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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이들, 맞아 본 적이 없으니 때릴 줄도 모른다

스웨덴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아동의 권리'... "어른은 아이를 때릴 수 없다"

등록 2020.06.24 13:50수정 2020.06.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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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한 장면. 선생님에게 체벌을 당하고 있는 주인공 박새로이 ⓒ JTBC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스웨덴인 남편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주인공 박새로이가 전학 첫 날에 선생님에게 나무 막대기가 부러지도록 엉덩이를 맞는 장면을 보던 남편은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떻게 선생님이 저렇게 학생을 때릴 수 있지? 저건 너무 심하지 않아?"

하지만 남편과 다르게 나는 체벌 장면이 그리 놀랍지 않았다. 왜 그런 걸까? 어쩌면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도 박새로이처럼 맞은 경험이 있다고 말하자, 남편은 실로 놀란 눈치다. 어디를 어떻게 맞았냐고 자세히도 캐묻는다. 

"발바닥 자주 맞았고... 손바닥, 손등도 그렇고. 아, 엉덩이도 저렇게 맞은 적 있어." 
"대체 수지가 뭘 잘못해서 선생님에게 맞은 거야?" 


그러게 내가 뭘 잘못했더라? 생각해 보니 십년도 지난 일인데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숙제를 안 했을 때 손등을 맞았고, 휴대폰 몰래 쓰다가 걸렸을 땐 2주간 폰을 압수 당하며 발바닥을 맞기도 했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친구들과 몰래 도망친 다음 날에는 담임 선생님에게 엉덩이가 멍이 들도록 맞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유를 듣고선 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눈치다. 어떤 선생님들은 아무 이유없이 그냥 몽둥이를 들고 다녔다고 말하자 너무 위협적인 거 아니냐고 한다. 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은 전부 스웨덴에서 법으로 금지되어 있단다. 

남편의 학창 시절을 묻자, 친구와 다툰 적은 있지만 부모님, 선생님, 즉 자신보다 큰 성인에게 폭력을 당한 적은 없다고 한다. 한 번도 없다는 말은 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남편의 말대로라면 스웨덴에서 누군가 누구를 때린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처럼 들려서다. 정말 한 번도 없었다고? 내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자, 남편이 갑자기 말을 바꾼다. 생각해 보니 한 번 있었다고. 

"나 여섯살인가 일곱살 때 아빠가 내 팔을 세게 붙잡고 혼낸 적이 있어. 그때 너무 아팠어." 

내 팔을 힘껏 움켜 잡으며 시범까지 보였다. 그냥 팔 세게 잡은 거뿐이잖아? 남편의 기준으로 본다면 억압적인 분위기만 느껴져도 바로 폭행에 해당되었다. 그런데 남편 말을 듣다 보니 좀 이상했다. 반대로 나는 얻어 맞고도 잘못한 사람, 선생님은 때리고도 정당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드라마 장면 속 교장 선생님은 학생이 매를 맞고 그 매가 부러지는 걸 보고도 학생을 더 나무랐다. 심지어 부모님도 자기 자식을 때린 사람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왜 때리고 맞는 것이 정당하게 보이는 걸까? 잘못을 하면 당연히 맞을 수도 있다고 자연스레 생각된다. 엄연한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행위를 아무 느낌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 엉덩이 때린 나에게 스웨덴인 남편이 한 말
 

남편은 어른이 아이를 때릴 권리가 없으며,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만 있다고 말했다. 리암이가 자전거 타는 걸 도와주고 있는 남편. ⓒ 정수지

 
34개월 아들 리암이를 훈육할 때도 우린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아이가 언제부턴가 물건을 막 던지기 시작했는데 점점 통제가 불가능해졌다. 하루는 아이가 던진 장난감 모서리가 내 얼굴에 맞으면서 사건(?)이 터져 버렸다. 화가 치밀어 올라 아이에게 화를 냈다. 아이는 그런 내 모습에 더 폭주하며 장난감을 마구 집어 던졌다. 나는 처음으로 아이 엉덩이를 때렸다.

"엄마가 던지지 말랬잖아. 왜 엄마 말 안들어, 왜!"

마침 안방에서 근무하고 있던 남편은 아이의 우는 소리를 듣고는 급히 뛰쳐나왔다. 나는 리암이가 던진 물건에 얼굴을 맞았고 화가 나서 아이 엉덩이를 때렸다고 했다. 그러자 남편이 정색하며 말했다.

"리암이가 뭘해도 네가 리암이 때릴 권리는 없어."

황당했다. 아이를 혼낼 줄 알았는데 도리어 내가 잘못했다고 지적한다. 남편은 아이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오래도록 안아주었다. 그리고 손을 꼭 잡더니 아이 눈을 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리암아, 장난감 던지면 안 되는 거야. 아니면 아빠가 장난감 다른 데 놔둘 거야." 

