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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클릭해본 '그 상품', 질기게도 쫓아다니네

[류기자의 이거 왜 이래?] 공교롭게도 바로 그 광고가 뜨는 이유

등록 2019.10.14 08:16수정 2019.10.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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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면서 기자도 궁금했습니다. 매일 '폐업 세일'하는 가게의 정체나 80%나 할인되는 아이스크림의 진짜 가격 같은 것들 말입니다. 궁금증을 채우기 위해 코너까지 만들었습니다. 기자의 사심 채우기 프로젝트 <류 기자의 이거 왜 이래?>,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쿠팡에서 한번 검색해본 제품들이 기사를 클릭할 때마다 등장하고 있다. ⓒ 인터넷사이트 캡처

 
'그것'은 참 질겼다. 몇 번을 지웠는데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스토커 같기도 했다. 모든 곳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곳으로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무심코 눌렀던 기사 본문,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뜬 그것을 보며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오기도 생겼다. 신경질적으로 엑스표를 눌러댔던 이유다.

하지만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끝내 그것을 사게 되면서다. 그제야 그것은 이제 됐다는 듯 모습을 감췄다. 그것의 정체는 숙취해소제 광고. 며칠 전 오픈마켓 쿠팡에서 딱 한 번 클릭해본 상품이었다.

쇼핑몰에서 무심코 클릭한 물건이 SNS나 기사 등 각종 홍보 채널에 광고로 등장해, 살 때까지 쫓아다니는 것 같다고 느낀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쿠팡 상품만이 아니다. 체감상 모든 쇼핑 사이트가 그랬다. 여러 쇼핑몰을 살핀 날이면 클릭해본 각종 상품의 광고가 인터넷 기사 위로 별처럼 쏟아졌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로그인도 하지 않고 상품을 한 번 클릭해봤을 뿐인데, 쇼핑몰은 어떻게 '그 한번'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또 어떤 '로직'이 숨어 있길래, 쇼핑몰과 직접 연관이 없어 보이는 페이스북 페이지, 인터넷 기사에 그 상품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일까?

광고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법을 '리타겟팅(Retargeting)'이라고 부른다. 소비자가 관심을 보인 상품을 다양한 채널에 계속 노출시키는 기법이다. 소비자가 쇼핑몰을 다시 찾도록 만들어 물건을 사게 하기 위해서다.

로직은 이렇다.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방문할 때, 기본적으로 모든 컴퓨터에 '쿠키'가 저장된다. 컴퓨터 사용자가 사이트에 남긴 흔적을 저장해둔 파일이 쿠키다. 사이트에 접속할 당시의 IP 주소나 컴퓨터 체제, 사용자가 사이트에서 본 내용이나 클릭한 메뉴 등이 보관된다.

대다수 쇼핑몰은 홈페이지에 '스크립트'라는 컴퓨터 명령어를 심어두고 있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쇼핑몰을 방문한 시간을 분석하라' 혹은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넣어둔 제품이 무엇인지 찾아라'는 분석 도구를 넣어둔 것이다.
 

얼마 전 클릭해본 구두 쇼핑몰의 광고가 외국 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 한 가운데에서도 나타났다. ⓒ 외신사이트 캡처

 
이 스크립트가 사용자의 컴퓨터에 저장된 쿠키를 해석하면서 몇 시에 쇼핑몰을 방문했고, 어떤 메뉴를 몇 번 클릭했는지 알게 된다. 로그인 없이 특정 상품을 한 번만 클릭해도 그 사실을 쇼핑몰에 들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쇼핑몰은 그렇게 알게 된 정보를 미리 계약을 맺어둔 '매체사'와 공유한다. 매체사란 언론사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처럼 다양한 홍보 채널과 제휴를 맺고 있는 중간광고 업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의 GDN(Google Display Network)이나 모비온 등 업체가 대표적이다. 때때로 이들은 쇼핑몰의 의뢰를 받아 직접 쇼핑몰 화면에 스크립트를 심고 접속한 컴퓨터 사용자의 정보를 분석하기도 한다.

