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골 의절(義節)이 그대 가슴에 고동치는 '연곡사 국보 순례길'

검토 완료

김창승(skaeh800)등록 2019.10.14 14:46

ⓒ 김창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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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 내동리로 가면 유서깊은 연곡사((鷰谷寺)가 있다. 545년(백제성왕 22년) 연기조사가 창건했으며, 신라말부터 고려초에 이르기까지 선도량(禪道場)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절의 이름은 연기조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큰 연못에서 제비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법당을 세운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연곡사도 세월만큼은 아픈 사연이 있다.
세 번은 불이 타야 역사가 된다. 옛 사람들은 바람에 흘러갔어도 불타고 피 흘린 흔적은 피아골 핏빛 단풍이 되어 탑과 주변 기단석에 흥건히 남아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곳 스님들이 승병활동을 했던 보복으로 완전 전소가 되었다가 임란이후 소요태능스님이 중창불사를 하였다.

1907년 의병장 호남의병장 고광순(高光洵)이 당시 광양만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 정규군을 격퇴하기 위하여 의병을 일으켜 연곡사로 집결 항쟁하였으나 일본군에 의하여 고광순과 의병들은 모두 순절하였고, 절은 왜병들에 의하여 두 번 째 방화를 당하였다.

그 뒤 1942년에 다시 중건을 하였으나 6·25전쟁 때 피아골 전투로 세 번 째 다시 불타고 폐사가 된 뒤로 1965년에는 소규모의 대웅전이 요사채를 겸하여 세워졌고, 차례로 대적광전과 관음전, 일주문, 종각과 수각을 지어 오늘에 이른다.

이 절에는 국보 제53호인 동승탑(東僧塔), 국보 제54호인 북승탑(北僧塔), 보물 제151호인 삼층석탑과 보물 제152호인 현각선사탑비(玄覺禪師塔碑), 보물 제153호인 동승탑비 (東僧塔碑), 보물 제154호인 소요대사탑 (逍遙大師塔) 등 많은 문화재들이 있다.

고려 초기에 만든 도선국사(道詵國師)의 승탑으로 추정되는 동승탑은 일제강점기 때 동경대학으로 옮겨가기 위하여 수개월 동안 연구하였지만, 산길로는 운반이 불가능하였으므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한다. 또, 통일신라 말기에 세워진 삼층석탑은 현재 대웅전 남쪽의 길옆에 있는데, 옛날 이 탑이 위치한 곳까지 건물이 있었다고 보면 그때의 절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얼마전까지 동승탑, 북승탑과 소요대사탑 그리고 고광순 순절비, 현각선사탑비는 옛 영화만 간직한 채 곳곳에 묻혀 있어 연곡사를 방문해도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는한 한 눈에 둘러볼 수 없었다. 다행히 최근에 이르러 '연곡사 국보 순례길'이 조성되어 대적광전 우측 편으로 부터 시작해 동승탑비 > 동승탑 > 북승탑 > 소요대사탑 > 고광순 순절비 > 현각선사탑비 > 삼층석탑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길이는 600m 산길로 20여분 걸리는 짧지만 긴 역사의 국보탑 순례길이다.

특히나 다행인 것은 호남의병장 고광순 순절비가 소요대사탑과 현각선사비 사이 동백나무 아래에 조성된 점이다. 구례 사람들이 그의 사후에 나라를 되찾겠다던 의병장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장사를 지내고 검은 오석에 그의 행적을 모아 세긴 탑이다. 붉은 동백 숲에 순절비를 세운 까닭은 이른 봄날 통째로 떨어져내린 그 꽃을 가려 '구례의 의(義)'를 영원히 간직하려는 마음이 거기에 있다.

제비 날던 연곡사의 봄은 어느새 늦가을이다.
피아골 단풍 구경을 오셨든 일부러 찾아 오셨든 연곡사 동승탑 앞에 서 보시라. 돌에 새겨진 화엄의 세계를 보실 수 있으리라. 지붕골과 처마, 목조 지붕보다도 더 섬세한 세공은 지극히 자연스런 평화를 염원했던 모든 이의 마음의 합이다. 산길을 내려가다 소요대사탑에 이르러 보시라. 돌 몇 점이 어떻게 아름다운 조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지 알게 되시리라.

연곡사 가을이면 더 좋다.
아니 가을이여서 더없이 좋은 연곡사이다.
돌탑과 어울린 피아골 단풍이 왜 그렇게도 붉은지알 것도 같은 연곡사 국보 순례길이다. 길을 내려오며 도올의 '구례찬가'를 떠 올린다

구례동포(同胞)들이여
피아골 의절(義節)이 그대 가슴에 고동치지 아니하느뇨. 어찌 피내가 피직(稷)의 하찮음으로 뽑혀질 수 있나뇨

노고단(老姑壇)에서 천애(天涯)까지
땅끝까지 줄풍류의 찬송을 울려 퍼트리자
동편제의 기상(氣像)으로 통일(統一)과 평화의
새피아골을 만들자.

ㅡ지리산 연곡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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