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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생활자, 습관을 말하다

[책이 나왔습니다] '습관의 말들'을 펴내며

등록 2020.02.25 17:45수정 2020.02.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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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내가 사는 대구는 패닉 상태다. 이 흉흉한 시국에 고작 "책이 나왔습니다" 하고 전하려니 마음이 몹시 착잡하다. 

2019년 봄에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소위 말하는 '백수'가 되었다. 뒤늦게 출판 편집일을 시작한 탓에, 나이에 비해서는 짧은 10년의 편집자 경력을 잠시 멈추고 한숨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고향 대구로 돌아왔다.

'어쩌다 1인출판'이라는 출판모임에서 만난 이들에게 퇴사하고 쉰다는 소식이 전해져 알음알음 편집 일이 들어오길래 이참에 외주편집자로 일해 볼까 궁리했다. 그러던 차에 대구에 출장을 오신 유유출판사 조성웅 대표와 밥이나 먹자고 만났다. 그렇게 만난 자리에서 '습관의 말들' 기획을 꺼내놓으며 글을 써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습관'이라는 주제도, 글을 써보라는 제안도 뜻밖이었다. 내 성격으로는 당연히 (부담감에) '에구, 글은 무슨' 하고 손사래 치고 말 일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그의 마성에 홀려 고개를 끄덕였던 건 글감을 너무나 명확하게 콕 집어서 제안했기 때문이다. 기획의 성격이 명확해 도전이나 해볼까 하는 용기가 생겼던 것. 편집자로서는 또 한 번 배웠다. '아, 일은 역시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그래도 여전히 소심한 마음에 일단 샘플 원고를 써보고 그때도 괜찮으면 계약을 하자고 미뤘다. 한 달 정도 말미를 얻어 세 꼭지를 썼고 그것이 계약으로, 출간으로 이어졌다.

지나고 하는 말이지만, 샘플 원고 세 꼭지를 쓰고 '아, 이제 더 쓸 게 없을 거 같은데' 이러고, 한 열 꼭지 쓰고 나서 '아, 이젠 정말 더 쓸 게 없을 거 같은데' 또 이러고, 한 서른 꼭지 쓰고 나서 '진짜 진짜. 이제 정말 더 쓸 게 없어' 이러면서 시간이 흘렀다. 사실 그 뒤로는 일정이 너무 코앞으로 닥쳐와 발등에서 불이 활활 타는 통에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봄에 계약해서 초고가 나온 겨울까지 거의 일 년을 가슴에 돌을 얹고 살았다. 주위 사람에게 '바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 것은 내가 일 년 내내 가슴에 돌을 얹고 있거나 발등에 불이 활활 타거나 하는 둘 중 하나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놀아도 맘 편히 놀 수 없었다는 말이다(안 놀진 않았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소소한 반복, 단단한 일상
 

원고 탈고한 날 기념으로 원고 탈고한 순간의 책상을 찍었다. ⓒ 김은경

 
책에도 밝혔는데 나의 작업 공간은 거실이다. 거실에 책상을 마련해놓고 거실에서 일하고 거실에서 밥 먹고 어느 땐 거실에서 잠도 잤더니 하루는 엄마가 "하이고, 우리 딸내미는 거실생활자네"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거실생활자이자 외주편집자 '김편집'이 됐는데, 프리랜스 외주편집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습관이다. 규칙적인 습관, 좋은 습관이 쌓여야 페이스를 잃지 않는 훌륭한(?) 프리랜서로 거듭날 수 있다. 자칫 생활 리듬이 엉망이 되는 순간 급격히 허물어질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그래서 자잘한 규칙을 세우기 시작했는데 되돌아보니 그런 것들이 모두 '습관의 힘'이라고 할 만한 결과와 관계됐다.  

<습관의 말들>은 '습관'이 주제인 인용문과 그에 이어지는 짧은 단상이 한 쌍으로 짝지어 있는데, 모두 100여 개의 꼭지로 채워져 있다. 글도 글이지만 인용문 자료 수집에 엄청 애를 먹었다. 디자이너인 후배 안아무개씨와 헌책방 책방지기 조아무개씨의 자료조사 도움을 받고 동네 도서관을 적극 활용해 겨우 가능했다.

아, 무엇보다 출판사 대표님이 수시로 "참고하면 좋으실 듯하여…" 하며 자료가 될 만한 다큐멘터리와 책을 슬쩍슬쩍 던져주는 고급 저자 관리 기술을 시전해서 글 쓰는 입장에서는 많은 도움을 받았고 편집자로서는 또 한 번 크게 배웠다. '아, 일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어쨌거나 이런 과정을 거쳐 책은 무사히 나왔는데 출판사가 (혹은 내가) 무사할지는 걱정이다. 게다가 이런 시국에...

요즘은 어지간히 화제가 될 주제이거나, 활발한 SNS 활동이나 강의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상 무명인 사람의 글을 출간하는 출판사가 흔치 않다. 그런데 거실을 맴도는 무명 외주편집자의 책이라니. 절로 한숨이 푹푹 나온다. "치명적인 매력 삽니다" 하는 마음이 절로 솟는다. 지금 제일 큰 바람은 애정하는 출판사가 최소한 손해는 입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알려야겠는데… 하는 마음만 굴뚝이던 차에 한 건의 기사가 생각났다. 
 
"그래도 그렇지, 내 책을 내가 어떻게 알리냐고? 알려야 한다. 글을 쓰든 강연을 하든 인터뷰를 하든 한 번이라도 더 독자들과 만나야 한다. 무너지는 자존감을 눈 뜨고 견디기보다 이게 낫다. 기사를 쓴 기자는 기사를 알려야 하고, 책을 낸 사람은 책을 알려야 한다. 작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려지는 책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아니 그런 책이 있나? 무덤 속에 있는 게 아니라면 책을 내고 알리지 않는 작가가 어딨나." - 최은경 오마이뉴스 기자 (관련기사: "책을 냈는데 기사로 알리려면 돈을 내야 하나요?")

그래서 용기를 얻었다. "무덤 속에 있는 게 아니라면 책을 내고 알리지 않는 작가가 어딨나" 하는 일갈에 정신이 번쩍 든 거실생활자가 거실에서 알린다. "저… 이런 책이 나왔습니다(불그레)."
 

습관의 말들(유유, 2020) 저자 증정본 받은 날 기념 ⓒ 김은경

 

습관의 말들 -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소소한 반복을 위하여

김은경 (지은이),
유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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