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시점에서 본 세계 패권의 변화

[도서 서평]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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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onmikuru)등록 2020.06.01 15:24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공간을 통해 많은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직접 시장에 가서 물물 교환으로 시작해 통용 화폐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굳이 직접 시장에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서 물물 교환은 물론, 가상 화폐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겪는 온라인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거래는 세계사의 흐름을 본다면 육지에서 시작해 바다로, 그리고 바다에서 하늘로 이동하며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라 세계의 패권 자체가 옮겨져 왔다. 과거부터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나라는 그 시대의 경제 활동을 지배한 나라를 일컬었다.

 이번에 위즈덤하우스에서 발매한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라는 책은 그 과정을 세밀하게 정리하는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위즈덤하우스 ⓒ 노지현

   
 위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는 '육지, 바다, 하늘과 패권의 변화'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어떻게 세계의 패권이 육지에서 바다로, 그리고 하늘로 이동하게 되었는지 경위를 설명하면서 세 가지 패턴을 모두 '공간의 속성'으로 비교했다. 그에 따라 책은 크게 육지, 바다, 하늘 세 개의 공간을 설명한다.

 첫 번째 장에서 독자를 기다리는 것은 '육지의 패권과 몽골 제국'이라는 제목을 가진 육지 패권의 세계사다. 보통 우리가 육지에서 한때 세계적인 패권을 가졌다고 말하는 역사를 가진 나라는 서양에서는 알렉산드로 대왕의 마케도니아 왕국, 동양에서는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세계에 미친 영향력을 볼 때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이 마케도니아 왕국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북방 초원에서 유목민 집단에서 시작한 몽골 제국은 하나의 나라가 되기 전부터 중국을 위협하며 북방을 장악했다. 그 유목민 집단이 위협적으로 다른 지역을 정복하는 데에 적극적인 이유는 결핍 때문이었다.

유목민이 세계사의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한 가지 원인은 가난이었다. 가축과 사육과 수렵에 의존하는 유목민의 생활은 매우 불안정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농경사회를 정복하고 공물을 바치게 하거나 오아시스 지대의 상업권을 지배하고 상인에게 세금을 거두어서 가난한 생활을 보충했다. 이처럼 '결핍'은 유목의 원동력이었다.
전통을 지키는 농경사회와는 달리 항상 변화하는 자연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유목민은 사고가 유연하다. 절실할 때는 상인에게 얻은 정보와 군사력을 결합해 유라시아에서 세력을 확장했다. (본분 58)


 북방 초원을 중심으로 한 선비족과 흉노족 등의 활개는 중국이 북방 초원을 넘어서 서역으로 가는 일을 어렵게 했다. 그래서 중국은 위험한 사막을 건너서 서역과 교역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하게 되는데 이 길이 바로 비단길이다. 중국이 피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육지의 패권은 초원길을 통해 몽골 제국이 지배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위즈덤 하우스 ⓒ 노지현

 
 그런데 세계는 모험과 과학을 통해 패권이 점차 육지에서 바다로 이동하게 된다.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콜럼버스와 마젤란의 바다 항해와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등의 인물이다. 그들의 모험과 과학을 통해서 세계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벗어나 세계의 70%에 해당하는 바다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열린 바다 세계에서 힘을 키운 건 네덜란드와 영국 두 나라다. 처음에는 네덜란드가 뛰어난 조선업으로 영국보다 앞서 나갔지만, 네덜란드의 작은 경제 규모와 중앙 집권이 되지 못한 정치 구조로 한계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세 차례 영국과 벌인 전쟁에서 패배하며 주도권을 영국에 내어주게 된다.

 일찍이 해군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영국이 바다 세계의 패권을 잡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영국은 자국의 화폐 파운드 지폐를 세계의 결제 수단으로 삼고, 각국을 자유무역의 체제로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영국의 제1차 산업 혁명은 진정한 의미로 영국이 우뚝 서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유럽이 지나치게 팽창한 탓에 문제가 발생했다. 서로가 패권을 두고 다툰 우리가 잘 아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바다 세계를 장악하고 있던 유럽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몰락하게 된다. 유럽의 몰락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한 곳은 바로 신대륙으로 이민을 온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형성한 미국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필두로 항공기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전쟁이 끝난 이후 항공기는 민간에서 사용되며 항공 회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당시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 된다. 우리가 잘 아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자동차를 이용한 새로운 생활의 형태가 만들어진 거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육지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량 소비로 유지되는 대규모 생산이 이루어졌고, 과학기술로 하늘이 사람, 물자, 자본의 이동 경로가 되는 하늘의 시대가 만들어졌다. (본문 213)

 그렇게 하늘 세계의 주도권을 잡은 미국은 냉전 시대를 거친 이후 여전히 세계 패권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은 미국이 지닌 그 패권에 도전하는 나라로 유일하게 중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과거 유럽과 미국이 거친 육지, 바다, 하늘 세 공간에서 도전을 한 번에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 우리 세계는 인터넷과 온라인 공간을 통해 5G 시대를 맞이하며 또 한 번 새로운 패권 싸움을 벌이기 위한 양상을 띄고 있다.

 새로운 패권 싸움 무대에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 제일주의, 그리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의 홍콩 보안법 등 '자국 제일'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서로 비슷하다. 그렇게 서로가 지킨 패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육지 시대부터 바다 시대를 거쳐, 하늘의 시대를 거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시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한번 더 세계사를 정리하며 패권이 어떻게 이동해왔는지 알아볼 만하다. 이번에 만난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라는 책은 육지, 바다, 하늘 세 개의 무대를 배경으로 벌어진 패권 쟁탈의 세계사를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패권의 무대가 바뀐 세계사를 통해 중요한 사건을 알아가면서 다가올 패권 전쟁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는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접하지 않은 공간적인 시점에서 세계사를 알아가는 흥미로운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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