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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문고 민원 때문에 교도소 간 대령을 아십니까

[민원 냈다가 수감된 육군 대령 ①] 권익위에 낸 고충민원으로 입건·기소-실형 선고받은 첫 사례

등록 2020.01.13 11:13수정 2020.01.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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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육군 대령 2019년 9월 군사법원에서 무고죄로 징역 1년 6월 형을 선고받고 국군교도소에 수감된 이상훈 육군 대령. ⓒ 이상훈 대령 가족 제공

 
이상훈 육군 대령(ROTC 26기)은 경기도 이천시 국군교도소에서 새해를 맞았다. 그는 지금 군복 대신 회색 수의를 입고 있다. 이 대령은 2019년 9월 26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항소심)에서 상관을 무고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대령은 경기도 김포 일대에서 한강 하구 경계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육군 제17사단 101연대장이었다. 토요일이었던 8월 27일 낮 12시 20분께 연대 예하 대대에서 병사 한 명이 한강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당일 오후 17사단은 '전역을 2주 앞둔 분대장이 잡초와 수목 제거 작업 중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후임병을 밖으로 밀어낸 뒤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고 발표했다. "전역 앞둔 육군병장, 부하 살리고 숨져" "동료 살리고 숨진 육군 병장" "물에 빠진 후임병 구하고 육군 병장 숨져" 등의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실종 4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임아무개 병장은 1계급 추서된 후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그런데 안장식 직후, 사건의 실체가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이 부대 내에서 제기됐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병사들을 중심으로 사건이 조작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 사고 원인을 놓고 사단 자체 조사에 이어 상급부대인 수도군단의 헌병·감찰 합동조사가 진행됐다.

조사결과 임 병장은 사계청소(사격진지 전면의 방해물 등을 제거하는 작업) 작전 중 후임병을 구하려다 숨진 것이 아니라, 되레 후임병이 휴식시간에 한강에 들어간 임 병장을 구하려다 손을 놓치는 바람에 숨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도군단은 사건이 미화돼 알려진 이유를 당시 연대장이었던 이 대령이 사단장에게 허위보고를 했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같은 해 11월 수도군단 징계위원회는 이 대령의 보직을 해임하고 감봉 2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단 정훈참모와 헌병대장은 감봉 1개월, 대대장은 견책 징계를 받았다.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과 간부들의 징계 소식은 이듬해 1월 언론을 통해 뒤늦게 공개됐고, 미담 조작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미담 조작사건 6년 후... 다시 떠오른 사건

그런데 사건 발생으로부터 6년 뒤인 2017년 7월 17일, 이 대령은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사건을 재조사해 달라는 요지의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 고충처리국 국방보훈민원과에 접수된 고충민원 신청서의 제목은 '사건조작 및 책임전가로 부당한 징계/보직해임'. 이 대령은 사건조작의 책임이 당시 사단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 오후 2시 15분 김아무개 사단장이 전화해 '살신성인, 의로운 죽음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했으며, 이 직후 사단 정훈참모가 구체적인 미담 시나리오를 작성해 연대장인 자신에게 확인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사단장은 또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여러 차례 압박을 가해서 이 대령이 허위자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미 징계를 감수했고, 6년이나 지난 사건을 왜 이 대령은 다시 들춘 것일까? 이 대령이 민원을 낼 시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대장급 인사가 단행되기 직전이었다. 과거 자신에게 익사 사건 조작 지시를 했던 사단장은 그동안 중장으로 진급해 합참의 요직을 맡고 있었고, 유력한 대장 진급 후보자 물망에 올랐다.

이 대령은 단순 익사 사건을 미담으로 조작하고 그 책임을 부하에게 뒤집어씌운 사람이 군의 수장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대장 진급이 유력시되던 김아무개 중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해달라는 고충민원을 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 대령 의사에 반해 국방부로 이송된 고충민원

그런데 이상훈 대령이 권익위 국방보훈민원과에 접수한 고충민원은 사흘 뒤 국방부로 이송된다. 이미 6년 전 군 내부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징계 항고도 하지 않았던 사건이라 이 대령은 이송을 통보한 권익위 조사관에게 사건을 국방부로 넘기지 말 것을 수차례 간곡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이 대령이 낸 고충민원은 그의 의사에 반해 국방부 감사관실과 조사본부를 거쳐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송됐고, 군 검찰은 이 사건을 진정사건으로 접수했다.

