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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도 안 나오는 유목민의 집을 찾아서

[몽골여행기] 순록과 함께 사는 차탕족 마을

등록 2020.02.08 19:51수정 2020.02.0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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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부터 20일까지 몽골에서 순록을 기르는 차탕족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기자말]
일행이 차강노르를 거쳐 차탕족이 산다는 마을까지 가는 도중에는 설원에 말도 보이지 않았다. 말은 영하 30도 추위에도 눈쌓인 초원에 서서 잠을 잔다고 들었는데 말이 보이지 않은 걸 보니 차탕족이 사는 곳이 춥긴 추운가 보다.  

관광객을 싣고 몽골 전국을 돌아다니는 푸르공 운전사 바인졸도 이곳에 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GPS를 따라 러시아 국경이 가까운 북쪽으로 나아가며 타이가 숲속을 살필 뿐이다.
  

차탕족 마을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차강노르 마을을 거쳐야 한다. 저 멀리 차강노르 마을이 보이고 차는 1m 이상 얼어붙은 차강노르 호수위를 달리고 있다. ⓒ 오문수

   

겨울 몽골의 타이가 숲 모습 ⓒ 오문수

 
그때다. 차량 바퀴 자국을 따라 천천히 푸르공을 운전하던 바인졸이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인졸이 방향을 튼 곳을 바라보니 쭉쭉 뻗은 타이가 숲속에서 한 줄기 연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아, 저기 사람이 살고 있는가 보다. 차가 숲속으로 들어가니 길가에 서 있는 나뭇가지들이 차량 측면을 긁는다. 100여 미터를 더 가니 원뿔 모양의 천막집과 순록들이 있는 차탕족 마을이 나왔다.

몽골 북부에 살고 있는 '차탕족'은 '순록을 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오로지 순록만 길러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1년에 5~10번 이동하는 진정한 유목민이다.

마을에는 사진으로만 보던 차탕족 집인 '오르츠(orts)' 몇 채가 보였다. 차탕족은 몽골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게르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에 북아메리카 원주민 거주지인 티피와 비슷한 '오르츠'를 선호한다.
    

너무 추워 잠을 못이루고 새벽에 밖에 나오니 차탕족 오르츠에 달이 걸렸다. 숲속에서 들려온 "오~"하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에 동네 개들이 기싸움을 하며 컹컹 짖어댔다. 오르츠 주인 설명에 의하면 "가끔 늑대와 개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는 데 1:5가 되면 늑대가 죽고, 1:1이 되면 개가 죽어요"라고 한다. ⓒ 오문수

      
차탕족 마을 주민이 오르츠 한 채를 통째로 빌려줘 들어가니 밑변 지름이 5m에 높이 4m쯤 된다. 오르츠는 전통적으로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지만 지금은 상점에서 캔버스 천을 사서 만든다.

밖에 캔버스 천을 두르고 안에는 동물털로 만든 펠트를 덧대어 냉기를 막았지만 영하 40도 가까운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 일행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밤새 잠을 안 자고 난로에 불을 피웠지만 물과 귤뿐만 아니라 수성인 약품도 얼어 버렸다.

가운데 난로가 놓여 있고 천막 주변을 따라 4개의 나무 침대가 놓여 있었다. 나무 침대라고 해서 한국인 기준의 침대를 연상하면 안 된다. 그보다 더 작다. 원뿔형으로 생긴 천막이라 시렁이 없기 때문에 침대 밑은 수납공간이 되어 온갖 살림살이가 들어 있었다.

차탕족은 러시아 연방의 투바 공화국에 거주하는 투바족의 일부이며 투바어와 몽골어를 모두 사용한다. 차탕족은 현재 400~500명으로 약 250명이 타이가 지대에서 산다.

