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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없는 일본, 코로나 검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까닭

[코로나19 속 일본] 방역시스템 좌지우지하는 전문가회, 'PCR 검사' 중요성 낮게 봐

등록 2020.04.03 20:35수정 2020.04.0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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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내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얼굴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AP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대책에 대해 국회에서, 토론장에서, 기자회견장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전문가회의 말에 따르면..."

일본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한국 질병관리본부 같은 전문 담당 정부조직이 아직 없다. 후생노동성이 각 지자체에 권고하는 구조인데, 이 후생노동성의 정책을 지휘하는 게 '전문가회'라고 볼 수 있다.

후생노동성은 3월 19일 전문가회의 자료에 근거해 '일본의 클러스터(환자집단)의 초기 발견과 초기 대응전략에 대해서 WHO의 테드로스 사무국장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테드로스 사무국장이 "테스트, 테스트, 테스트"라고 발표하던 영상이 전세계로 퍼졌지만 일본엔 다르게 전달된 모양이다. 일본은 검사의 규모와 수가 다른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데도 말이다.

일본의 전문가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국 감염자·사망자 수가 적은 건 환자집단을 초기에 발견·대응하는 클러스터 대응반의 역할이 잘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유사 사례가 또 있다. 지난 1일 전문가회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대응방법은 독자적인 방법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방역시스템은 효과적인가.

일본은 왜 '코로나19 검사'에 적극적이지 않을까
  
왜 일본은 검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않을까. 일본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의 방역 지침은 다음과 같다. 이 세 가지 원칙대로 일본의 방역시스템이 굴러가고 있다.

①클러스터(cluster) 집단감염의 초기발견
②중병자에 대한 집중치료 준비
③시민의 행동을 바꾼다


'클러스터(cluster) 집단감염의 초기발견'이란 말은 중병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하면 그곳만을 집중적으로 치료해 질병의 확산을 막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아무나 검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의심환자를 전원 검사하는 한국의 대처방식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검사를 확대해 감염자를 격리하는 것을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의 전문가들이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 이들이 지금까지 한 언론 인터뷰를 종합해 그 이유를 추려봤다.

①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는 오차가 많이 발생한다 : PCR 검사는 어디까지나 유전자 검사이고, 바이러스 검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성이 됐다고 바로 감염이라고 볼 수 없다.
②PCR 검사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의료장비가 부족하다.
③많은 양성자가 발생해 병원에 가면 의료 붕괴가 일어난다. 


쉽게 말하면, 일본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선 필요한 환자만을 골라 치료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일본의 높은 의료수준과 시민의식이라면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 이게 일본 전문가회의 설명이다.

'적극적으로 검사해야 해' 목소리 있지만
 

텅빈 도쿄 시부야 거리 도쿄도지사의 발표후에 사람들이 없어진 시부야의 거리 ⓒ Kwangchul Joung

 
반면, '일본에서도 PCR 검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들 중 하나는 한국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되고 있는 카미 마사히로 의료가버넌스연구소 소장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 와이드쇼에 거의 매일 출연하는 오카다 하루에 교수다. 

이 두 사람은 '전문가회 구성원들이 있는 국립감염연구소가 코로나19의 정보를 독점하고 신약 개발 연구비를 많이 책정 받을려고 한다' '민간의료업체의 검사키트나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검사키트 도입을 하지 않고 독점적으로 하다 보니 검사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마사히로 소장은 '감염병 연구자들이 사람을 살리려는 근본적인 의료종사자의 입장을 취하지 않고 연구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지금 상태를 주도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증언도 하고, 시사프로그램·인터넷 등을 통해서 'PCR 검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베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PCR 검사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민간업체와 협력을 통해서 하루 8000건 이상의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는 국립감염연구소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클러스터 집단감염의 초기발견' 전략으로 자신들의 검사 한계를 감추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일 정부가 강조하는 '집단감염 초기발견·대응'... 제대로 되고 있나

그렇다면 일본의 '클러스터 집단감염 초기발견 및 대응' 인력은 충분할까. 그리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분명하지 않다. 지난 2월 25일 결성된 후생노동성 클러스터 대응반의 조직도를 보면 '데이터팀(국립감염병연구소)' '접촉자추적팀(국립감염병연구소)' '서베일런스팀(감시팀, 국립감염병연구소)' '데이터분석팀(홋카이도대학)' '리스크관리팀(도호쿠대학)'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회의 구성원들의 대학이나 검사기관 인원 30명이 협력한다는 설명 외에 전체적인 규모는 상세히 나와 있지 않다.