이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의 참고인 소환을 거부했다. 김 중장(사고 당시 사단장)에 대한 인사검증이 권익위에 낸 고충민원의 목적이었으므로 수사기관인 검찰단의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7월 24일 담당 군 검사와 수사관은 이 대령이 학군단장으로 있던 대학으로 와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7시간 30분 동안의 긴 조사를 마친 후, 군 검사가 잠깐 밖으로 나가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오더니 이 대령에게 '김 중장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는지'를 물어봤다. 이미 조서에 서명 날인까지 끝난 상태였다. 이상훈 대령은 '고충민원을 낸 목적이 인사검증에 있고, 누구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자 군 검사는 '그런 나쁜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계속 이 대령을 설득, 그렇지 않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미 7시간이 넘는 긴 조사를 받고 심신이 지쳐 있었던 이 대령은 "목적은 김 중장이 합참의장이나 육군참모총장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김 중장에 대한 고소나 고발은 추후 변호사와 상담해 결정하겠다"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직후 군 검사는 조서 뒷부분에 다음과 같이 덧붙여 이 대령의 서명을 받았다.
 
문: "진술인은 김OO 중장의 형사처벌을 원하는가요."
답: "네, 원합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김OO 중장이 합참의장 및 육군참모총장이 되지 않게끔 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따라서 고소나 고발은 차후에 변호사와 상담하여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같이 작성된 조서는 곧 이 대령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김 중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진정사건을 조사한 국방부 검찰단은 8월 3일 김 중장을 한 차례 조사한 후 이튿날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자 김 중장은 기다렸다는 듯 이 대령이 자신을 무고했다며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재판기록에 따르면 김 중장은 자신이 군 검찰 조사를 받기 이전부터 이 대령의 고충민원신청서 내용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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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익사 사고 보도한 KBS 2017년 8월 27일 17사단 병사 익사 사고를 보도한 KBS 뉴스 화면. ⓒ KBS 뉴스 화면 갈무리

 
진정사건 참고인에서 무고죄 피의자가 되다

김 중장이 고소장을 내면서 이 대령은 진정사건 참고인에서 무고죄 피의자 신분이 됐다. 진정사건을 조사했던 군 검사가 그대로 이 대령을 조사했다. 10여 일 만에 무혐의로 결론 내린 진정사건을 조사할 때와는 달리 이 대령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는 강도 높게 전방위로 진행됐다.

8월 17일, 군 검찰은 10여 명의 군 검사와 수사관을 동원해서 이 대령이 단장으로 있던 학군단 사무실, 이 대령의 숙소, 가족의 거주지와 차량, 입영훈련 중이던 이 대령의 육군학생군사학교 숙소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학군단 사무실의 천정까지 뜯어 들여다봤을 정도로 군 검찰의 압수수색은 철저했다. 이 대령의 부인과 고등학생 딸이 살고 있던 계룡대 숙소에 대한 수색은 새벽 1시까지 진행됐다.

군사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는 2017. 7. 17. 경 국민권익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민원서를 게시하였다, 이로써 피의자는 김OO 중장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하였다"고 적시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군사법원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즉 이 대령이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할 때부터 김 중장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군사법원은 또 이 대령이 권익위에 낸 고충민원신청서에서 '형사고발에 준한 사항' '허위진술을 강요한 범죄행위' 등의 표현을 한 것도 김 중장이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진정사건을 조사한 군 검사의 "진술인은 김OO 중장의 형사처벌을 원하는가요"란 질문에 "네, 원합니다"라고 답변한 이 대령의 진술조서도 역시 같은 목적으로 봤다.

하지만 이 대령은 이런 표현을 쓴 것이 실제 김 중장을 형사처벌해 달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이 대령은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접수하기 18일 전인 2017년 6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인권위는 이 민원을 해외출장 중이었던 조사관에게 배당했다. 자연스레 이 대령의 민원은 인권위에 접수만 됐을 뿐 보름이 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7월 17일에서야 인권위 관계자가 이 대령에게 '인권위는 1년 이상 경과한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면서 권익위에 다시 민원을 내라고 설명했다. 대장급 장성 인사가 목전에 임박한 상황에서 김 중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해달라고 인권위의 문을 두드렸던 이 대령으로선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대령은 '형사고발에 준한 사항, 범죄행위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절박함의 발로였다'고 설명한다. 사안의 시급함을 알리기 위해 고충민원신청서에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썼다는 것이 이 대령의 해명이다. 하지만 군 검찰은 이 대령에게 무고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2017년 9월 6일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을 폭로했다. 그러자 군 검찰은 이 대령에게 상관명예훼손 혐의까지 추가해 군사재판에 넘겼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1심)은 상관명예훼손 혐의는 무죄라고 봤지만,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판단해 이 대령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도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해 9월 26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대령은 법정 구속됐다.

이로써 이 대령은 국민신문고 시스템으로 제기한 고충민원 내용으로 입건, 기소,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최초의 고충민원 신청인이 됐다. 현재 이 대령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대법원이 군사법원과는 달리 올바른 판단을 해주리라 믿고 있다"라는 입장이다.

[민원으로 수감된 육군 대령]
② '국방부로 보내지 말라'는 대령 민원은 왜 국방부로?
③ '선임병의 의로운 죽음' 막전막후... 대령-사단장의 엇갈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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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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