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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잊자" 4차혁명 앞서가는 독일... 우리는?

[극일의 해법, 독일에 있다 ⑤] '인더스트리 4.0' 현장 방문기

등록 2019.11.14 14:28수정 2019.11.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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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경제 전쟁이 붙었다. 일제 강제징용배상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도화선이다. 일본은 이에 대해 ‘화이트 리스트’, 특혜 배제라는 칼을 뽑았다. 한국 정부 역시 이에 맞대응하면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협약인 ‘지소미아’(GSOMIA) 종료로 이어졌다. 향후 한일정권 대결이 어디로 향할지 안개속이다. 한일 간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할 수 있는 중장기 방안은 부강하고 문명국가가 되는 길이다. 이를 위한 최고 전략은 독일을 넘어서(beyond Germany)는 것이다. 독일은 세계 최고 수출 강국, 최강의 히든챔피언,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나라일 뿐 아니라 청년 일자리가 남아돌고, 사회복지와 경제민주화, 전국 균형발전, 평화 통일에다가 유럽을 선도 국가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극일(克日)을 위해 독일을 분석하고 뛰어넘을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시리즈의 목적이다.[편집자말]
□ 시리즈 목차

1. 강한 독일경제의 비밀, 히든챔피언과 미텔슈탄트
2.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연방국가의 파워
3. 치열하게 경쟁하되 과실을 골고루 나누는 사회적 시장경제
4. 새 비전과 실적을 보이는 정치리더십
5.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는 독일 현장 방문기
6. '과거 역사의 제로'의 반성과 성찰의 힘
7. 나치에서 최고 좋은 이미지 국가로 만든 외교 역량
8. 철천지원수에서 최고 우방인 독일‧프랑스 관계

4차 산업혁명의 원조현장을 찾아가다

"디지털 혁명시대엔 데이터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핵심이다. 미국의 아마존과 구글, 중국의 알리바바 같은 기업에 우리 기업이 뒤처져서는 안 된다. 유럽에 기반을 둔 데이터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이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10월 29일 독일의 중부 산업도시인 도르트문트에서 개최된 '디지털 정상회담'에서 '나쁜 성장'을 경고하면서 한 말이다. 이날 독일에서 정치인, 기업인, 학계, 노조, 시민들이 대거 모였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에 기반해 자율자동차, 기계산업, 화학산업 등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대구 삼일철강의 서병진 회장, 광주의 사랑방‧무등일보의 조경선 대표, 스카이라이프 박태언 팀장 등 기업인 12명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선도하는 기업과 히든챔피언 및 글로벌 벤처기업 현장을 방문했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4차 산업혁명'의 어원이 지난 2011년 독일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이니, 4차 산업혁명의 원조 현장을 찾은 격이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선도하는 글로벌 최고 기업 지멘스, 기업 소프트웨어 최강자인 SAP, 그리고 유럽 최고의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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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지멘스 본사 건물 내부에 있는 상징조형물. ⓒ 김택환

 
전기발전기 회사에서 디지털 선도 기업으로

먼저 지멘스는 새 기술, 새 제품을 넘어서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제시하고 있었다. 물리 제품과 사이버 아키텍처(설계)가 하나가 되는 '트윈(twin)' 모델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센서,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등 다양한 신기술과 신제품이 동원된다. 이는 자동화를 넘어서 새로운 제품생산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시티,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에너지, 스마트 빌딩 등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미래를 개척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 지멘스 회장 비서실 특보인 마르틴 빔버스키 박사는 "우리는 내부 토론과 혁신을 통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면서 '친환경적이며 지속성장의 랜드마크'로 최근 신축한 본사 건물을 안내했다.


그는 3만개의 센서에 50% 에너지 절약과 전기 절감, 그리고 빗물을 활용하는 스마트 빌딩을 설명했다. 자신의 최고 기술로 최고의 건축물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부회장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또한 회사 경영철학을 반영해 건물 전체가 훤하게 볼 수 있는 개방적이고 열린 소통의 공간으로 설계된 것이다.

정해진 자리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유연성도 돋보였다. 과거 전기발전기, 케이블, 터빈 제조회사에서 '과거를 잊어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헬스케어, 에너지, 모빌리티, 디지털 제조업 선도회사로 과감하게 혁신한 것이다. 나아가 하드웨어 회사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복합 회사로 도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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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4차 산업혁명 그랜드플랜. ⓒ 프라운호퍼연구소

 
"미-중에 뒤지지 않게"... 유럽 독자 데이터 클라우드

하이델베르크 근처인 발도르프에 있는 기업소프트웨어 강자 SAP의 스비트라나 블라소바 홍보 매니저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인공지능과 뉴런신경망을 활용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가 개발한 SAP-HANA 소프트웨어 활용을 통해 독일 국가대표축구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했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페이크(가짜)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인간 윤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뮌헨에 본사를 두고 약 2만 7천 명이 근무하는 유럽의 최대 응용기술연구소인 프라운호퍼의 울리히 라이너 박사는 '프라운호퍼의 인더스트리 4.0 미래전략' 발표를 통해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중국 기업에 뒤지지 않게 독자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연합해 구축하려는 독자 데이터 클라우드인 '가이가(Gaia)-X'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는 메르켈 총리가 강조한 사항이기도 하다.

쾰른에 소재한 '모션 플라스틱' 생산 기업인 독일 대표 히든챔피언 '이구스(IGUS)'는 디지털 혁신과 첨단화를 통해 연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었다. 지난 하노버 전시회에서 120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3일마다 신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기술력과 혁신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 방문단을 안내한 마르크 펜스겐 매니저는 "우리 경쟁력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플랫폼과 이에 기반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구개발(R&D)에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과 접점을 강화하면서 축적된 데이터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모션 플라스틱 제품 생산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0조원을 넘었고, 전 세계 35개국에서 약 4150명이 근무하는 대표적인 히든챔피언 기업이다.

탐방 마지막 날 11월 2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근처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벤처 기업인 이노플렉서스(Innoplexus)의 건잔 바르다즈 회장의 발표를 들었다. 그는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구축과 더불어 구글을 뛰어넘는 건강의료제약 포털플랫폼을 건설하고 있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는 한국 제약기업들에게 "복제를 넘어서 신약개발에 올인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 일행이 유럽을 방문하고 있을 때 스위스 제약기업인 비오스(Bios)가 인간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병인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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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벤처기업인 이노플렉서스를 방문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김택환

 
이제 우리만의 '그랜드플랜' 세울 때

독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총리 메르켈을 중심으로 정치인, 산업계, 학계 및 연구계, 노조가 똘똘 뭉쳐 4차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산업인터넷 콘소시움', 중국의 '제조 2025', 일본의 '소사이어티 5.0' 등 주요 산업 강국들은 국가 그랜드플랜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랜드플랜이 없다는 건 아픈 점이다.

조경선 대표 등 많은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독일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면서 "대한민국도 그랜드플랜을 세워 글로벌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평가했다.

독일 뮌헨, 본에서.
#극일의 해법, 독일에 있다 #김택환 #독일 #히든챔피언 #4차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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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전 전략가, 4차 산업혁명 및 독일 전문가. 대한민국 미래(next Korea)는 독일을 뛰어넘어야(beyond German) 다시는 중국, 일본 등에 당하지 않고 부강한 나라로 도약하고, 평화통일, 신문명이 꽃피는 한반도를 꿈꾸는 작가이자 학자. 300회 이상 전국에 특강 강사로 유명. 최근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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