매체사는 쇼핑몰에서 받은 정보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컴퓨터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다. 일례로 구글애즈(Google Ads)를 담당하는 GDN은 사용자가 Google 관련 채널에서 움직인 거의 모든 경로를 활용해 광고를 벌인다. 구글 메인 페이지에서 검색한 키워드나 유튜브에서 확인한 영상 등을 종합해 사용자가 관심가질 만한 광고를 제휴 채널에 넣는 식이다.

자동으로 이뤄지는 쿠키 분석... 무슨 근거로?

그런데 의문이 든다. 쇼핑몰 혹은 매체사는 어떤 법적 근거로, 쇼핑몰에 접속한 이들의 쿠키를 분석하는 것일까? 모든 사이트의 페이지 아래쪽에 놓인 '개인정보 처리(취급)방침'에 그 근거가 있다.

일례로 한 대형유통사의 인터넷사이트 개인정보 처리방침 페이지에는 '회원과 비회원의 접속 빈도의 차이나 반복 사용 정도 등 고객의 이용 행동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여 타겟 마케팅에 사용합니다'고 적혀 있다. 이렇게 되면 로그인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접속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해당 사이트는 '사안에 따라 해당 정보를 광고주 또는 협력사들과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공된 통계자료의 형태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는 문구도 덧붙이고 있었다. 쉽게 말해 컴퓨터 사용자의 움직임만 기억할 뿐 이름, 성별, 주소, 나이 등 개인정보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쿠키를 제공하고 싶지 않은 이용자를 위해 쿠키를 차단하는 방법도 알리고 있었다. 가령 크롬(Chrome)의 경우, 브라우저의 '옵션' 항목에서 고급설정 탭을 클릭하고 나타난 대화 상자에서 쿠키탭을 선택, 쿠키 차단을 선택하면 된다.

해당 사이트뿐 아니다.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배포하는 '개인정보처리방침 작성 예시'에 따라 비슷한 양식을 갖추고 있다.
 

'크롬' 내 설정 탭에서 쿠키를 삭제할 수 있다. ⓒ 크롬 화면 캡처

  
인터넷사이트가 컴퓨터 사용자의 쿠키를 분석하는 데 대해 우리 법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정보통신망법' 제27조 2 개인정보 취급방침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경우, 개인정보 취급방침을 정해 이용자가 언제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세부 항목에는 '인터넷 접속정보파일 등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장치의 설치·운영 및 그 거부에 관한 사항'을 알리라고도 나와 있다. 쿠키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요약하자면 우리 법은 인터넷 사이트가 컴퓨터 사용자의 쿠키를 분석할 때는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보다 그저 '공개'하면 된다고 적어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터넷 사이트로부터 쿠키 분석을 당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쿠키를 둘러싼 논란

이쯤 되면 쿠키 자체가 문제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쿠키는 장점도 있다. 우선 해당 사이트에 다시 들어갈 때, 속도가 빨라진다. 가령 A쇼핑몰에 처음 방문했을 때, 컴퓨터는 그곳의 이미지를 쿠키로 저장한다. 사용자가 다시 이 사이트를 찾으면 컴퓨터는 달라진 부분만 찾아 화면을 빠르게 띄울 수 있다.

컴퓨터 사용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ID나 패스워드의 '자동 완성' 기능도 쿠키의 몫이다.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의 주소를 들어가기 위해 몇 글자를 적기만 해도 전체 주소가 자동 입력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왼쪽 화살표 아이콘인 인터넷에서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기 영역도 쿠키가 관장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장되는 쿠키를 인터넷사이트가 자동으로 분석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환 정책실장은 "정부와 기업 모두 소비자가 사이트에 들어온 것만으로 쿠키 분석에 동의한 걸로 보고 있고, 기업은 쿠키를 '저장'하는 게 아니라 '분석'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키의 장점이 있는 만큼,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도 "맞춤형 광고를 하기 위해서라면 소비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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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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