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도 돌봄교실은 끄떡없다?

재난 상황에서 안전 대착강화하고 돌봄전담사들에게 합당한 보상 뒤따라야

등록 2020.02.14 17:15수정 2020.02.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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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돌봄교실 모습 돌봄전담사가 방과후 아이들과 돌봄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신종 코로나'에도 돌봄교실은 끄떡없다. 일반교실은 문을 닫아도 돌봄교실은 아이들로 가득 찬다. 다른 곳보다 월등한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도, 보건교사 등 전문보건인력이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비정규직 돌봄전담사들만이 아이들을 책임질 뿐이지만, 어떤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돌봄교실은 계속 열린다.

휴업해도 돌봄교실은 아이들 더 받아라, 안전대책은 글쎄?

신종 코로나로 시도교육청들은 학교 휴업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교육청은 초등돌봄교실은 "학부모 수요 등을 바탕으로 운영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게다가 초등돌봄교실 신청 학생이 아니라도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 돌봄교실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더 많은 학생들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휴업조치가 내려지는 일반교실과 달리 돌봄교실은 특별한 안전조치라도 취해지는가 싶지만 특별할 건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린 안전관리 대책은 △학생들의 발열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보고 △예방교육실시 △외부인 출입 차단 △시설 위생관리 철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및 기침예절 생활화 정도다.

그럼에도 왜 유독 돌봄교실만 휴업, 휴교 등 안전조치에서 배제되는 것일까? 과연 언제까지 돌봄교실은 무사할 수 있을까? 돌봄교실을 책임지는 교육공무직 돌봄전담사들은 차별과 자괴감을 호소한다.

서울의 초등돌봄전담사 김미숙씨는 "단 하루 방학도 없이 새학년을 준비해가며 저출산 대책의 최전방에 서 있는데, 각종 국가재난상황에서는 이렇다 할 안전조치도 없이 돌봄전담사 혼자서 알아서 막아내라는 무책임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발열 점검에서부터 예방교육, 위생관리 등 의료조치까지 돌봄전담사들에게 전적으로 떠넘길 뿐, 교육청이나 학교 차원에서 함께 대비하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선 바이러스 안전교육 지침만 내릴 뿐 교육 자료와 내용은 의료 전문가도 아닌 돌봄전담사 스스로 조사해 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선 일반교실에 주는 손소독제를 돌봄교실엔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돌봄전담사 김미숙씨는 "학부모님들은 아마도 학교에서 무슨 안전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돌봄교실을 운영할 것이라 믿고 보낼 텐데, 사실을 알면 분노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지난 2월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유치원의 경우지만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수 없다"면서 "우한폐렴으로 인한 휴원, 휴교 시 맞벌이 가정의 보호자 1인에게 휴가를 보장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교육복지 이면의 무시와 차별
  

코로나19관련 서울시교육청의 돌봄교실 운영 지침 교육청들이 학교 휴업과 휴교를 검토하는 가운데 지난 2월 3일 서울시교육청은 휴업을 해도 돌봄교실은 운영하라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하달했다.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재난상황에서도 아이돌봄 수요가 있고, 전체 학생이 돌봄교실 대상이 아니라서 연다지만, 그렇다면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그 책임까지 부가된 돌봄전담사들에겐 합당한 보상이라도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돌봄교실과 돌봄전담사들이 아이들을 책임지라는 방침은 어쩌면 돌봄교실과 돌봄전담사들을 대하는 교육당국의 무시를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못해 운영하는 돌봄교실이니 특별한 안전조치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아니면 교육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비정규직 돌봄전담사들이니 재난으로부터 홀로 아이들을 책임지고, 평소 업무에 더해 안전대책까지 일은 더 늘어나더라도 어떤 보상도 없이 책임감만 요구하는 것인가?

이렇듯 돌봄교실의 풍경은 노동자들의 씁쓸한 처지를 보여준다. 돌봄교실은 저소득가정이나 한부모,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우선으로 받는다. 결국 재난 상황에서도 처지가 불안한 가정의 아이들은 세심한 대책도 없이 수십 명이 한 돌봄교실에 수용되고, 비정규직 돌봄전담사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위험을 책임져야 한다.

이런 문제는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해결 의지가 없다. 그나마 지난 13일에서야 국회에서 대책 법안이 발의됐다. 박경미 국회의원(교육위원회)은 감염병 유행을 이유로 휴교 등이 실시되면 노동자에게 '감염병 돌봄휴가'를 유급으로 허용하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부족하다. 설령 법이 있어도 온전히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노동자의 현실은 또 다시 돌봄교실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돌봄휴가제와 함께 다각적 대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전적으로 나서서 안전을 강화한 학교와 지역센터 돌봄 방안까지 넓게 마련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최소한이라도 돌봄교실을 열어야 한다면 강화된 안전대책 지원은 물론이고, 재난 속에서도 돌봄교실을 책임지는 돌봄전담사들에겐 합당한 보상을 통한 격려가 필요하다. 홀대하고 무시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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