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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한양 진격했다면?

[김삼웅의 ‘동학혁명과 김개남장군‘ / 덧붙이는 말] 100년이 넘도록 묻히고 덮히고 잊히고 그래서 잃어버렸던 영웅 김개남 장군

등록 2020.02.27 18:01수정 2020.02.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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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남 장군 ⓒ 박도

 
부유한 농가에서 태어났으면서도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이웃의 고통과 부당한 관권의 수탈에 맞서 세상의 광정에 나섰던 김개남 장군.

'백성'이라고 하기에는 근대의식이 깨어있고 '민중'이라기에는 전근대의식에 젖어있던 그래서 '군집(群集)'이라 불러야 할 수십 만 무리를 이끌고 봉기한 동학농민혁명의 중심 인물.
  

호송되는 전봉준의 모습(좌측에서 세 번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전봉준과 함께 오랜 세월 길고도 질긴 압제의 전통을 깨부수고자 분연히 일어선 비범(非凡)한 범인(凡人), 동양 3국에 태풍의 눈이 된 조선의 당당한 텃새와 같은 인물. 어느 시인의 싯구를 빌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들."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다가 거기에 깔리고 그 핏자국으로 새로운 길을 낸 선각자.

소용돌이 치는 역사의 아픔을 자신의 상처로 보듬으면서 비참하게 죽어간 젊은 혁명가, 나라가 위급한 상태임을 보고 기꺼히 목숨을 건 의로움과 용기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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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혁명 전봉준과 동학농민운동군. ⓒ 홈페이지 동학농민혁명

 
지배자들이 동비(東匪)ㆍ토비(土匪)ㆍ비적ㆍ역도ㆍ반란수괴ㆍ반역자라 부르고, 자신들은 동도(東徒) 또는 의병이라 부른 무리의 수장, 몇 세기를 앞서가다가 목이 베인 허균이 가름한 항민(恒民)ㆍ원민(怨民)ㆍ호민(豪民)을 차례로 일깨우고 실천한 텃세 호걸.

인간평등ㆍ인존사상ㆍ후천개벽에 뜻을 모으고, 유ㆍ불ㆍ선 삼교합일과 전통적인, 그리고 미래의 가치를 담은 민족종교에 혼이 닿는 동학의 접주, 다산 정약용의 『경세유표』와 「남절양(男絶陽)」을 읽고 구세의 길에 나선 경세가, 거침없이 암소의 배를 갈라 송아지를 꺼내먹는 탐관들의 횡포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진짜배기 농꾼, 동학교도와 농민들과 더불어 '광제창생'의 깃발을 든 저항인.
  

혁명 사진 동학농민혁명 기록 ⓒ 허영진

 
탐학 관리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제폭구민'의 횃불을 든 민중혁명가, 사발통문 통해 거의(擧義) 알리고 동지들을 모은 전략가, 첫 기포 때에 '4대강령'을 선포하고 관아의 창고문 열어 농민들에게 곡식 나눠준 구세주, 호남 곳곳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계급장 없는 장군, 끝까지 '척왜'의 깃발을 든 순결한 민족주의자. 한양으로 직진하여 무능한 왕조와 썩은 무리 척결하자던 '무장한 개혁주의자'.

53개 군현에 집강소 설치한 농민자치의 코뮨지도자, 일본군 무라타소총과 기관총에 화승총과 죽창으로 맞선 다윗, 시산혈해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불사조, 믿었던 옛 친구 가롯 유다에게 배신당한 조선의 예수. 그럼에도 100년이 넘도록 묻히고 덮히고 잊히고 그래서 잃어버렸던 영웅 김개남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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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고종31)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군과 조선-일본 연합군이 공주 우금치에서 벌인 전투 기록화. ⓒ 한국문화재재단 월간 문화재 갈무리

 
그때 김개남ㆍ전봉준 부대의 남접군 10만 명과 손병희 북접군 10만 명이 좀더 빨리 하나가 되어 곧장 한양으로 진격했다면?

 역사는 어차피 이긴 사람들의 편
 그러나 진쪽의 수효는
 항상 더 많았지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고
 나는 요즘서야 생각한다.

        - 「늦깍이」일부, 김광규.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동학혁명과 김개남장군‘]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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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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