정권 눈치를 보며 정치검찰로 추락하게 된 원인 중 하나를 설명하는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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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 이희훈

 
검찰 특수부는 여전히 막강한 특별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것이 검찰 부조리의 핵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윤석열 총장이 검찰개혁 1탄으로 특수부 축소를 선제적으로 발표했을 것이다.

원래 경찰의 몫이었던 수사에 대한 집착을 과감히 버리고, 검찰의 본래 위치인 법률 전문가로 되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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