남편은 아이를 때리는 일이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내가 밖에서 그랬다면 신고를 당했을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하면서. 아이 엉덩이 때린다고 누가 날 신고하냐, 과장하지 말라고 했지만 남편은 진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 신고는 안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분명히 너를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문제가 있는 엄마로 말이야."

내가 진짜 문제 있는 엄마인가? 자주 공동육아를 함께 하는 스웨덴 친구에게 답답한 마음에 물어보았다. 정말 엉덩이 두 대 때리고 신고를 당할 수 있냐고. 친구의 대답은 단호했다.

"Nej(안돼)." 엉덩이만 때려도 폭행에 해당될 수 있다며 아마 그 행동이 반복되면 아동 보호기관에 신고되어 우리 가족이 어떻게 지내는지 관찰을 하러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어른이 아이를 때리는 것은 엄격히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아마 스웨덴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여 아이를 책망하는 거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며 남편과 똑같은 말을 한다.

"어른에게 아이를 때릴 권리가 전혀 없어."

신기하게 남편과 스웨덴 친구는 똑같이 아이의 권리를 운운했다. 스웨덴은 자기 자식이라도 절대 무력으로 아이를 통제할 수 없었다.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며 감시하기 때문에 아이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하나의 약속처럼 모두에게 전해져 지금의 강력한 아동보호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어른은 나를 때릴 수 없다'는 믿음

스웨덴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자신들이 받아야 할 권리를 누리고 있었다. 아무도 자신을 때릴 수 없고 자신은 사회로부터 보호받는 존재라는 것이다.

스웨덴 친구 오사의 말에 따르면, 스웨덴은 오랜 시간 어린이 보호에 앞장서 왔다. BRIS(1971년에 설립된 스웨덴 아동보호 기관으로 아동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경찰서보다 먼저 연락하게 되는 곳. 4-8학년(한국 중학생 해당) 학생들에게 아동보호 관련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를 포함한 여러 아동보호 단체에서 직접 학교를 찾아가 아동보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친구와 공동육아 마치고 시내 나가던 길.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운 이아(위)와 리암(아래) ⓒ 정수지

 
특히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도 사회가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들이 강조하는 사항은 어쩌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이다. 친구와 싸우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어른은 아이를 절대 때릴 수 없다. 누군가 자신을 때리거나 위협한다면 자신이 믿고 있는 어른(엄마, 아빠, 선생님 등)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 친구의 딸 이아(8)도 이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나 : "이아야, 이아보다 더 큰 어른이 만약 이아를 아프게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이아 : "음... 엄마나 선생님에게 말할 거예요. 하지만 그럴 일은 절대 없어요. 왜냐하면 어른은 나를 때릴 수 없으니까요." 


8살 아이의 당차고 야무진 대답에서 강한 확신마저 느껴진다. 아무도 자신을 때릴 수 없다는 믿음이다. 이아 역시 친구와 다툰 적은 있지만 어른에게 체벌, 폭행은 물론 위협적인 분위기를 느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이아는 무엇이 잘못 되었고 옳은 건지, 폭력으로부터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내가 이미 그 믿음을 깨버리는 행동을 저지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어서 빨리 리암이에게 가서 말하고 싶어졌다. 엄마가 리암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참 많이 미안하다고 말이다. 

스웨덴은 시부모님 세대부터 남편, 오사 그리고 현재의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삼 세대에 걸쳐 꾸준히 해 온 일이 있었다. 바로 폭력에 대한 경험을 아이에게 심어주지 않는 것이다. 남편과 오사는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어떤 어른에게도 폭력을 당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맞아본 적이 없으니 때릴 줄도 모른다. 

반면 억울하게 매 맞는 장면을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고,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는 이유로 아이 엉덩이를 때렸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과거의 경험이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과거는 지울 수도 돌아갈 수도 없다. 하지만 현재는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 내가 누리지 못했다고 해서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다. 말을 안 들으니 회초리를 들어야지. 맞아야 정신 차리지. 때릴 만하니까 때리지... 더 이상 이와 같은 이유가 사랑의 매로 내 안에 존재하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먼저 내 아이의 권리를 존중해 주고 싶다. 너에게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깨우쳐 주고 싶다. 넌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아이라고. 아무도 너를 때릴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면 언젠가 내 아이의 아이도 똑같이 사랑받고 자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8살 이아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약한 사람을 때리면 그 사람은 엄청 아플 거예요."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 아이는 내 스치는 손길에도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덧붙이는 글 https://brunch.co.kr/@sujijun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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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예테보리 거주. 다양한 문화와 관련된 글을 씁니다. 저서<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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