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분쟁, 법대로 하기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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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영(nhy88)등록 2020.07.30 16:06
"법대로 해요!"
분쟁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쪽은 대부분 가해자이다. 법대로 해도 피해자가 더 이익이 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럴 경우 그 법이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며칠 전 어느 골목길에서 산책하던 로트와일러가 스피츠를 물어 죽였다. 그런데 로트와일러 보호자는 당당히 말했다. "법대로 해요."

법대로 하면 피해자는 억울하다. 시가대로 개값만 받으면 끝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에서 동물은 물건, 형법에서는 재물이다. 따라서 개값 물어주는건 우리네 법 원칙에 부합한다. "네 개 값을 물어줄테니 이 참에 그 값에 해당하는 새로운 개를 사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피해자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어떤 개를 데리고 와도 내가 키우던 그 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돌아가신 부모님이 물려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시계'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생명이고, 가족같은 존재이다. 너무 억울해서 소송으로 갈 경우, 정말 아주 운이 좋으면 위자료를 조금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소송 비용에는 한참 못 미친다. 만일 '스피츠가 목줄 안 해서 로트와일러에게 달려들었잖아요.' 이럴 경우에는 개값도 못 받을 수 있다. 손익계산이 뭔가 균형에 맞지 않는다. 목줄을 안 했다고 죽여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개와 사람을 똑같은 지위에 놓고 법리를 따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생명을 해했을 경우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천방지축 다섯살짜리 꼬마아이가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차도 한 복판으로 뛰어들어 차에 치여 사망했다고 생각해보자. 자동차 운전자가 놀라고 차가 찌그러졌으니 그에 대해 보상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자동차라는 재물과 아이의 생명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는 어떤가? 개가 차도로 뛰어들어 사망하면 개의 보호자는 찌그러진 차 수리비를 물어줘야 한다. 동물은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 아니라 물건이기 때문이다. 쾌고감수의 능력을 가진 유정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물건이다. 생리적으로 보더라도 물건보다는 사람에 더 가까운 존재인거 같은데 물건이다.

반려견을 애견 카페에 맡겼다가 온 몸에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와도, 산책하다 난폭 운전을 하는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어도, 동물병원에 맡겼다가 의료 사고로 사망해도,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당당하다. "법대로 해요!"

반려동물인구 천만 시대이다. 동물 관련 분쟁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가해자가 당당히 법대로를 외친다면 그 법을 다시 한번 재고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해야 할 말 같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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