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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크리스천이고, 페미니스트" 도의원의 발언, 어떻게 나왔나

[원 밖의 여자들 - 스팟인터뷰] 강성의 제주도의회 의원

등록 2019.12.19 15:08수정 2019.12.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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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정치판이나 국회라는 '원' 안에서 벗어나, 치열하게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원 밖의 여자들'은 개성있는 여성 정치인이나 활동가 등을 조명합니다. 단순히 주류 정치판 밖에 있는 이들이 아니라, 새로운 목소리를 내며 그 '원'에 사소한 균열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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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의 제주도의회 의원(제주시 화북동·더불어민주당). 사진은 지난 18일 오후 제37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강 의원이 5분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제주도의회 제공

"성평등과 인권을 이야기하면 동성애를 조장하고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행동으로 폄하하고 모욕 줍니다. 인권을 이야기하는데 차별을 정당화하는 움직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여성 운동과 인권 운동으로 남성 혈통 중심 사회의 상징이던 호주제, 동성동본 금혼제가 폐지된 게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닙니다. 그때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치열하게 남녀차별 반대해왔고 인권을 위해 노력해왔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8일, 제주도의회에 울려 퍼진 일갈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화북동). 강 의원은 이날 열린 제379회 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자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6일 자신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양성평등 기본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둘러싼 논란을 적극 반박했다. 자신이 발의한 안은 '헌법과 법률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성평등기본법과도 어긋나지 않으며, 기존의 조례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강 의원은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반발로 여러 지방의회에서 인권 관련 조례안의 통과가 번번이 좌절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조례안에 '성평등' '젠더' '다문화' 등의 단어만 들어가면 가짜뉴스가 번지고, 거센 항의가 터져나와 통과가 무산된다는 것.

그는 이와 같은 상황을 "조례의 수난시대"라고 요약했다. 과언이 아니다. 실제 최근 대전에선 문화다양성 관련 조례안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고, 경남 학생인권조례안 제정과 부산 양성평등기본조례 개정 등도 무산됐다. 모두 보수기독교 세력의 압박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인권을 부인하거나 성평등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움직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저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함께할 때 가능합니다."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진 상황이었지만, 강 의원은 "저는 크리스천이며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덧붙이며 5분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의 단단한 호소는 혐오의 언어로 조례안 통과가 가로막힐 때, 정치인이 어떤 자세를 보여줘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9일, 5분 발언을 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강성의 의원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전화와 문자 폭탄 때문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연락을 잘 안 받고 있다는 강 의원은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외치지만 그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혐오와 차별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그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례개정안 내용은 평범... '성평등' 등 용어 걸고 넘어져"

-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모르는 전화를 잘 안 받고 있다. 문자 폭탄이 계속 오고 있고, 전화도 오고 있다."

- 조례개정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또, 화제가 된 '5분 발언'을 자처하게 된 배경은?
"개정조례안이 제주에 직접적으로 큰 변화를 가지고 올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이미 양성평등기본법에 함축돼 있는 것을 제주도의 조례로 포괄하는 것이다. 큰 변화는 아니다. 양성평등 교육센터를 도가 주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공공기관 성인지 교육, 성인지 예산 결산, 성별 통계, 성주류화 전략 등에 대한 사안을 담고 있다.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그동안도 (성평등 정책을) 잘해왔고, 성평등 정책관이라는 조직이 있어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제도적인 보완을 하는 거다. 성평등 관련한 정책을 누가 총괄하고, 실무를 누가 담당하는지, 그걸 디테일하게 정리한 거다. 사실 내용의 수준은 평범하다. (웃음) 그렇기 때문에 (반대 측의) 이런 반응이 당황스러울 수 있다.

발언에 나선 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의원님들과 도민들께도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례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굉장히 왜곡된 방식으로 유포되고 있는 부분을 도민들도 아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냈다. 

