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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입에 물고 배달... 확진자 아파트서 주문이 와도"

코로나19로 불안 속에 더 바빠진 배달 노동자들의 목소리

등록 2020.02.28 08:04수정 2020.02.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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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달리는 배달 라이더들. 코로나19 사태로 위험하지만 쉴 틈이 없다. ⓒ 권우성

 
"요즘은 김밥으로 때우면서 배달 다녀요. 불안하지만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네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SK 등 대기업들이 재택 근무제를 하고 있지만, 선택의 여지 없이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대표적인 직군이 배달업 노동자들이다. 최근에는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의 주문 수요가 늘면서, 이들 노동자들의 발은 더 분주해지고 있다.

NICE디앤알의 모바일앱 분석 서비스 앱마인더 분석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앱인 '배달의민족' 주문량은 코로나 발생 전후와 비교해 대폭 늘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 273만 건(1월 셋째 주)이던 주문 건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314만 건(2월 첫째 주)으로 증가했다. 2월 셋째 주 역시 291만 건으로 사태 전보다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지금은 더욱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늘어나는 배달 주문

<오마이뉴스>는 배달노동자들의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부산과 경남 지역 배달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남 창원 지역에서 배달 업무를 하는 한아무개(45)씨는 "최근 배달 건수가 많이 늘어서, 근무 중에 휴식은커녕 밥도 여유 있게 먹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에서 배달업무를 하는 변아무개(39)씨 역시 "최근 들어 콜(배달 주문)이 늘긴 늘었다"며 "주문자들도 음식을 문 앞에 놓고 가라고 하는 등 직접 접촉을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음식점과 배달지역을 오가면서 계속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이들도 "언제 코로나에 감염될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당장 생계가 급하기 때문"에 일을 쉴 수 없는 고충도 토로했다. 그러면서 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최근 경남 지역에도 환자들이 나오고 있는데, 우려스러운 지역에서 주문이 오더라도 배달을 가야 한다"면서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만이라도 우려 지역에서의 배달 주문은 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변씨는 "만약 배달을 하다가 감염이 되면 산업재해 등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일도 쉬어야 하는데, 그러면 당장 생계도 막막해지기 때문에 항상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배달 이용자들이 카드로 선 결제하고 배달 음식은 문 앞에 놓아두는 형태의 '비대면 배달'이 현 상황에선 최선의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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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하고 손씻기 자주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사진은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배달료 보장,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문 앞에 두고 가라는 사람 많아져"

- 코로나 사태 이후 배달 주문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어떤가?
한씨(경남 창원) : "큰 변화가 있다. 평소 소화하는 주문량은 하루 평균 40건 정도였는데, 지금은 70건 이상이다. 그러다보니 식사나 휴식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 기존에는 40~60분 정도 휴식 시간이 보장됐고, 밥도 식당에 가서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휴식시간은 사라졌고, 식사시간도 10분 내외로 줄었다. 김밥을 입에 물고 배달을 다닌다."
변씨(부산) : "정오부터 저녁 8시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10~11건의 배달을 처리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16~17건을 받고 있고, 많으면 20건까지 소화하고 있다."
 
- 코로나 사태 이후 업무에서 변화가 있다면?

한 : "체감 주문량이 많이 늘어서, 일단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된다. 배달을 다닐 때도, 문을 열고 음식을 받기보다는 손만 내밀어서 받거나 문앞에 두고가란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전에는 10건에 1건 있을까 말까했는데, 이제는 10건 중 5건 정도는 그렇게 한다."
변 : "배달하는 분들도 확진자가 근처에 있고 하면 배달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 배달 가맹점들도 예전에는 출입문을 열고 음식을 가져갔는데, 이제는 창문을 통해서 음식을 주고 받는다. 서로 위험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는 거다. 홀 손님을 안 받고 배달만 한다고 써붙인 곳도 있다."

- 배달이라는 직종도 사실 코로나 국면에서 가장 취약하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사실 쉬는 게 바람직한데, 생각해본 적 있나?
한 : "사실 쉬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계 때문에 중단할 수는 없다."
변 : "배달일을 주업으로 하다보니 그만두면 생계가 곤란해진다.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감내할 부분이다."
 
- 스스로 예방 대책을 하는 게 있다면?

한 : "매일 2회 이상 마스크를 교체하고 있다. 하루 1회 정도 출퇴근할 때 한 번씩 배달 집기를 소독하고 방역한다. 배달을 하면서 마주하는 고객은 잠재적 확진자라 생각하고 조심한다."
변 : "마스크는 항상 착용하고 다니고, 2시간에 한 번씩은 손을 씻는다."

- 배달 노동자 입장에서 요구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한 : "경남 창원의 한 병원 수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그분 직장은 폐쇄가 됐는데 정작 아파트는 폐쇄되지 않았고, 거기에서 배달 주문이 오면 가야 한다. 그런 경우 배달 노동자 입장에선 매우 불안하다. 배달업체에서 선제적으로 확진자가 있는 지역에 한해 배달을 자제하거나, 특별한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

변 : "일단 선결제하고, 음식은 문 앞에 놓고 가게 하는 비대면 배달이 활성화돼야 한다. 감염이 되면 당장 생계가 걸림돌이 된다.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산업재해 등 제도적 지원이 이뤄질지 모르겠다. 격리가 된다면 일을 못하게 되는데, 생계비를 조달할 길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걱정이 많다. 배달의민족이 부산지역 노동자들에게 마스크 10매, 소독제 2개를 지급한다고 했는데, 회사 차원에서 마스크 지급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스크를 개인적으로 구매하려니 물량이 없고, 가격도 너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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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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