전문가회 단장을 맡고 있는 국립감염병연구소 와카타 타카지 소장은 '국립감염병연구소가 검사 건수를 적게 해 감염자수를 적게 만들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반박하는 글을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중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다.

"북해도(훗카이도)에 파견한 직원이 '입원이 필요한 폐렴환자만을 한정해 PCR 검사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자체조사를 한 결과, 접촉한 경력이 없으면 검사순위에서 떨어지고, 역학조사의 관점으로 필요한 사람에 대해 적절히 실시했다."

클러스터 대응반의 현장 임무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해명이다.

중병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집중치료 준비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일본 언론(ANN)은 '일본의 의료체계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병석이 모자라다는 이야기였다.

도쿄도 복지보건국의 자료를 보면 4월 1일 현재 도쿄도 인구는 1394만 명이다. 병원들의 요양병석과 일반병석을 합하면 10만 석가량 된다. 거칠게 계산하면 인구 10만 명 중 하나의 병석이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추가환자를 실질적으로 받을 수 없는 포화상태인 것이다.

전문가회의의 '중병환자만 선택해 검사하고 집중치료한다'는 전략은 처음부터 무리가 있다. 일본 정부가 중병환자를 위한 의료시스템을 만드려고 했다면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간이병동을 추가 신설하고, 의료진·자원봉사자 확보 및 장비 조달이 이뤄져야 했다.

유명 코미디언의 죽음... 하지만 역학조사·방역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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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일본의 국민 코미디언 시무라 켄의 생전 모습. ⓒ 연합뉴스

 
최근 들어 장례식업에 종사하는 일본 사람들이 인테넷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감염이 된 사망자를 알 수 없어서 자신들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병원에서도 법적으로 꼭 알려야 한다는 방침이 없으며 사망자 중에는 감염자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리고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집단감염되는 일도 벌어졌다.

10만 명이 넘는 연간 폐렴 사망자 안에 코로나19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실로 확정하기엔 증거가 불충분하다. 

3월 29일엔 코미디언 시무라 켄(70)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뉴스가 속보로 전해졌다. 3월 17일부터 피곤한 증상이 있었고, 3월 23일에 감염이 확정됐다. 유명한 코미디언의 사망은 일본 전역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3월 16일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만큼 접촉했던 연예계 관계자도 많았을 것이고, 들렀던 녹화장 등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역학조사했다거나 어느 곳을 방역·소독했다는 뉴스는 아직까지도 없다. 정치계는 물론,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진행자들도 발언을 조심하게 됐다. 잠시나마 PCR 검사의 중요성에 대해 여론이 조성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일본의 방역 시스템은 변화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를 의심하기 시작한 시민들
 

요요기공원에서 꽃구경을 즐기는 젊은이들 요요기공원에서 꽃구경을 즐기는 젊은이들 ⓒ Kwangchul Joung


외신은 물론 내신도 일본 정부의 대책에 대해 추측성 보도를 매일 쏟아내고 있다. 일본 시민들도 의견이 크게 양분돼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 누리꾼들은 처음엔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젊은층을 비판하더니 4월에 들어서는 심야 유흥가에서 노는 중년 남성들이 문제라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일본 시민들은 정부의 방침을 잘 따르고 있다. 판단하기 힘든 정보의 범람과 현실적인 두려움 그리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낫다는 안도감이 뒤섞여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지원대책 없는 자가격리·외출금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가게나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 몇 달 간의 사실상 '영업정지'를 견딜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필자도 일본금융기관을 찾아 코로나19 관련 대출신청을 했다. 두 번 상담하러 갔는데 의외로 한산했다.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와는 확연히 달랐다. 신청은 간단하게 마쳤지만 "언제 대출금이 나올지 모르니 연락이 갈 때까지 기다려주세요"라는 담당자의 말을 뒤로 하고 은행을 나섰다.

지금도 일본의 의료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일본은 이제 시작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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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출신. 군복무,대학졸업후2000년 부터 동경에 거주. 일본건축회사의 개발부, 부동산 컨설팅영업직 경험. 2009년 현재의 사진스튜디오 회사를 설립. 사진가.취미는 복싱. 와세다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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