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형 우리 열이.

관계는 관심의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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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영(cyyoun)등록 2019.11.03 17:19

 
일요일이라 마당에 있는데, 작은형이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교회에 가셨지."
성큼성큼 어머니가 거주하는 1층으로 들어간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작은형은 들어가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어머니의 연세는 곧 구순이 된다. 아버지를 먼저 보낸 지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급성치매 판정을 받은 지 10년이 훨씬 넘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건강하시고 치매도 호전이 되어 아직 콩나물 장사를 한다. 치매는 호전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머니는 장사를 할 정도로 정신이 맑아 치매 판정을 한 것이 의사의 오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가끔 들 정도다. 치매 판정을 받을 당시만 해도 어머니는 나를 다른 사람으로 알아볼 정도로 정신이 혼미하셨다. 혈압도 200이 넘었고, 당뇨수치도 엄청 높은 상황이었다. 그 당시 의사는 치매는 완치되지 않으며 약물 치료로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상인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오진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아직도 한 달에 한번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 온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사람은 어머니의 둘째 아들이자 나의 작은 형인 '우리 열이'이다. 친척은 모두 작은형을 '우리 열이'라 부른다. 어떤 사람도 작은형을 욕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말이 없고 모든 것을 행동으로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내고 그것을 해결해준다. 어머니에게는 더 하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작은형은 우리 집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아파트에 산다. 출근을 할 때면 매일 집으로 와 어머니를 살피고 간다.
 
흔히 우리말로 하면 정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정만으로 매일 어머니를 뵈러 집에 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집에 와서 어머니가 식사를 하고 있으면, 국을 입에 대고 후루룩 마시고 간다. 와서도
"엄마 나 왔다."
이 말 이외에는 거의 말이 없다. 어머니가 묻는 말에만 간단하게 대답한다. 다른 말로 하면 작은형은 어머니에게 관심이 많다. 그냥 왔다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머니의 건강을 살피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를 살핀다. 작은형은 한 마디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주말에는 어머니가 있으나 없으나 집에 와서 어머니가 계시는 곳을 간단하게 청소하거나 설거지를 하고 간다.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는 스킨과 로션까지 챙긴 아들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어머니는 밤에 혼자 있기 무섭다고 하였고 작은형은 거의 한 달이나 어머니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며 위로를 해주었다.

아들 삼형제 중에 작은형만 대학에 다니지 않고 일찌감치 현대자동차 생산직에 입사하여 돈을 벌었다. 부모로부터 혜택은 제일 적게 받았지만, 효도는 일등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일은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한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일을 묵묵하게 하고 있는 작은형이 무척 존경스럽다. 하지만 친척들은 모두 알고 있다. 작은형은 착하고 효도하는 아들임을.
물론 나도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매일 새벽마다 어머니와 콩나물 독을 차에 싣고 시장까지 실어준다. 하지만 작은형에 비하면 턱도 없는 것을 잘 안다. 치매 판정을 받고도 더 악화되지 않고 오히려 더 정신이 맑아지신 어머니의 약은 이런 아들의 관심이 많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이러한 일은 꼭 부모와 자식 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 관계에 있어 관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 그 길이 관계이다. 그 길은 관리하지 않으면 잡초가 자라서 결국 없어진다. 그 길을 관리하는 방법이 곧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관심은 곧 '관리하는 인간관계'의 다른 말이다.
 
그렇다. 서두에 작은형이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들어간 것은 간단한 청소를 하기 위해서다. "우리 열이, 작은형"이 내 형인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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