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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모피아'의 질주, 이대론 안됩니다

[긴급기고 - 우석훈 박사]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모피아, 그리고 제도적 개혁

등록 2020.06.04 07:35수정 2020.06.0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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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지금 청와대 정책실장인 김상조가 2012년에 쓴 <종횡무진 한국경제>라는 책의 부제다. 코로나 이후 이 책의 부제가 한국 경제의 1번 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50%를 줄 것인지, 70%를 줄 것인지, 아니면 다 줄 것인지 두 달 간을 끌었던 긴급재난지원금 논쟁에서 지금 한참 논쟁 중인 비대면 진료까지, 긴장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이 논의의 출발이 코로나였다는 사실은 모두 잊은 듯, 이제는 익숙한 모피아 논쟁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2012년만 해도 사람들은 김상조가 모피아 개혁에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

국가독점자본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경제 결정의 상당 부분을 끌고 나가던 프랑스식 계획경제를 분석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박정희, 전두환을 거친 군사정권 시절 한국에도 이 개념이 유효하였다. 80년대 운동권의 시대가 끝나가면서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다.

코로나19 이후 문득 돌아보니 한국 경제의 속성 중 하나가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것을 환기하게 되었다. 중산층들도 코로나 이후 지원이 필요하게 된 이후, 개인들은 지금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다른 데는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별로 몇 십조씩 지금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손 벌리고 있다. 그 와중에 삼성처럼 원격 진료 등 원래도 자기들 하고 싶은 걸 추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재난 자본주의'까지, 돈 가진 데는 정부밖에 없다고 전부 정부에게 돈 달라고 달려오는 형국이다.

그런데 국가의 돈을 결정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국회일까, 대통령일까? 아니면 총선에 압승한 민주당일까? 현재로서는 경제 부총리인 홍남기다.

국가의 돈을 결정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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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가끔씩 국민 여론에 밀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은근슬쩍 여기저기 쌈지돈처럼 주고 싶은 산업에 돈을 밀어넣는다. 이들을 세상에서는 '모피아'라고 부른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고위급 경제관료들의 별칭이다. 청와대 파견나간 모피아들이 경제 실세라고 여의도에 소문이 파다하다. 이게 뭐냐?
  
모피아는 원래 경제기획원 시절에 재무부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서 나온 말이다. 박정희 시대에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서로 견제하면서 일을 했었다. YS가 이 둘을 합쳤다. 더더욱 견제가 어려워졌다.

이 내부 견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MB다. 2008년까지는 기획예산처가 총리실 산하에 있었다. 경제 운용은 부총리가, 재정과 예산은 총리가 권한을 가졌다. 이걸 MB가 합치자고 할 때, 모피아 견제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강만수를 통해서 통합 권한을 쓰고 싶던 MB가 강행했다. 그 결과 군사정권 때도 존재하지 않던 너무 강한 경제부처가 생겨났다. 금융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자기 권한을 행사한다면 사정이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외청, 내청 관계에 가깝다.

사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부서가 예산권도 가지게 되니까, 이걸 경제부처 내에서는 누구도 견제하지 못한다. 뭐라고 한 마디만 했다가는 내년에 자기네 부처 예산을 깎으니까, 홍남기가 뭐라고 하면 다른 장관들은 전부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여기에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지금의 기재부가 가지고 있는 공기업 등 정부 산하단체에 대한 평가권이다. 이건 민주당 정권의 아픈 고리다.

비판했던 자들의 침묵

야당 시절, 시민단체와 학계의 여러 전문가들이 정부의 행정에 대해서 글도 쓰고 발언도 했다. 4대강을 비롯해서 이상한 정책에 대해서 강력한 저항이 있었다.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무슨무슨 위원장이 되거나 감사 혹은 본부장들이 되었다. 경제 부총리가 하는 말에 대해서 이 사람들이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한 것은, 이런 산하 기관에 대해서 기획예산처가 하던 평가 등 관리를 모두 경제 부총리가 하니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상태에서 공룡이 된 기획재정부, 그리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경제 부총리, 이 구조가 지금 코로나 국면에서 업종별 지원정책 등 경제정책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강행은 문득 지금의 경제 기구에 대한 구조적 약점을 돌아보게 한다. 같은 사업을 이전 정권에서는 친삼성 사업이고 민영화 사업이라고 반대하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사업의 내용이 바뀐 게 아니라, 야당에서 여당으로 변한 것만 바뀌었다.
   
고이즈미 정부에서 우체국 민영화 등 개혁조치를 하면서 일본 최고의 관료기구라고 하던 대장성을 해체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우리 식으로 치면 기재부 해체 조치다. '잃어버린 20년'을 지나던 일본에서 공룡이 되어버린 경제기구를 아예 해체시키고, 총리실과 산업부 등 여기저기 기능을 나누어 버렸다. 아베노믹스가 가능했던 것은 이런 행정적 개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참고할 일이다. 자기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가 감독권은 물론 예산권도 가지고 있으니까, 정작 기재부가 마음먹고 추진하는 자기 사업은 아무도 견제하지 못한다. 원격진료, 원격의료, 심지어 비대면 진료까지, 이름만 바꾸었지만 WHO 기준으로는 'telemedicine', 다 같은 용어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원칙대로라면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서 이견을 내고 조정을 해야 하지만, 예산권을 쥔 경제 부총리에게 누가 감히 이견을 말하겠는가? 복지부 장관이나 건보공단 이사장이 생각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 것 아닌가?

돈줄 쥔 자의 질주, 그냥 두고만 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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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제6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이걸 운용하는 모피아의 전횡, 이걸 2020년에 다시 보게 될 줄 정말 몰랐다. 민주세력의 다음 개혁 주제는 모피아 기구 해체, 그게 어려우면 견제다. 경제 부총리가 직접 쥐고 있는 예산 및 공기업 등 정부기관 감독권만이라도 MB 이전 시절, 최소한 참여정부 수준으로는 돌아가야 한다. 총리와 부총리가 경제에 대한 권한을 나누는 것, 노무현 때에도 그 정도의 제도 기반은 있었다. 집권하자마자 했어야 하는 경제 개혁이 너무 늦어졌다.

마침 국회가 충분한 의석을 가진 지금, 그 개혁을 해서 다음 정권에서는 지금과 같은 경제 부총리의 독주가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는 개선을 해야 한다. 지금 못 하면 다음 정권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모피아'라는 얘기가 또 나오게 된다.

코로나 국면에서 벌어진 경제 부총리의 질주, 이건 좀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경제는 마찬가지다"라고 요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 이건 좀 슬프다. 기재부와 청와대 정책실이 만드는 '환장의 듀오', 계속 이렇게 경제를 토론과 견제 없는 소수의 국가독점 방식으로 운용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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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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