면적 10만㎢의 몽골 북부 타이가 지대에 사는 그들은 진정한 유목민으로 순록이 좋아하는 특정 종의 풀과 이끼를 찾아 작은 '아일'(야영지)을 자주 옮겨다닌다. 샤머니즘은 차탕족에게 중요한 삶의 일부이다. 샤먼은 전통방식으로 병을 고치며 치유자 역할도 한다.

순록과 차탕족

순록 젖은 짜서 치즈를 만들고 뿔은 조각품을 만들거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순록은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며 매우 드물긴 하지만 고기를 먹기도 한다. 순록 수컷은 90㎏까지 짐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행이 차탕족 오르츠에 여장을 풀자 마을어른들과 어린이들이 순록뿔을 조각한 장식품을 들고 찾아왔다. 약간 비싼 것 같았지만 기꺼이 샀다. ⓒ 신익재

 
일행이 도착해 '오르츠'에 여장을 풀자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이 순록뿔로 만든 조각품을 팔기 위해서 우리를 찾아왔다. 그들이 부르는 값이 약간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샀다.

차탕족들은 순록의 털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고 뿔은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차탕족은 자연환경에 대한 놀랄만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 아플 때는 샤먼에게 의지하며 주변의 동식물을 이용한다.

공산체제와 강제집산화 이전에는 차탕족 가구마다 충분한 순록을 보유하며 완전한 자급자족 생활을 했었다. 그 당시 가을에는 딸기류, 잣, 야생감자를 채취했고 추가적인 생계수단으로 낚시와 사냥을 했다.

차탕족과 순록이 줄어들고 있다

순록을 기르며 순박한 생활을 하던 차탕족과 순록이 줄어들고 있다. 여행사들은 타이가 여행상품을 팔면서 돈을 벌었지만 차탕족은 한 푼도 벌지 못했다. 분별없는 관광객들은 차탕족과 대화하는 대신에 사진 찍기에만 급급하며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

사라져가는 차탕족을 위해 몽골 정부가 나섰다. 2012년 차탕족 마을을 방문한 몽골 대통령은 차탕족 노인과 어린 자녀가 많은 가족에게 정부가 급료를 지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멀리 한국에서 온 손님의 난방을 위해 장작을 나르는 차탕족 어린이들 ⓒ 오문수

 
일행은 운이 좋은 셈이다. 아침에 일어나 천막을 걷고 밖에 나서니 마을 주민들이 순록 등에 짐을 싣고 있었다. 오르츠 주인에게 물으니 오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단다.

그런데 오르츠 옆에 묶어둔 순록 한 마리 모습이 이상하다. 한쪽 뿔이 없고 몸에는 노란 하닥을 둘렀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어제 그 순록이 다쳐서 오늘 잡을 예정이란다. 하닥은 몽골이나 티베트 사람들이 상서로움과 극진한 정성을 표시할 때 신에게 바치거나 상대방에게 선사하는 가늘고 긴 비단 천을 말한다.
 

차강노르 북쪽에 사는 몽골 차탕족 마을은 강력한 샤머니즘의 중심지 중 한 곳이다. 마을로 가던 중간의 신목(神木)에는 무당들이 신에게 마을과 주민의 무사안녕을 빌었던 장소에 하닥이 걸려있었다. 하닥은 신성한 장소나 나무 등 신앙대상물을 장식하는 데 사용하는 가늘고 긴 비단천을 말한다. ⓒ 오문수

   

차탕족은 몽골 샤머니즘의 강력한 중심지다. 관광객에게 보이기 위해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샤머니즘이 이곳에 살아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인지 다른 마을로 내려갔다고 해서 만날 수 없었다. 울란바트르로 돌아오는 길가에 차탕족 샤먼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어 촬영했다. ⓒ 오문수

 
차탕족은 가족처럼 여기던 순록을 죽이기 전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고 있었다. 집주인이 말을 타고 다른 곳을 향해 이동을 시작하자 순록 40여 마리가 줄지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열악한 가운데서도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는 그들의 안녕을 빌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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