(*'제주특별자치도 양성평등 기본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 도지사의 책무, ▲ 양성평등정책 시행계획의 수립, ▲ 양성평등위원회 설치, ▲ 양성평등책임관의 지정, ▲ 양성평등 문화조성, ▲ 여성인재의 관리·육성, ▲ 양성평등교육센터 설치 등이다. -기 자주)

- 조례안과 관련한 반대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언급했는데.
"신청 발언에서 말한 것처럼, 여성운동이나 인권운동과 관련해 최근 3~4년간 이런 상황(조직적 반대)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저는 기존에 있는 양성평등기본법에 의거해서 제주도 양성평등 관련 조례를 보완하려고 한 것이다. 기존의 조례 내용이 부실해서, 전면 개정을 통해 양성평등기본법의 내용을 담고자 했다.

그런데 제 개정안에 포함돼 있는 '성평등 교육'이나 '성인지 교육', 분과 이름에 '젠더 폭력'과 같은 용어가 들어가는 것을 두고 계속해서 문제제기가 들어왔다. 제 조례개정안에 반대하는 분들에게 '이런 용어들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여성운동 진영에서 차용하고, 보편적인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계속 '성평등이라는 용어 안에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십 가지의 성을 모두 인정하자는 주장이 들어있다'고 반발하신다. '헌법, 양성평등기본법 등 우리나라 법 체계상 그렇지 않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건 과한 우려다'라고 얘기해도 안 믿는 거다.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강사들이 성교육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퀴어축제를 언급한다. 제 조례하고 그 부분은 상관이 없다고 말해도 소용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독교 교단협의회, 제주 성시화 운동, 대한예수교장로회 제주노회, 바른교육학부모연대 등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다. 문자 폭탄도 받고, '인권위 법의 문제점'이라는 유인물, 홍보물 자료 등을 주시기도 한다. '이 조례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탄원 서명도 받았다고 들었다."

- "몇년 전부터 이런 모습은 여성 운동, 인권 운동에서 반복돼왔고, 그 비난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제주도에서 특별히 이상 흐름이 있었나.
"제주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본다. 제주 같은 경우 최근에 양성평등, 성평등 교육 센터 공청회를 하고 있다. 거기서 그런 문제제기가 집단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의원들이) 교회를 다니는 경우도 있는데, 그 교회에 장로님이나 주변 분들이 찾아오셔서 면대면으로 말씀하시면 좀 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업무가 어렵다. 계속 만나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아침, 점심, 저녁 문자와 전화가 수시로 온다. 모르는 전화로 연락이 와서 받으면, 그 얘기를 하시고... 이런 상황이다. 저뿐만 아니라 제 조례개정안의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안전위 위원님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24일에 이 조례 개정안 관련해서 심의 의결해야 하는데 그때도 그럴 것 같다."

- 조례개정안 통과에 대한 우려가 클 듯하다.
"이 같은 조례가 좌초되는 사례가 왕왕 있다. 지방 조례의 경우 특히나 더 그렇다. (반대하는 이들도) 유권자이다 보니 낙선 운동과 연결시키서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압박을 받으면, 의원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 5분 발언에 대한 의회 내부의 반응은 어땠나.
"의원 분들은 (이 조례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처음 접하신 거다. 놀라거나 당황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교회에 다니거나 지역구 가지고 있는 분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압박이 들어와 난감해 하신다. 조례 내용을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는데, 이런 방식으로 압박을 해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 그냥 담담하게 가시는 분들도 있다."

"한국 사회, 혐오·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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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2017년부터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 앞으로 조례개정안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저는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사안뿐만 아니라, 제주도 관련 현안 중에 워낙 민감한 것들이 많다. 의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지 않나. 제 개정조례안이 내용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통과되지 않을까."

- 지방의회의 인권 관련 조례안이 번번이 좌초되고 있다. 최근 중앙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도 비슷한 반발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점점 이런 일들이 늘어날 텐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국정을 봐도 그렇고, 국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엔 인권위법 개정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이 하고 있는 여러 (인권) 정책과 관련해서도 반발하는 분들이 있다.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소수의 의견이다'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외치지만 그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혐오와 차별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그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강성의 의원은?
1968년생. 제주대 행정학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 석사. 제주 화북 출신으로, 여성긴급전화 1366 제주센터 초대 대표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제19대 국회 김상희 의원실 정책비서관으로 활동했으며, 제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제주도당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을 맡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부위원장, 제주여성인권연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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