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야, 문제는 기후위기야

기후위기 다루는 정치 없음??<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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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연(withsj)등록 2020.03.11 14:26
불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그렇다. 항상 생각은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다. 아카데미가 그동안 넘지 못했던 '자막'이라는 장벽과 같은 것이다. 높지 않은 장벽이 있다. 그것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하지 않는 행위이기도 하다.

나는 매일 한 줌(평균적으로)의 비닐쓰레기를 버리고, 왕복 70킬로미터를 경유차로 이동하고, 잘자리에서는 10인치 모니터로 영화를 한편씩 감상한다. 반복되는 일상이고 바꿀 의지도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탄소배출행위다. 바꾸지 않으면 지구에 분명한 해가 되는 행동인 것이다. 내가 바뀌는 것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카데미가 장벽을 넘어 기생충을 선택한 것 처럼, 나도 지역도 국가도 넘을 수 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날 우리 앞에 닥친 위기를 분명히 바라보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책은 이런 위기감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수에게 공감을 얻으려는 시도다.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언급되었던 그레타 툰베리의 가족. 공저로 표기되어 있지만 그의 어머니가 쓰고 아버지가 보태고 동생이 정리하고 그레타가 감수한 책이라고 할까?

책은 행동하는 한 청소년과 그의 가족에 관한 내용이다. 인터넷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았다고 하지만 섭식장애와 학교내 왕따의 문제를 가지고 있던 청소년이었다. 책을 쓴 말레나 에른만은 세계적인 오페라가수이지만 그 역시 어린시절 학교에서 소통하지 않는 문제아로 낙인찍혀서 아프게 지냈고, 동생 베아타는 작은 소리에도 화를 내는 병을 앓고 있다. 책은 아픈 가족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실천의 일상을 버무려낸다.

우린 총선이 코 앞이다. 현재 선거정국은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태극기 세력의 결집력에 쏠려있다. 박근혜씨의 옥중서한이 대서특필되고 바뀐 선거제도에서 미래한국당이 절반이상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과, 이를 막기 위한 나머지 정당의 결합촉구가 선거판위에서 크게 합을 겨루고 있다.

뭐가 중한가.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구가 불타고 있는데?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대중의 관심을 더 많이 받으면서 더 많이 논의해야 할 문제를 다섯 깨나 열 개쯤  꼽아 보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관점에서 세상을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후 문제는 세 번째 정도, 적어도 학교 문제(독자주.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와 학생 교육)나 요양 제도(은퇴자, 노인 등)에 관한의 위기 다음으로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에게 기후 위기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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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음만 있다면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란 의외로 쉽다.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어느 정도의 특권을 포기하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선다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후 문제는 너무 어렵거나 너무 규모가 커서 해결하기 힘든게 아니라, 단지 희생을 각오하는 순간 생활이 너무 불편해지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p.150~151

기후 문제에서 선두적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섯명의 '낙관주의자에 속하는' 학자와 정책결정자가 2017년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하강곡선을 그리지 못하면 파리협정 목표달성인 섭씨 2도는 실패할 것이며 기후변화로 인한 치명적 악순환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어떤 선진국가도 탄소배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문명의 편안함을 버리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만 바라고 있다. 1년도 되지 않은 글로벌이슈는 한국에선 코로나와 합종연횡의 선거판속에 완전히 가라앉고 말았다. 다시 떠올려 봐야 한다.

2018년 8월 한 청소년이 매주 금요일 스톡홀름의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섰다. 1년도 되지 않은 2019년 3월 15일. 133개국 160만명의 청소년이 이에 동참했다. 같은해 유럽연합을 포함한 각 국 의회에서는 기후위기를 공감한 유권자들이 녹색당을 힘차게 밀어올렸고 독일 함부르크에선 제2정당의 자리에 까지 올랐다. 녹색당은 기후위기를 제1의제로 두는 전세계 네트워크 정당이다.

'오늘날 이렇게(기후위기) 된 데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책임이 있습니다.' 스웨덴의 총리가 국회연설에서 말했다. 티브이를 보던 그레타는 "거짓말"이라고 외친다. 거짓말? 우리 모두 탄소배출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모두가 잘못했다는 말은 결국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없잖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잘못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 말은 틀렸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수백개의 기업들이에요. 어떤 위험이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지구 전체를 망가뜨렸어요. 수십조에 이르는 돈을 벌어들인 몇몇 재벌이 잘못했을 뿐이죠." "모두가 잘못하게 아니라 몇몇이 잘못한 거예요. 지구를 구하려면 그 몇몇 사람들과 그들의 기업 그리고 그들의 돈에 맞서 싸워야 해요. 그들이 잘못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요." p.133-134

그들은 실천했다. 앎이 삶에서 빛나도록, 선한 영향력이 조금이나마 멀리 전파되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결정하고 실천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 그것만 해도 매우 급진적이다. 먼거리 여행도 전기차를 타고 다녔다.
단 한번의 비행기여행이 20년 동안 실천해 온 분리수거를 망쳐버릴 수 있어요.
이 가족은 고기를 먹지 않고, 쇼핑하러 돌아다니지 않는 것을 실천한다. 그레타는 유엔 참석때도 태양광으로 동력을 만드는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넌바 있다. 탄소배출을 안하는 것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탄소배출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이견이 있을 수 있겠다만 그레타의 관점에선 그럴거다) 국가이다. 지금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짓는다거나 여전히 경유차량을 생산중단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매년 늘어나는 축사에 대해서도 무계획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기차를 구입하거나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람들은 이 기술이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 다는 것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는 신기술도입보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가 더 있다. 바로 획기적인 기후 정책과 그에 입각한 법안이다. 왜냐하면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한 명 있으면 반스시 새 제트스키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대문이다. 버스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는 휘발유 SUV차량을 사는 사람이 있다. 채식하는 사람 옆에는 쇠고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비행기 타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면 외국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생긴다. 소비자의 힘이 여론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결코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것이다. p.208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정치적 행동과 결단을 촉구한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총선을 앞둔 우리의 정치지형을 살펴보라. 기후위기에 대응할 후보들은 어디에 있는가?

"페미니즘이 문 밖에서 발을 구르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화가 났지요. 문 안으로 들어가야만 계속 나아갈 수 있는데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다른 움직임들이 있는 까닭에 어려워요. 휴머니즘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 동물권리 보호운동 그리고 난민 구호 활동가와 정신질환인아 사회계층 간 경제적 격차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죠. 그들 모두 문앞에서 안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기후 운동은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인데, 아무도 기후 운동에 도움을 주지 않아요. 각각의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너무 가까이에 해답이 있어서 잘 알아차리지 못하니까요. 아니면 기후문제에서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려면 자신들의 특권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은거죠"
덧붙이는 글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그레타 툰베리, 스반테 툰베리, 베아타 에른만, 말레나 에른만 지음/고영아 옮김/책담/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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