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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0장씩 취소표... 우리 생존이 달린 문제"

[인터뷰-코로나19 이후 공연계]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변숙희 수키컴퍼니 대표

등록 2020.02.25 20:50수정 2020.02.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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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과 수키컴퍼니 변숙희 대표 ⓒ 종로문화재단, 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감염 우려로 모임과 행사를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공연계는 급감하는 예매율과 급증하는 취소 대란으로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에 예매 수가 전달 대비 약 60만 건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공연계는 현재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 어떻게 해야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그 답을 듣기 위해 지난 21일 서울예술단 유희성 이사장과 수키컴퍼니 변숙희 대표를 만났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 기로에 선 공연들        
  
- 코로나19로 예정된 일정이 전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공연계 피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은 어떤지요?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 : "저희는 3월 25일부터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의 막이 오르는데 이미 티켓 판매를 시작했고, 일부 티켓이 판매됐기 때문에 무작정 취소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올 5월에는 <신과 함께_저승편>과 <신과 함께_이승편>, 두 작품을 대만의 국립극장에서 선보이기로 되어 있거든요. 아직까지는 취소에 대해 논의된 바 없기 때문에 공연 준비를 예정대로 하고 있습니다만, 최악의 경우에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죠. 그래서 플랜A부터 플랜C까지 다양한 대처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변숙희 수키컴퍼니 대표 : "서울 종로구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티켓 판매율이 급감하기 시작했어요. (3천석 규모 공연장에서) 하루에만 500장 정도의 취소표가 생겨나고 있어요. 공연 종료까지 일주일을 앞둔 지금도 예정대로 마쳐야 할지, 취소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편집자주: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며 대극장은 총 3022석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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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 곽우신

 
-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관객들, 참여하는 배우 및 스태프의 입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고심이 클 것 같습니다.
변 대표 :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4년 동안 힘들게 만들어서 인정받은 작품이니 쉽게 접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만큼 끝까지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거고요. 돈 벌려고 무리하게 공연을 지속하는 게 아니냐는 항간의 오해도 풀고 싶어요. 이런 수치라면 공연을 할수록 제작사의 손실이 커지는 구조거든요.

공연을 하느냐 마느냐를 엑셀 두드려가면서 숫자로만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관객 한 분이 오신다고 해도 저희는 공연을 올려야 할 의무가 있는 거잖아요. 이번 작품을 위해 함께 고생하고 있는 160명의 생존이 달린 문제기도 하고요. 공연을 취소하게 되면, 그분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작사의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요. 공연이 갖는 사회적인 역할과 도의적인 측면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대형기획사들은 이번이 지나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테죠. 그렇지만 저 같은 소규모 제작사는 이번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과연 다음이 있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어요. 실제로 코로나19 이후로 그 많던 지방 초청 공연 논의도 중단된 상황이고요. 주변 동료들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비롯해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 파산하고 폐업하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에 결코 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고만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거죠."

유 이사장 : "대형기획사는 여러 경우의 수를 다 겪어보면서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지만, 신생 제작사들은 이런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죠. 물론 대표의 입장에서는 사회적인 가치나 도덕적 관념까지 고려하면서 어떻게든 꾸려가려고 하시지만, 그 모든 난관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건 정말 가혹한 일이거든요.

다음을 위해서라도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비록 지금은 후퇴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도약의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세 기획사 위한 지원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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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아트센터 인천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공연장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이 급감하는 와중에도 제작사가 떠안고 있는 부담은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현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변 대표 : "2015년도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메르스로 인한 피해를 돕기 위한 문화예술계 지원책으로 관객이 공연 티켓을 구입할 경우에 티켓 한 장을 더 제공하는 '공연 티켓 1+1'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는데요. 그 당시에도 현장에서 피해 보고 있는 이들에게 즉각적인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거든요. 그때 비하면, 이번에는 확실히 빠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요.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온라인 상담 창구가 생겨서 현 상황에서 제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해주셨고요.

다만 쉽게 지원이나 대출을 받기는 어렵더라고요.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많고, 그 절차도 엄청 복잡하고요. 그러다 보니 저희보다 더 영세한 상황에 있는 기획사라면 아마도 중도에 포기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유 이사장 : "물론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으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그 변수에 대한 보상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고 봐요. 제가 관공단체에서만 주로 일을 하다가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을 하면서 민간단체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을 기회가 많았거든요. 다들 좋은 의미를 갖고 시작했지만, 열악한 여건 속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문화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환경이 재정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그래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이런 문제점들을 전하면서 개선될 수 있도록 애썼어요. 공연장 안전관리 부분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죠."

- 향후에도 이런 상황이 없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 근본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유 이사장 : "제작사 입장에서도 일확천금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음 공연 제작에 투자가 가능할 만큼의 이익금은 나와야만 공연계의 건강한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스나 메르스 같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공연계는 늘 직격탄을 맞아왔는데 타 산업군에 비해 크게 부각이 안 되어 있었다고 봐요. 그러다 보니 제작사가 항상 모든 책임을 오롯이 다 떠안아야 했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도 있었고요. 그만큼 제작사의 어려움에 맞게 배려하고, 함께 보듬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지원제도를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고요. 또 처음부터 모든 정책이 다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실질적인 지원제도가 잘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현 공연계가 처한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서 많은 사람들의 귀를 열고,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요."

변 대표 :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의 규모까지 축소돼 버리면서 생각지도 못한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에요. 사실 비즈니스적인 부분만 따져서 문을 닫기 시작하면, 사회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환경에서도 공연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할 것이고요. 코로나로 인한 피해 복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합니다."
 
유희성-변숙희
유희성 이사장은 광주시립극단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1998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고종 역으로 제4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 배우의 경계를 넘어 연출가로서 활약하면서 2003년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제9회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에는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원장,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문화예술계의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가로 인정받아왔다.

변숙희 대표는 15년간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을 오가며 프로듀서와 제작감독으로 활약한 경력을 토대로 2015년 '수키컴퍼니'를 설립했다. 지난해 초연으로 선보인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호평을 얻으면서 올해부터는 모든 예술인들이 선망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근현대사를 다룬 창작 뮤지컬로서 유명 라이선스 공연과의 경쟁에서도 상위권을 사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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